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의 측면에서 본 네이버 VIBE
음악은 인류의 시작 이래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왔습니다. 인류의 공통어로 음악을 꼽은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 말처럼, 음악은 인간이 국경을 넘어선 소통을 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인간을 유희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사람들은 출퇴근길에도, 카페에서도, 잠들기 전에도 음악 스트리밍 앱에 접속해 음악을 찾습니다.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듣는 경험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경험이 아닙니다.
꾸준히 성장 중인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현재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입니다. 기존 이용자 수를 토대로 한 점유율을 가진 Melon과 Genie Music, 새로 도전장을 내민 Flo와 네이버 VIBE, 유튜브의 인기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보에 도전하는 YouTube Music과 올해 2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Spotify, 세계 2위 스트리밍 서비스이지만 국내 출시 이후 고전 중인 Apple Music까지 점유율 다툼이 치열합니다.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각축전에서 네이버 역시 2018년 출시한 VIBE라는 서비스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AI를 활용해 사용자 개인의 취향에 맞춘 음악과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해주는 것과 사용자가 듣고 있는 노래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노래를 추천해주는 ‘자동추천재생’이 주요 기능이며 VPS(Vibe Payment System)을 도입해 이용자가 들은 음원의 저작권자에게 이용자가 지불한 금액이 배분되도록 하는 정산 시스템을 특징으로 갖고 있습니다. VIBE는 음원 외에도 네이버 NOW(네이버 나우)의 다시 듣기 및 보기 기능을 지원해 오디오 콘텐츠도 함께 제공 중입니다.
VIBE는 출시 초기 Spotify와 비슷한 인터페이스와 서비스임을 암시하는 듯한 마케팅으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후에는 네이버 뮤직과 통합했고, 현재는 '뮤직앱의 종착은 네이버 VIBE'란 문구를 내세워 신규 이용자를 유입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시 3년 차를 맞은 VIBE의 음악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라는 브랜드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실정입니다. 같은 해 출시된 SKT의 Flo보다도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네이버 뮤직과의 통합 후 시장 점유율 상승을 기대했지만 실제 점유율 변화는 미비했습니다. '듣는' 시대에서 '보고 듣는' 시대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VIBE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저조한 점유율을 높이고 종합 오디오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사용자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VIBE가 뮤직앱의 종착지가 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UX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보고자 합니다.
음악 감상은 여러 감각 자극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음악을 감상하면서 선율과 리듬을 보고 듣고 느끼고 더불어 음악에 대해 평가를 하기도 하고 음악의 의미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UX의 측면에서 감각적 경험이란 보고 듣고 만지며 경험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이자 지각에 대한 반응을 포함하는 경험을 의미하며, 이 중 매체 풍요성은 다양한 감각 정보를 풍부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VIBE로 음악을 재생하면 재생 화면 인터페이스에서 앨범 커버 이미지와 노래 제목, 가사 등이 보이는데, 현재는 음악 재생시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매체 풍요성이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당 곡의 정보가 전달되는 방법이 단조로워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용자로서는 불만족을 느낄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이는 유튜브 등의 영상 콘텐츠의 성장 이후 높아진 사용자들의 '보는' 음악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하게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반면 Spotify의 경우 음악을 재생했을 때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을 3초에서 8초가량 반복해서 보여주는 Canvas(캔버스)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Canvas 기능은 현재는 일부 곡에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기능(2021년 6월 기준)이지만 영상과 음악이 복합 자극으로 전달되는 높은 매체 풍요성을 갖고 있어, 사용자는 Canvas 기능을 제공하는 음악을 들을 때 해당 곡에 대한 정보를 보다 풍부하게 얻을 수 있고 보는 음악에 대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Spotify가 공개한 Canvas 기능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Canvas 기능이 제공되는 곡이 플레이리스트에 더 많이 추가되고 스트리밍 수가 최대 120%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는 높은 매체 풍요성이 사용자가 음악을 생동감 있게 감상하는 것을 돕는 경험 요소이자 서비스 이용 시간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에게 더 풍부한 감각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VIBE 역시 영상과 결합한 '보는' 음악을 제공할 것을 제안합니다. VIBE에서 추천하는 개인화된 '믹스테잎'에서 각 음악의 분위기와 일치하는 영상을 제공하고 각 영상과 음악이 믹스테잎 안에서 하나의 컨셉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각 자극과 청각 자극이 복합적으로 결합될 때 사용자는 더욱 강한 매체 풍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각 음악의 뮤직비디오 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리스트와 믹스테잎에 대한 사용자의 몰입적 경험을 도울 수 있는 영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VIBE의 주 타겟 유저인 1020세대가 선호하는 숏폼 형태의 영상을 제공해서 이들에게 강렬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믹스테잎의 전체 영상 중 마음에 드는 부분만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지원한다면 1020 세대 사용자의 더 많은 유입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VIBE는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에게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하도록 유도합니다. 아티스트를 선택하면 추천이 시작되는 VIBE의 시스템은 Spotify와 유사한 방식이며 사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하면 AI 기반의 시스템이 맞춤형 플레이리스트인 믹스테잎을 만들어줍니다. 이처럼 VIBE는 좋아하는 가수의 믹스테잎 외에도 ‘첨듣(처음 듣는) 믹스테잎’, ‘새노래 믹스테잎’ 등의 새로운 믹스테잎과 자동 추천 재생 기능을 제공함에 따라 사용자는 뜻밖의 즐거움(Serendipity)을 느낄 수 있습니다.
뜻밖의 즐거움이란 판단적 경험에서 유희성에 해당하는 경험 요소로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의외의 경험을 의미합니다. 사용자들은 VIBE를 사용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와 가수의 음악이 추천될 것을 예상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관련된 플레이리스트가 제공되는 것은 어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쓰더라도 제공되는 뻔한 기능이고, 예상한 음악이 추천되는, 의외성이 없는 서비스는 사용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지속해서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VIBE는 '첨듣 믹스테잎'과 '새노래 믹스테잎'을 통해 사용자에게 음원의 홍수 속에서 좋아할 만한 음악을 발견하는 뜻밖의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VIBE의 믹스테잎이 제공하는 의외성은 사용자가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입니다. 기존에 '좋아요'를 눌러 표현한 아티스트의 노래이지만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믹스테잎의 음악들은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추천이 아니었다면 들었을 것 같지 않은 음악인데 들어보니 정말 좋은 음악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해 VIBE도 추억의 히트곡들을 담은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특정 세대가 아니라면 공감하기 어려운 곡들이 상당수 선곡 되어 있습니다. 그로 인해 타겟 연령층인 Z세대가 느끼기에는 맞춤형 추천이라 생각되지 않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제안되고 있습니다.
반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Spotify는 VIBE보다 적극적으로 뜻밖의 즐거움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Spotify는 계정 가입 시 얻은 개인정보와 사용자 데이터를 토대로 '타임캡슐'이라는 이름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면서 사용자가 십 대 시절 들었을 법한 추억의 음악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사용자로서는 최신곡이 아닌 학창시절 유행하던 과거의 곡이 제안된다는 점이 흥미를 끌며 타입 캡슐 플레이리스트 속 음악들을 들으며 과거의 기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더 큰 뜻밖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삼성은 갤럭시 Z플립을 과거에 사용한 바 있는 익숙한 폴더폰의 디자인으로 출시해 상대적으로 낯선 폴더블폰의 수용을 유도하고 코로나19 상황에도 판매량이 증가한 바 있는데, 이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활용하는 전략은 기기나 시스템의 수용 의도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추억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뜻밖의 즐거움과 더불어 VIBE에 대한 호의적인 인식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Spotify와 비슷하게 VIBE도 사용자의 데이터를 토대로 사용자의 학창시절 곡들을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VIBE에서 제공되고 있는 '백투더 탑골 발라드' 플레이리스트는 10대와 20대라는 넓은 사용자 범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플레이리스트를 들었을 때 느끼는 추천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20대 내에서도 20대 초반과 20대 후반의 사용자들이 기억하는 학창시절의 음악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용자로부터 나이를 입력받고, 해당 나이의 사용자가 학창시절에 들었을법한 가수들의 목록을 제시해 믹스테잎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세분화한 추억의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경험의 의외성을 주며 VIBE가 신선하고 즐거운 음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임을 인식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VIBE 앱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기능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음악이나 아티스트에 대한 선호도를 나타내는 '좋아요' 기능은 사용자를 위한 플레이리스트와 믹스테잎을 구성하는 데 쓰이고, 사용자에게 추천되는 비디오를 결정하기도 하며 비슷한 노래를 발견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경험 요소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경험을 UX에서는 구성적 경험이라 합니다. 구성적 경험은 경험 요소들이 맺고 있는 관계에 주목하는 것을 말하며 밀도와 중심성을 축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VIBE는 개인의 음악 취향을 학습해 사용자가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을 내세운 서비스인 만큼 앱 내에서 다양한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VIBE는 허브 형태의 정보 구조가 없는 플레이리스트 시스템 탓에 사용자가 복잡함을 느끼게 유발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합니다. UX에서 허브 형태의 정보 구조란 여러 가지 정보와 기능을 관련성 있는 것끼리 묶어서 제공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허브 형태의 정보 구조는 관련성이 높은 것들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VIBE는 사용자 맞춤형 플레이리스트가 사용자 다수를 위한 추천 플레이리스트와 혼재되어 있어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의 탐색과 관리가 쉽다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홈 화면에서 제공되는 '나를 위한 믹스테잎', '내 취향 플레이리스트', '좋아할 최신곡' 등은 사용자 개인을 위한 추천 플레이리스트로 관련성이 높은 정보들이지만, 이를 한곳에 모아서 볼 수 있는 메뉴가 없이 사용자가 홈 화면에서 개별 플레이리스트들을 하나씩 확인해서 볼 수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Spotify의 경우에는 추천 대상에 따라 모두를 위한 추천 플레이리스트와 나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구분해서 나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메뉴가 있습니다. 홈 화면에서 두 플레이리스트가 제공된다는 점은 VIBE와 동일하지만 시스템이 추천한 개인화 플레이리스트는 '검색하기' 탭의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메뉴에서 모아서 제공하며 사용자가 직접 만든 플레이리스트는 '내 라이브러리' 탭의 '플레이리스트' 메뉴에서 확인 및 편집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는 허브형 구조로 되어 있고 사용자만을 위한 장르별, 아티스트별, 시대별, 데일리 믹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제공되는 믹스들은 모두 사용자 맞춤형 믹스들로 관련성이 높은 믹스들이기 때문에 한곳에 모아서 제공되었을 때 사용자가 복잡함을 덜 느끼고 추천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 Spotify와 같이 여러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VIBE가 개인화된 추천 플레이리스트만을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복잡성을 증가시켜 서비스 사용을 어렵게 느껴지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VIBE에서 플레이리스트를 모아서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는 메뉴를 추가할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 VIBE처럼 '보관함'의 '플레이리스트'메뉴에서 '플레이리스트 종류' 정렬을 적용했을 때 사용자가 만든 플레이리스트와 VIBE에서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가 혼재되어 보이는 방식이 아니라, '나의 플레이리스트'와 '추천 플레이리스트'로 구분되어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VIBE의 추천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안하는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는 '추천 플레이리스트' 하위 메뉴에서 모두 확인이 가능하도록 해서, 사용자가 홈 화면에서 시스템이 추천한 플레이리스트를 찾지 못하더라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VIBE의 핵심이 되는 플레이리스트를 이용하기 쉽게 만들며, VIBE의 추천 플레이리스트 이용을 증가시켜 보다 정교한 추천 제공을 위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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