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말이 짧은 사춘기 아들이 리그오브레전드 한정판 스킨을 사야 하는 이유를 길게 이야기합니다.
엄마한테 이야기하면, 딜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콜, 사이트 열어, 바로 결제하자~"
이제, 경주여행의 스케줄을 예약해도 됩니다.
아들과 여행, 경주는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기에 한옥에서 자면 색다른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경주의 한옥펜션" 중 마음에 드는 "와담정"이라는 펜션을 예약했습니다.
아마도 한정판 스킨을 사주어서 인지, 출발할 때 아들의 기분이 좋습니다.
"아빠, 핸드폰 줘봐~"
"왜~"
"내가 좋은 음악 틀어줄게"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딱 봐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주제곡들인 것 같습니다.
"어때?"
"괜찮네~, 다른 음악들은 없나?"
다른 음악들을 틀어주며 하는 말
"이건, 내가 게임할 때 듣는 음악들인데, 어때?"
'음~, 나름 괜찮네'
그래도 기분 좋게 이야기하는 상황이 좋습니다.
경주에 도착하였습니다. 펜션이 있는 마을의 이름이 특이해서 사진으로 찍어보았습니다.
천원(泉源)마을, 마을이름의 특이해서 어원의 유래를 찾아보았습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泉源"이라 불렸답니다.
천원(泉源)마을 입구
마을 입구를 지나 예약한 한옥펜션 "와담정"을 찾았습니다.
한옥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도시가 있을까? 역시,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인 것 같습니다. 깔끔하게 관리된 정원과 나무들이 초록의 계절을 품고 있습니다.
한지가 붙여진 전통방식의 미닫이 문이 있고, 나무로 만든 툇마루 아래로는 검정 고무신이 놓여 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열고 정원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음이 평안해지네요.
마을도 조용하고, 평일이라 손님도 없고, 직장생활에 찌든, 스트레스받은 복잡함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다는 것, 어떤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시간이 멈춤 듯한 평안함은 오래간만에 느끼는 감정인 듯 싶습니다.
'아~, 좋다.' 아들도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들, 괜찮나~"
"어, 나쁘지 않네, 고무신이 있네~"
검정 고무신이 신기한가 보다.
"검정 고무신 보기 쉽지 않은데~, 아빠 어렸을 땐 장난감이 없어서, 한쪽 고무신을 뒤집어서 자동차라고 하며 놀고 그랬는데~"
아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일 테니까~
경주 한옥펜션, "와담정"
정원 한가운데, 옛날 사람들의 삶을 토기로 만들어 놓은 조형물을 보았습니다.
'정말 어렸을 땐 저런 집들이 있었는데, 툇마루에 앉아 밥도 먹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가마솥에 곰탕 같은 것도 끓이곤 했었는데..., '
머리에 수건을 두른 아낙네를 보니, 돌아가신 어머님이 잠깐 생각났습니다.
'저런 모습으로 4남 3녀의 자식들을 기르셨으리라~ 정말 힘들고 고된 삶을 사셨겠지~'
정말 잘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었습니다. 한옥펜션과 잘 어울리는~
궁금해서 사장님께 물어보았더니, 한옥의 정원을 제대로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시네요.
정성이 많이 들어간 한옥펜션이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경주 한옥펜션 "와담정" 정원의 조형물
이젠 먹으러 가야 합니다. 배고프면 짜증 날 수 있고, 짜증 나면 즐거운 여행이 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우선 조돌칼국수라는 곳을 찾아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맛있습니다.
먹고 나와서 경주의 명물 "십원빵"을 먹습니다. 치즈가 들어있는 십원빵 아들이 좋아하네요.
"조돌칼국수"와 "십원빵"
경주 사는, 좋아하는 친구가 알려준 현지인 맛집 이랍니다. "호박고을"이라고, 호박과 오리가 함께 나오는데 맛있습니다. 아들도 좋아하네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고기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오리구이 "호박고을"
"경주 단골식당", 아주 맛있는 식당입니다. 오징어 불고기와 돼지불고기를 시켰습니다. 양념에 물이 없고, 석쇠에다 구웠는지 불향도 나고, 괜찮습니다. 부추와 깻잎과 함께 먹으면 맛있습니다.
나는 벌써 3번째 방문한 식당이지만, 아들은 처음이니 맛이 궁금했습니다.
"아들, 맛이 어때?"
"어, 맛있네"
역시나, 대화는 짧습니다.
오징어불고기, 돼비불고기 맛집 "경주단골식당"
경주 서출지, 신라 시대부터의 저수지를 방문하였습니다.
날이 너무 좋았습니다. 도깨비의 유명한 대사가 떠오르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사춘기 아들과 좋아하는 경주 친구와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한가로움~,
여행에 있어 맛집도 중요하고, 잠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가로움과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좋네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 모두가 눈부셨다.
연못에서 나온 노인이 전달해 준 봉투의 내용대로 해서, 궁중의 간계를 막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저수지랍니다. 바쁜 일상 속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산책 추천합니다.
아들은 더운가 봅니다. 시원한 거 먹으러 가자 하네요~
신라시대 저수지 "서출지"에서 느낀 한가로움
한옥펜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월정교의 야경입니다. 남천(南川)이 흐르는 월정교를 건너가 보았습니다. 월정교에서 조금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 돌다리가 있습니다. 돌다리 중간에서 월정교의 야경을 찍으면 사진이 예쁘게 나옵니다. 더운 여름날이지만, 남천(南川)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아들, 조심해서 건너, 잘못하면 물에 빠진다."
키는 아빠만큼 훌쩍 커버린 아들에게 말을 던져봅니다.
"알~" 역시나, 대답은 짧습니다.
"월정교"의 야경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고 싶었습니다. 경주이니, 경주다운 카페가 있을까? 하고 찾아보았습니다.
아들하고 차 한잔 하는 거 좋을 듯싶었습니다.
"청수당"이라는 카페입니다. 연못 위에 지어진 한옥 카페 같은 느낌입니다.
아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한옥카페 "청수당"
사춘기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공부는 담을 쌓은 듯한 아들을 보며, 잔소리를 할까 봐 말을 아낍니다. 어찌 되었던, 여행이라는 것을 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