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흑인 여성의 삶
16살 아버지와 13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떠난다.
생계를 위해 어머니는 타지로 떠나고, 아이는 외숙부에게 맡겨진다. 그곳에서 학대를 받고, 겁탈당할 뻔하기도 한다.
9살, 가톨릭학교에 다니다 무단결석이라는 이유로 소년법원에 끌려가 형사시설에 수감된다.
9개월 후 가석방되어 어머니와 재회하나, 새로 함께 살게 된 의붓아버지는 곧 사망한다.
어머니가 다시 일을 위해 떠나자, 아이는 매음굴에서 잡일을 하며 혼자 끼니를 해결한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가정에서 40대 주인에게 성폭행당한다.
남자는 무죄로 풀려나고, 오히려 당시 10살이던 아이는 보호감호소에 보내진다.
2년 후 출소하지만 또다시 성폭행을 당한다.
어머니를 따라 이사한 뒤, 3년 간 어머니와 함께 사창가에서 몸을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원하는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손님에게 고발당해 다시 법정 구속.
출소 후 어머니와 함께 하녀 생활을 하나, 경기 악화로 거리로 내몰린다.
일자리를 찾아 나이트클럽 오디션에 도전하지만 들통나며 망신을 당한다.
침통한 마음으로 돌아서려 할 때, 피아니스트의 제안으로 노래를 부른다...
이 여성은 세계 3대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중 한 사람, 빌리 홀리데이.
1900년대 초, 미국에서 흑인으로, 여성으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모든 불평등과 폭력의 집합체 같은 현실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녀는 생존 자체가 기적이었지만,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유명세 이후에도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존재를 부정했던 아버지는 그녀의 성공을 듣고 돌아와 수입을 뜯어가려 했고, 마약중독 남편과의 결혼은 그녀에게도 중독과 이혼이라는 고통을 안겼다. 두 번째, 세 번째 결혼 모두 마약과 폭력, 갈취, 감옥, 그리고 이혼으로 끝났다.
첫 남편과 이혼한 뒤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그녀는 더욱 깊은 중독으로 빠진다.
그녀의 마지막 남편은 그녀의 수입을 모두 갈취했고, 죽음 직전까지도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는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남긴 잔고는 70센트였다.
그녀를 향해 "남자에게 집착했다", "전과 3범이었다"고 말하는 평론가들과 클릭을 유도하는 유튜버들을 본다.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이 그녀의 인생을 살아보시오.”
한 시대, 한 피부색, 한 성(性), 한 계층으로 태어나 거듭 짓밟히고도 노래했던 그녀.
고작 10살도 되지 않아 학대당하고, 성폭행당하고, 감옥에 끌려가고, 그렇게 반복되는 지옥 속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목소리 하나로 살아남았던 사람.
그녀는 단지 사랑을 원했을 뿐이다.
공포의 손길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고, 다정한 눈빛을 믿고 싶었고, 언젠가 찾아올 따뜻함을 갈망했다.
그녀가 남자들을 사랑한 게 아니다. 단지 사랑을 믿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의 삶을 모르고, 시대를 모르고, 노래만 들어놓고 인생을 논하지 마시라.
빌리 홀리데이.
세상이 가둔 새장 안에서 사랑을 갈구하던 여인.
그녀의 마지막 앨범 『Lady in Satin』, 그리고 그 속에 담긴 "I am a fool to want you"를 오늘, 그녀의 삶을 기억하며 다시 들어보라.
그리고 그녀가 세상에 처음 그녀의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던, 나이트클럽 오디션에서 불렀던 곡,
Travelling all al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