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7년,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 곳에서

#1.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한다는 것.

by 빛의 결


30여 년 전,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날이었다.

강남의 한 대형 산부인과에서, 개원 이래 두 번째로 크다는 딸아이가 태어났다.

4.26kg. 임신 기간 내내, 엄마는 많이 힘들어하셨다.


목청도 우렁찼다.

여자아이였지만 늘 남자애들과만 어울렸고,

아빠가 출근할 땐 베란다로 나가

14층에서 1층까지 단지 전체가 울리도록 소리쳤다.

“아~~~~빠!!!!”


그 애는 언어 능력을 타고났는지도 몰랐다.

4살에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그 오랜 시조를 줄줄 외웠고,

해외 유학 경험 하나 없이도 매일 카세트로 들은 영어 테이프를

한국어처럼 받아들이며 익혀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 쓰는 게 너무 재미있고 쉬웠던 아이.

그게 나였다.


시간을 돌이켜보면,

삶 곳곳에서 ‘언어 감각’은 나를 통해 스며 나왔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나는,

그 모든 징후를 뒤로한 채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벌써 7년 차다.

나는 지금도 공무원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모든 사람들이

가끔, 진심으로 부럽다.


그래서 시작해보려 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7년 동안,

부끄럽게도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글을,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곳에서

주절주절 적어보기로 했다.


2025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