- 야하고 천박하게 쏟아지는 봄날의 햇빛
“웬 슬픈 표정이야?”
“두 번이나 실패했거든.”
“무슨 실패?”
“끊는 거. 싹둑 끊어버리는 거.”
“담배? 술?”
“아니, 목에 걸었던 끈. 죽으려고 했거든. 세 번째 간신히 끊었어.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 관속에 누워있을 거야.”
“그래서 네 눈빛이 미치도록 아름다웠구나. 죽음에 다가섰던 사람만이 내는 그런 빛이 있거든.”
“슬픔을 아름답다고 하는 건 삶을 왜곡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
“타투할 거야.”
“타투하면 뭐가 좋은데?”
“내 색깔을 갖게 되는 거지. 기분도 좋아져. 남자들이 환장해. 만져보려고 하거든.”
“타투한 데다 키스하고 싶어.”
“밥 먹으러 가자.”
“매일 먹는 게 밥인데 키스부터 하면 안 될까?”
“밤낮으로 하는 게 키스야. 지겨워.”
“기어이 날 죽이려고 하는구나.”
“죽을 거면 오만 원만 주고 죽어. 더 주면 더 좋고.”
난 결코 울지 않아. 태어날 때도 울지 않고, 웃었거든. 세상이 얼마나 웃긴데. 그걸 모른다고? 하긴 아직도 엄마 젖을 빨고 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현실도피가 돌파구라고 믿는 멍청이들이 주변에 쌔고 쌨어. 대학까지 나왔는데 왜 그렇게 덜 된 생각을 할까? 더 큰 문제는 이게 만성이고, 약도 없다는 거야.
떠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지금은 그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 쓰러져 입원하면 핑계 대고 병문안을 갈 수 있거든. 뭐 죽었다는 부고가 와도 상관없어. 한번은 봐야 마음속에 쌓여있는 걸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부조인 거지. 기다림은 고통이야. 기쁨은 다 거품이었어. 사랑해서가 아니라 용서할 수 없어서 잊어지지 않는 거야. 사랑을 감싼 얇디얇은 거죽을 벗겨내면 시커먼 증오의 밑그림이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야.
- 사랑을 상대한테서 본인에게 필요한 걸 채우는 거로 착각하는 멍청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