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네디 Aug 11. 2023

마이너스의 손과 저그 히드라

빌런들의 성공철학 2

Episode 


그는 깐깐한 척했지만, 전혀 깐깐하지 않았다. 

손님과 형님·동생 호칭을 쓰면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잦아 '사장', '회장'으로 서로를 존칭 하는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래도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몇 분의 제안에는 응했고, 그중 한 분의 소개로 온 손님이 바로 그 양반이었다.

졸부의 아들

형님은 그를 그렇게 소개했다.

손대는 사업마다 손해 보는 마이너스의 손이라고도 했다.

중요한 분의 소개로 오시는 손님이었던지라 내가 직접 나가려 했으나 방문 목적이 사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듣고 직원에게 대신 공항 마중을 지시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괜히 엮이면 피곤해진다. 

고생 없이 호강하는 졸부의 아들이라서 그런지 비서 역할 하는 인물이 동행했고, 코를 중심으로 정면을 향해 원뿔을 형성한 얼굴과 유난히 침을 많이 뱉는 모습에 우리는 그를 '히드라'라고 불렀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저그 유닛, 영화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생명체와 유사)


방으로 안내하고 내려온 직원이 흥분한 목소리로


"대단하신 분이던데요. 중국에서 손꼽히는 대학 나오고, 돈도 엄청 많은 것 같더라고요."

"야! 나는 마닐라에서 손꼽히는 술집 VVIP고, 술값도 엄청 많이 쓴다."

"하하하, 작은 사이즈가 아닌 것 같아요. 여기서 무슨 큰 사업할 예정이라고 하시던데요."

"아니 그러니까. 저 양반이 여기 중국어 강의하러 왔냐고 이 자식아. 사업한다고 왔다가 망해 나간 인물이 어디 한둘이냐? 오버하지 마."


내가 괜히 직원에게 면박 준 게 아니다. 

필리핀에 사업을 위한 현지 시찰을 목적으로 온 방문자들 중 다수는 허무맹랑한 사업 얘기에 솔깃해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가 결국 사기당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혹시라도 그들이 가는 곳에 동행했거나, 함께 만난 대상이 있기라도 하면 사고 처리를 위해 많은 시간 낭비해야 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기에 애초에 엮이는 일 하나 없이 서로의 이해 영역 안에서 머무는 안전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경계해야 할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몇 가지 유의할 점을 주입하는 사이 손님과 히드라가 내려왔고, 대망의 큰 사업에 관한 계획을 들었다.


"제가 광산에 좀 투자해 보려고요."

"풉"


큰 사업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할 줄은 몰랐다. 뿜을 수밖에.


"필리핀에서 한국인 대상으로 하는 사기 사건 중에 가장 굵직하고 잦은 사건 소재가 바로 광산입니다. 당연히 많이 알아보셨겠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이고 그럼요. 여기 중국계 친구가 하나 있어서 그 사이에 많이 알아봤습니다."

"원래 아시던 분이세요?"

"아는 후배가 예전에 여기서 온라인 사업 하면서 알게 된 친구라고 소개해 줬거든요."

"그러면 그 후배분은요?"

"그 친구가 얼마 전에 교도소 들어가서 같이 못 왔어요."


손님과 히드라가 그 중국계 친구를 만나러 간 사이 직원에게 지시한다.


"차 렌트비하고 호텔비, 환전 다 얄짤없이 인터넷 가로 받아라."

"인터넷 가요?"

"응. 렌트하고 호텔비는 인터넷에 나오는 가격으로 받고, 저 양반 가져온 달러는 원화-페소 환율에 맞춰서 줘. 많이 남을 거다. 남는 건 다 너희 써"

"헉! 그래도 될까요?"

"응"


본인이 직접 다니면서 알아보고 그 정도의 확신이 있었다면 모를까 남의 말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그에 혹해서 몇십억짜리 사업을 위해 부리나케 달려왔다는 사실로 짐작건대 호구가 분명했다. 

연이은 사업 실패도 아마 그 이유였으리라. 

돈 많은 아버지 앞에서 유창한 중국어로 통화하는 모습으로 안심시키고, 이번만은 확실하다며 졸랐을 테지.

신경 안 쓰려고 했지만 다녀와서 무슨 말을 할지 자못 궁금했다.

솔직히 그들의 진행 상황에 대한 호기심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입 내밀고 고개 끄덕거리는 히드라 선생을 면밀히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늦은 시간까지 간절히 기다렸건만 아쉽게도 그날은 히드라 선생을 영접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다음 날 저녁.

중국계 친구가 줬다고 자랑하며 부코 파이 두 상자 중 하나를 내미는 손님 그리고 그 옆에 다시 봐도 개성 넘치는 히드라 선생이 마침내 등장했다.


"이거 좀 드셔 보세요."


코코넛 과육으로 안을 채운 뭐 그렇고 그런 파이로 가격이나 맛이나 내 레벨과 취향에 맞지 않아 늘 거절당하는 음식이었지만 그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감사의 마음으로 받았다. 

받고 나니 뭔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


"어제, 오늘 많이 알아보셨나요?"

"예에! 하루 종일 정말 바쁘게 움직였네요. 현장에도 가봤습니다."


많이 들떠 있었다. 내가 보답으로 준비한 선물은 그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문서와 숫자, 기록을 점검하게 하려는 조언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동남아 식민지에 보물을 숨겼다는 기록도 있고, 야마시타 보물이라고 해서 수천 조에서 1경을 넘는다는 소문도 있고, 마르코스 정권 시절 일부 발견했다고도 하는데 그런 얘기들이 광산 개발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면서 왜곡된 소문들이 많이 생겨났거든요. 물론 필리핀에 각종 광물 매장량이 꽤 되는 걸로 알고 있긴 한데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정부 허가 없이 채굴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닐 겁니다. 정부에서 인가한 지역이고 허가받은 사업인지 서류 꼼꼼히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말을 이어 나가려는데 히드라가 끼어든다. 


"저희가 신중하게 봤는데요 확실합니다. 파퀴아오도 만나기로 했고요."


내가 그 양반을 히드라라고 부른 이유가 있다. 단지 생김새와 침 뱉는 버릇을 상상의 외계 생명체에 비유해 별명 짓는 건 잘못이지만 남 큰돈 쓰는 일에 어설픈 지식과 촉으로 부추겨 망치려는 꼴이 테란 종족 즉, 인류를 공격하고 피해 입히는 저그 히드라와 영락없었기 때문이다.


"파키아오라는 이름은 권투 중계나 스포츠뉴스보다 여기 거주하는 한국인들 입을 통해 더 많이 들었습니다. '파퀴아오랑 사진 찍었네', '같이 사업하네' 하는데 파퀴아오가 한국인, 중국인 많이 사는 콘도 광고 모델은 했어도 돈 합쳐서 같이 사업했다는 뉴스는 여태껏 들어 본 적 없습니다. 모든 서류 다 확실히 확인하시기 전까지는 진행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를 연발하는 히드라와는 달리 귀가 얇은 손님의 표정은 굳어가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밀려오는 느낌.

방으로 돌아가려는 그들의 등이 보이자마자 형님에게 전화했다.


"형님! 혹시 손님하고 가깝게 지내시는 사이신가요?"

"아니야. 왜? 무슨 일 있어?"

"광산 사업하겠다고 오셨거든요. 전에 한식당에서 식사할 때 옆 테이블 한국 손님들 광산 사업 주제로 속닥거리길래 제가 비웃으면서 드렸던 말씀 기억하시죠? 이 분도 광산 때문에 오셨답니다."

"안 그래도 형이 너 돈 되는 일도 아니고 번거로울 거 같아서 소개할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네가 좀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결한 거거든. 그 친구가 좀 헐렁해. 귀도 얇고."

"제가 첫날부터 조심하시라고 당부하고, 좀 전에도 이상한 서류 하나 달랑 들고 오는 게 걱정스러워서 길게 말씀드리긴 했거든요. 형님 혹시 오늘내일 중에 연락되시면 저랑 상의하면서 천천히 진행하라고 좀 해주세요. 제가 내일부터 신경 써서 살펴보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네가 신경 좀 써줘."


형님과 통화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드라가 내려왔다.

직원에게 맥주 몇 캔을 부탁하는 걸로 봐서 둘이 함께 마시려는 듯했다.


"저...... 잠시 저랑"

"지금 중요한 얘기하던 중에 내려와서 바로 올라가야 하거든요."


피하려는 눈치가 여실했다. 

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 그들은 보이지 않았고, 내 전화도 피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오후,

나를 급하게 찾는다는 직원 전화를 받고 그들을 만났다.


"그 중국계 친구가 어제부터 전화를 안 받습니다."

"혹시 그 사이에 돈거래 있었습니까?"

"예, 계약금 2,000만 페소......"


당시 한화로는 5억 4천에 가까운 금액.

다른 카지노에서 만난 환전업자를 통해 원화를 이체하고 받은 페소를 중국계 친구에게 계약금으로 건넸다고 한다.

황당하고 어리석은 일, 하지만 종종 벌어졌던 동종의 사기 사건.

더 재밌는 사실은 원화를 페소로 바꾸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환율을 적용했고, 그 차액을 히드라와 환전업자가 미리 짜고 해 먹었다는 것.


나는 분명 그에게 신중히 결정하라고 했다.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눈과 귀가 향하는 방향 모든 곳에서 흘러나오는 일방적 권유는 우리에게 사라고,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광고가 아닌 언론들 조차 어느 한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 살림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사안을 분별력 없이 앞다퉈 보도하며 대중의 조바심을 자극하고 있다.  

부동산 시세가 오르기 시작하며 여러 언론에서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끊임없이 반복했을 때가 그랬다. 

주식시장이 연일 활황이라며 동학 개미의 투자와 대출 규모를 다룰 때도 그랬다.


남 잘 되는 꼴 못 보는 사람도 많지만, 남만 잘 되는 꼴 못 봐서 성급히 뛰어드는 사람 수도 그에 못지않다.

대출받아 집 사고, 무리하게 투자한 서민들이 높아진 금리와 떨어지는 집값으로부터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나치게 권하는 사회.

할까 말까 양자택일에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에게 난 희미하게 가려진 다른 선택지를 권하고자 한다. 


먼저 이렇게 한 번 나누어 생각해 보자. 

과거에 해야 했는데 혹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 해야 하는데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혼자 있는 시간, 당신은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잘했던 일을 떠올리기도 하고, 고통이나 수치의 원인이었던 잘못을 후회하기도 한다. 

요즘 당신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지 모르며, 반대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금하고 있어 뿌듯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거나 하지 않고 있거나, 과거에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일과 비슷한 일을 반복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고 있거나 그리고 과거에 행했거나 행하지 않은 일에 의해 지금 행복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했는지 안 했는지로 나뉘는 두 경우의 수. 이제 돈에 연관된 사건으로 축소해 살펴보자.

전 세계 80억 가까운 인구의 가위, 바위, 보 토너먼트에서 수십 번 연속으로 이기면 세계 챔피언이 된다. 

그런데 그 사건이 누군가에게 벌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다.

이렇듯 무슨 일이건 실력이 아닌 단순 선택에 의한 승부에서 종속의 사건이 거듭될수록 연속해서 이기는 확률은 낮아진다. 

풀어 설명하자면 가위, 바위, 보 셋 중 하나를 내는 단순 선택에서 한 번 이기는데 50%, 두 번 연속 이기는데 25%, 세 번은 12.5%.

다시 말해 노력과 실력이 아닌 선택만으로 이뤄지는 승부에서는 그렇다. 

당신이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얻었던 재물과 행복은 어느 정도의 실력과 노력으로 얻어진 것인지 떠올려 따져 보자.

반대로 잘못된 선택이 낳은 손실과 불행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3년 가까운 긴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나에게 던진 몇 가지 진지한 질문의 하나였다.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 사건의 시작은 내 선택이었고, 대부분은 실력과 노력의 부재 탓이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 둘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않았으며 단지 성급한 선택이었다는 결론이다.

현명한 실패자는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과 지식을 얻어 차기 결과에 섞이게 될 불순물을 줄이려 노력한다.

반면 어리석은 실패자는 실패의 원흉을 솎아내지 않은 채 선택만을 후회할 뿐이며 차기의 과정 내에서 여전히 활보하는 그것들의 방해로 인해 또 다른 실패를 거듭하며 산다.

강조하건대 , 선택을 후회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는 '그때 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종목에 투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말이 주를 이루고 '더 알아봤어야 했는데', '더 공부했어야 했는데'라는 자책의 목소리는 작게 들린다.


성공에는 타임라인이 있다.

맹목적 선택에 의해서가 아닌 내 실력에 맞는 길을 택해 걸어온 궤적이 있다는 말이다.

당신 성공의 진로에 있어 고등학교처럼 낮은 수준의 성공까지는 어찌어찌 이뤘는지 모르겠지만, 대학 그 이상 수준의 더 큰 성공을 위해서는 높은 점수가 필요하다. 

누구는 노력을 게을리해 낮은 점수로 낮은 대학에 가 낮은 연봉의 직장을 다니고, 누구는 전혀 노력하지 않아 이해가 아닌 선택으로 답을 찍었으며 그래서 대학 진학과 좋은 기업 입사에 실패했다.

사업, 부동산, 주식투자에서 성공의 길도 그와 같다.

당신이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는 누군가도 당신처럼 모르는 문제를 찍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그 개수는 적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운이 좋았다? 그건 당신 생각이요 당신 실패론이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본인 미래에 더 유익하다.

설령 천운을 안고 태어나 익숙지 않은 일에 연이어 성공하는 이가 주변에 있다 하더라도 내 전생을 탓하고, 내 현생의 공덕을 쌓는 데 여념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정신 건강에 더 유익하다.

사실 나는 천천히 하라는 조언을 에둘러하고 있다.

정말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여서 그렇고, 달려들 작정인 누군가의 호흡을 고르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엄중히 말해 무딘 칼로 사냥터에 뛰어들려는 이들을 말리려 하고 있다.

그런 칼이라면 채소나 짓이겨 먹으면 될 일이지 고기 먹으려는 욕심에 엄하게 들짐승 상대했다가 상처투성이로 돌아오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그래서 바라건대 당분간은 칼을 가는 데 열중하기 바란다.

이제 제법 예리하다 느껴지면 남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자기 손가락을 칼날에 대보기 바란다. 

나에 대한 평가는 원래 그렇게 냉정하게 이뤄져야 하고, 남에게 의견을 구하고 싶을 때는 내 평가의 결과물을 보이는 게 맞다.  

'네가 갈았으니 예리하겠지' 따위가 아닌 '피가 나는 걸 보니 충분히 예리한 것 같구나.'라는 답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무딘 칼로 사냥하러 갔다가 멧돼지에 받쳐 중상해 입고, 칼마저 잃고 돌아와야 했던 빈손의 내가 처량하다.

그래도 살겠다고 흙 파먹고 지내다가 글이라는 무딘 칼 하나 다시 손에 쥔 지금이 너무도 행복하다.

갈고, 닦고, 치유하고, 반성하며 살다 보니 지난날 묵묵히 칼을 갈던 지인들이 떠오른다.

내가 안쓰럽게 바라보던 선배, 후배, 친구들.


- 직장에서 버는 돈 꾸준히 저축하며 앞뒤로 주말 붙인 휴가에 자식 데리고 캠핑 떠나 행복한 웃음 가득 묻어나는 사진으로 사연 전하던 친구들.

- 열심히 공부하고 뛰어다니며 방법을 찾아 집을 넓혀가는 중에 아내 몰래 모은 비상금 200만 원으로 십 년째 주식하며 보유액 몇만 원 오르면 좋다고 고기 사 먹고, 떨어지면 더 공부하는 후배.

- 언제 만날지 모를 미래의 신부와 좋은 집에서 살겠다며 퇴근하고 집에 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게임과 미드 보기.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난 뒤에야 새 게임을 사는 억척스러운 마흔아홉의 노총각 선배.


무리하게 큰돈 투자해서 큰 행복을 추구하려 하기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 누리며 천천히 칼을 갈고 있는 그 사람들.

부지런히 달려온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 참아왔다고 칭찬하고 싶다. 부럽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내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당신이 추구하려는 행복을 위한 노력과 실력의 칼은 예리해지고 있는가?

갈고 있지 않다면, 갈고 싶지 않다면, 갈아도 예리해지지 않는다면


그 칼, 그 일


천천히 해도 된다.

어쩌면 안 해도 된다.

성급한 마음 진정시키고, 부족하다는 불만 지우며, 당분간은 주위의 작은 행복을 찾아 누리자.

작가의 이전글 위기 안에 위기, 터널 시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