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이란, 살아있는 가축을 기르는 사육 단계, 도축/가공을 통해 식재료로 변환하는 가공 단계, 그리고 소지자에게 공급하는 판매 단계를 거쳐 식탁으로 공급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가축을 사육하는 것에 대한 핵심 경쟁력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료작물의 생산 역량입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넓은 국토, 사료 작물이 자라기 좋은 기후를 가지고 있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번, 미국 방문은 바쁜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자주 가기 어렵기에 산업 구조를 전반적으로 볼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는 소를 기르는 비육장(Feedlot), 도축/가공장, 리테일 등을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보통의 경우 비육장도, 도축/가공장도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루에 2~3곳 보는 것도 상당히 힘든 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도축/가공장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합니다. 사진을 못 찍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회사의 생산공정에 대한 보안도 있지만, 개인의 얼굴을 찍는 것도 안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진은 허락된 공간, 방문과 관련 있는 상품의 사진 이외는 찍을 수가 없습니다. 거대한 생산라인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고 싶지만 기억 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생체가 도축장에 도착하면, 타격 -> 방혈 -> 외피제거 -> 내장적출 -> 2분 도체 -> 냉각 -> 발골 -> 정형 -> 포장 -> 박스 등의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2분 도체로 분할된 지육은 냉각(15~24시간 내외)의 과정을 거쳐야 발골하기 적당하며, 등급을 판정하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지육 보관실은 여유 있는 공간을 주어야 냉각의 속도가 빠른데, 방문한 가공장은 여유 있는 공간으로 적정하게 냉각할 수 있는 구조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분 도체
등급을 판정하기 위해서는 흉추 13번째를 절단하여 등심과 채끝의 경계선을 나누고 등심의 단면의 마블링을 보고 판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해 보입니다.
마블링에 대한 선호도는 한국과는 조금 다른 듯 싶습니다. 이는 식문화의 차이로 보입니다. 미국은 주식으로 스테이크 문화가 보편적이기에 마블링(근내지방) 선호도와 과다지방 섭취로 인한 비만의 우려의 적정선을 좋아하는 듯싶습니다. 초이스, 프라임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초이스등급 수준이면 훌륭한 스테이크로의 식재료로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식 외의 식재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절대 섭취량이 적습니다. 그렇기에 고소한 맛, 부드러운 것에 중심을 두고 먹기 때문에 마블링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흉추 13번 등심의 마블링
MD들은 출장을 가게 되면, 수입되는 고기의 스펙을 중심으로 확인합니다. 소고기의 경우 어느 곳에서 칼로 절단하느냐에 따라 원물의 가격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쉽게 알고 있고, 많이 먹는 부채살(Oyster blade)도 상단부문과 측면에 앞다리의 살들을 포함하여 절단하면 가격이 낮아지지만, 막을 따라 부채살의 근육만을 정형하면 가격은 많이 비싸집니다. 빠른 정형의 속도를 감안하면 막을 따라 정확하게 정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척아이롤(목심+윗등심)의 부위 또한 목심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느냐와 측면을 어느 정도 부착하느냐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많습니다. 전용스펙을 요구하여 반영되기도 하지만, 대게는 그 가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다양한 스펙의 범위에서 합리적인 스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채살과 척아이롤
채끝등심의 경우 측면의 지방이 부착되어 있는데, 채끝, 안심 등 스테이크용으로 가장 좋은 부위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좀 비싸게 책정되어 있어 국내 리테일에서는 자주 보기 어려운 부위들 이기도 합니다.
채끝등심
현지 공장에서 수입될 스펙을 미리 확인하고, 개선해 줄 것들에 대해 요청하고, 행사 일정에 맞춰 수입되는 물량 정도를 서로 협의합니다.
수입육의 경우 내부의 경제상황에 따른 내수소비량, 기후 환경에 따른 곡물가격의 변동, 수출국가별 수입부위, 변동량에 따라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수입되는 기간이 배를 타고 오는 50일 내외 걸린다 볼 때, 향후 변동을 예측하기 위한 정보 수집에 집중해야 운영하기가 좋습니다. 물론 환율의 동향과 국내 소비동향도 잘 파악해야 합니다.
계류장인 듯싶습니다.
가공장 옆에 계류장인 듯싶습니다. 보통 1개의 가공장에서 도축하는 두 수가 국내 도축두수와 맞먹는 규모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MD는 바쁩니다. 어찌 되었던 MD의 목표는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상품을 구매해서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허투루 구매하지 않습니다. 꼼꼼하게 점검하고, 스펙을 조정하고, 물량을 확인합니다. 한국의 소비자는 까다롭고, 품질에 대해서 엄격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