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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 수의사 Sep 24. 2023

양치껌 말고 양치질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하려니 너무 힘들다.

 

  "얘 이 좀 봐주세요. 입냄새가 너무 나서 아주 그냥 내 머리가 다 아파요."


  일반적인 진료 시에 기본적인 구강검사는 늘 포함해서 진행하는 편이지만 대뜸 이렇게 먼저 말씀하시는 경우엔 약간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어지간한 상태라면 보호자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의 걱정과 긴장감이 함께 올라온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 대부분 구강상태가 매우 불량하고(물론 구강문제가 아니더라도 구취가 심하게 나타나는 질병도 있다. 예를 들면 심각한 신부전과 같은.) 꽤나 심도 있는 치과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그 정도 치료에 대해 설명드리면 보호자들은 기겁을 하거나 한숨부터 푹 쉰다. 단순히 치료과정뿐만이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별생각 없던 보호자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요즘은 강아지, 고양이 모두 구강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보호자들이 이런 말을 많이 했었다.

  "얘들도 양치질을 해야 된다고요?"

  물론 최근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만약에 내가 양치질을 얼마나 자주 해주는지 물어보면,

  "일주일에 한 번은 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보호자가 정말 많다.

  '일주일에 한 번...'


  예전에는 그런 보호자에게 사람이나 강아지나 고양이나 모두 매일 밥을 몇 끼나 먹기 때문에 똑같이 매일 양치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나의 아주 오랜 친구 중에 양치질을 정말 잘 안 하고 심지어 흡연까지 하는 데도 치아가 아주 건강한 경우가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일반화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서 치과의사 친구에게 물어보니 구강 건강도 유전력이 매우 커서 타고나는 부분이 엄청나다고 한다.

  

  그렇다면 원론적으로 양치질은 어느 정도 간격으로 하는 게 좋은가.

  결론적으로는 매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먼저 구강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가장 흔히 알고 있는 '치석'에 대해 알아야 한다.

  치석은 치아에 붙어있는 돌처럼 단단한 물질이다. 치석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치태(플라그)가 먼저 형성이 되어야 하는데, 이 치태라는 것은 입안의 미생물(세균)이 침 속의 여러 가지 미네랄과 반응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치태가 형성되기 위해서 24시간 정도가 필요하고 이때, 음식물은 세균들이 잘 번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24시간 안에 치태가 형성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말인데, 입 안의 미생물, 미네랄, 음식물 중 우리가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음식물 밖에 없다. 입 안의 멸균을 위해 락스로 가글을 해줄 수도 없고 침이 안 나오게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하루에 한 번은 양치질을 해주어야 한다.


  이런 설명을 보호자에게 하면 하루 한 번 양치질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를 하면서 동시에 본인도 앞으로 양치질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서는 음식물 제거를 위해 치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반려동물들에게 치실을 적용하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언젠가 심장사상충 예방을 위해 진료를 보러 온 10 연령 진돗개의 구강검사를 했는데 정말 너무너무 깨끗했다. 솔직히 나보다도 깨끗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최근에 치과치료를 받았는지 물었더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치과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음식물 섭취 이후 양치질을 빼먹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때 그 진돗개의 새하얗게 반짝이던 치아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보호자에게 진심으로 '리스펙'이라고 엄지 두 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사실 반려동물들이 양치질당하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나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백번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칫솔질 말고 다른 방법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들 묻게 되는데, 치실을 제외한 다른 방법들은 칫솔질만큼 효과를 볼 수 없다. 도저히 칫솔질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일 뿐, 결국 치석은 쌓이기 때문에 그러한 경우 그만큼 더 자주 치과 진료를 받고 필요시 치료를 해주면 된다.


  반려동물의 치과치료는 대부분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큰 걱정거리이고 반려동물에게는 매우 큰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 구강 건강이야말로 전신 건강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동물병원에 가서 치과치료 과정과 비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겁하시기 전에 자, 이제 칫솔을 들고 우리의 아가들을 잘 타일러서 구석구석 치카치카해 주러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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