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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번들 May 11. 2022

담 안에서 내민 손

Dear Life

  우리는 담 안과 밖을 자유롭게 오가며 살아간다. 우리는 모두 담을 지날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담 안에서나 밖에서나 모두 똑같다. 어쩌다 문이 닫혀 있어도 그 문을 열고 들어가거나 또 안에서 밖으로 나온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담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담은 우리를 보호해 주고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한번 담 안에 들어가면 오랜 시간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다. 그들은 높은 담과 철창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벌을 받고 있다. 매일 들락거리던 문을 오갈 수 없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담 안에서는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도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것도 모두 안된다. 오직 정해 놓은 규정대로 자고 먹고 만나야 한다. 일단 담 안에 갇혀 있으면 밖으로 나가고 싶다.      


  그는 지금 담 안에 있다.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물론 담 밖에 나가도 반갑게 만날 사람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작은 공간에 있으니 자신이 더 왜소하게 보이고 무력하게만 보였다. 그는 철장 속에 갇혀 있는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없었다. 언젠가 철장이 열린다 해도 날지 못하고 그곳에 웅크린 채 앉아있을 것 같다. 낙오자. 매일 밤 작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포개져 잠을 잘 때면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에 슬픔이 몰려왔다.      


  미운 오리 새끼같이 세상에 짐만 될 바에는 차라리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남은 의식 속에 검은 구름이 몰려왔다. 하늘이 암흑처럼 변하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혼돈 속에 터널이 보였다. 자신이 끝도 없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가면 갈수록 더 컴컴해지는 것이 무서웠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담 안에서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누군가가 옆에서 그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할 텐데. 그가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누가 손을 잡아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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