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AYTAY TAAL VOLCANO
마닐라 패키지 상품에 꼭 등장하는 여행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인트라무스, 산티아고 요새, 대성당, 성어거스틴 성당......
그런 곳들은 애써 안 가셔도 됩니다.
외세 침략의 결과로 심하게 얼룩진 잔유물,
유구한 대한민국 역사와 찬란한 유물, 유적에 비하자면 미천한 수준입니다.
나름 여러 나라 여러 여행지를 다녀온 여행객 입장에서 그리고 마닐라에서 십 수년 지내 온 주민 입장에서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에 궁금해서 한 번 그리고 비자 연장 때문에 몇 번 이민국 가면서 들렀는데 그냥 패키지 상품 일정 채우기 정도라고 간주하시면 됩니다.
가장 필리핀 다운, 필리핀 자연 역사의 실감이 더 큰 감동일 것이라는 확신.
제가 좀 냉정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절약, 효율을 따지려면 우리는 냉정해져야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지금 시작합니다.
Note.
1. 가는 방법 혹은 패키지 상품 이용은 별도의 챕터에서 종합해 설명드리겠습니다.
2. 각 여행지만 골라서 보시는 분들이 계실 듯싶어 이 문단은 계속 복사해서 쓰겠습니다.)
필리핀 마닐라 근교 대표 관광지입니다.
차로 1시간 35분이라고 하는데 저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긴 세월 느릿하게 도로를 확장하고 있긴 하나 아직 멀었습니다. 편도 1차로 구간이 꽤 깁니다. 평일은 새벽이 아닌 이상 어림잡기 애매하고요, 부디 러시아워는 꼭 피하시기 바랄 뿐입니다. 토요일은 2시간 30분, 일요일은 2시간 내에 편도 이동 가능합니다.
어쨌든 꼭! 가보셔야 할 여행지입니다.
1. 따알 화산 TAAL VOLCANO
따가이따이는 그 지역 이름입니다.
여행사나 대부분 한국인은 따알 화산지역을 그냥 통칭해서 따가이따이로 부르는 경향을 보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따가이따이 지역의 따알 화산이 되겠지요.
따알 화산이 유명한 이유는 당연히 그 경관 때문입니다.
지형변화 과정을 이해하시면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물론 더 아름다워 보이겠죠.
따알 화산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머릿속에 백두산을 그려 봅니다.
백두산 천지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겪고 태어났죠.
1. 화산이 폭발하며 마그마가 치솟아 오릅니다.
2. 분출이 모두 끝난 후 마그마가 차지하고 있던 공간은 비워졌겠죠.
3. 분화구가 함몰돼 그 공간을 메우며 분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칼데라(CALDERA)라고 합니다.
4. 그 분지에 물이 고여 호수를 형성한 것이 바로 칼데라호(CALDERA LAKE)입니다.
백두산 천지가 바로 그 '칼데라호'라는 말이지요.
사진에 호수가 보이시죠? 호수 가운데에 또 작은 오름이 있습니다.
오름을 검색하니 '지형학적 단성화산의 한 유형'이라는 설명이 제일 먼저 나오는데 좀 더 찾아보니 산 또는 봉우리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라네요.
그래서 그냥 산봉우리를 뜻하는 오름이라 표현했습니다.
저 호수 한가운데의 오름, 그것이 바로 따알 화산이 갖는 대표적 특징입니다.
즉, 화산이 폭발하고 난 뒤 화구가 붕괴되어 분지를 형성하고 그 위에 물이 고여 호수를 이룬 후 또다시 작게 마그마를 분출해 저처럼 이중의 봉우리를 형성했습니다.
다시 말해, 백두산 천지 한가운데에서 다시 한번 마그마가 분출해 봉우리를 형성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특이하지요? 더욱 흥미로운 점,
따알 화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활성도가 높은 화산이라는 사실입니다.
14만 년 전 처음 분지를 형성한 이후 38번의 분출을 기록하며 오늘의 형상을 이뤄냈습니다.
뉴스 기사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따알화산은 휴화산이 아닌 활화산입니다.
2019, 2020년에 이어 2022년 3월에 다시 한번 마그마를 분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오래 살며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 있는 친구들도 따알의 내력을 자세히 모르더군요.
그들에게 설명해 주고 다시 찾았을 때 모두 '알고 보니 더 감동이었다'라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사실 위의 내용을 모르고 봐도 장관이긴 합니다.
저희 부모님을 모시고 갔을 때 어머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내 새끼 덕분에 좋은 구경 한다. 으이구 내 새끼."
현지 여행사에서 홍보하는 몇몇 당일 여행 패키지가 있습니다.
배를 타고 화산에 도착해 말을 타고 오르는 상품이 주를 이루지요.
솔직히 저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습니다.
펼치진 장관 전체를 눈과 사진에 담는 목적이 더 컸거든요.
이곳 친구들의 '한 번 가볼 만하다. 그런데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개고생이다' 라는 평이 주를 이뤘던 사실도 제 승선과 입산을 막는 주된 이유였습니다.
선택은 여러분 몫입니다.
저는 그 지역 스타벅스를 즐겨 찾습니다. 좌석이 충분하고 손님이 적으면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해서 느긋하게 즐기고, 주문 대기 중인 손님들이 많을 때에는 들어가서 슬쩍 사진 찍고 나옵니다. 더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있거든요. 도로에서 스타벅스를 바라보고 좌측으로 약간 걸으시면 오른쪽에 내리막길이 보입니다. 내려가서 화산을 바라보시면 스타벅스 내부 못지않은 절경을 공짜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호텔에서 맥심 커피 타서 얼려 가세요. 맛, 경치 모두 진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최적의 장소가 한 곳 더 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1km가량 떨어진 Taal Vista 호텔입니다.
우연히 1박 할 일이 있었는데 화산 방향 객실에서 보는 풍경이 장관이더군요.
밤에 도착해서 자고 일어나 창을 보니 화산과 호수의 조합이 예술이었습니다.
그런데 호텔 뒷편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돈 쓸 필요 없다는 말씀이지요.
투숙객인양 자연스럽게 들어가 뒷편, 왼쪽으로 돌아가세요.
현지 여행사 이용에 관한 주제도 다루겠지만, 대개의 프로그램이 단독 진행이거나 한 두 팀 형태의 소그룹 여행입니다. 적당히 협상하셔서 여정을 가감, 가격을 조율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2. 주변 가볼 만한 곳?
제주도에 도착해 시계방향으로 둘레를 돌면 용두암을 시작으로 만장굴, 우도,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등 등 등 등 등......
가는 곳곳마다 볼거리 풍성합니다.
하지만 따가이따이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고작 해봐야 아래의 Sky Ranch.
놀이공원입니다.
놀이기구들의 수나 난이도로 보아 제 고향 인천 월미도에 있는 미니어처 수준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적극 말리고 싶습니다.
3. 맛집? 경계하라!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스타벅스 주변 몇몇 spot에서 따알 화산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을 찍고, 맛집을 찾아 나섭니다.
서로가 원조라 주장하는 이런 곳들인데요, 주 메뉴는 BULALO라 불리는 필리핀 전통 음식입니다. 발음이 조금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갈비탕, 설렁탕 비슷한 맛의 BULALO, 인플루언서들은 대개 호평합니다. 함께 주문한 시푸드를 칭찬하기도 하고요.
BULALO가 맛있다면 설렁탕 사발면은 미슐랭 쓰리스타 요리입니다. 한국에서 사발면 하나 챙겨 오시거나 오시기 전에 한 그릇 드시고 오시는 게 낫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굳이 비싼 돈 내고 갈비탕, 설렁탕 비슷한......
세계 여행 많이 다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필리핀 요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필리핀 레스토랑이 쉽게 눈에 띄었어야 했습니다. 여러 나라 대도시에서 멕시칸, 타이, 일식, 한식 레스토랑 찾기는 쉬워도 필리핀 레스토랑 찾기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산악지대에서 시푸드가 웬 말이랍니까?
이 기회를 빌려 말씀드리자면, 제발 그놈의 맛집 타령들 좀 안 했으면 합니다. 이러다가 대한민국 모든 식당, 전 세계 모든 여행지 레스토랑이 맛집 될 판입니다.
우리 민족 입맛이 그렇게 낮았다면 K-food의 위상이 지금 같지는 않았겠지요?
본인들 경험이 마치 대세인양, 추세인양 치켜세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음식에 대한 우리 아버지 최고의 찬사가 떠오릅니다.
"으음, 먹을만 해"
우리 모두 격을 높이고 평가에 담백해졌으면 합니다.
담백하게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