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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묵 Jul 24. 2023

[수다:數茶, 차 마시며 보는 수학 이야기. 02]

0.9999...는 왜 1일까?_극한 이야기 (1)

0.999... = 1

독자분들도 중학교 수학시간에 얼핏 들어본 이야기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선생님이 아래와 같이 증명을 보여줬을 것이다.


0.999... = X 라 두자. ... (1)

양변에 10을 곱해주면 다음 식을 얻는다.

9.999... = 10X ... (2)

두 번째 식에서 첫 번째 식을 빼주면 

왼쪽은 9.999... - 0.999... = 9

오른쪽은 10X - X = 9X가 되어서 9 = 9X

9로 나누어주면 X = 1

그러므로 0.999... = 1이 된다.


음.....

X는 또 뭐였더라. 

양변을 빼주고... 나누고... 

갑작스러운 증명의 등장에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증명 이야기는 접어두자.

 

동시에 이 얘기를 접해봤던 독자분들은 이런 의문도 들었을 것이다.

0.999... 는 . 뒤로 9가 계속 이어진 수인데, 

1 이라는 수는 끝이 이미 1 하나로 끝난 것 아닌가?

그럼 이 둘이 어떻게 같은거지?


혹은, 우리가 아는 수는 1, 2, 50, 100, ... 이런 수들인데

0.999... 는 무한히 이어지는 수라고? 이건 대체 뭐지?

수가 움직이기라도 하는걸까?


이렇듯 단순히 중학교 수학에서 한 단락의 증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많은 의문점을 남기는 문장으로 보인다.


최근에 고등학교 수학을 접해본 독자분들이라면 '극한'이라는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수학적인 어지러움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 문제를 다루기를 원한다.

어려운 수학 개념은 다 제쳐두고 ... 이라는 표현에만 집중을 해보자.


0.999... 라는 표현은 약속하기를

0.9 뒤에 9를 하나 붙이고, 

하나 붙인 0.99 뒤에 9를 하나 더 붙이고, 

이를 계속해서 붙여나간다는 것이다. 


설명에 앞서 혹시 시지프스 신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지프스에 관한 일화로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그리스의 코린토스를 건설한 왕이었던 시지프스는 인간들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꾀가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어느날 죽음의 신 타나토스가 그를 데리러 오자 시지프스는 오히려 타나토스를 잡아 족쇄를 채워 그를 가두어 버렸다. 죽음의 신이 활동을 못하게 되자 세상에는 더 이상 죽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았다. 세상의 질서가 흐트러질 것은 우려한 제우스는 전쟁의 신 아레스를 시켜 타나토스를 구출하고 시지푸스를 잡아간다. 그러나 영리했던 시지푸스는 지하세계에 잡혀가기 전 자신의 아내에게 자신이 죽으면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 일러둔다.


    저승에 잡혀간 시지푸스는 아내가 자신의 시신을 들짐승의 먹이가 되도록 방치한 것을 원망하며 사흘간의 말미를 주면 아내를 혼내주고 자신의 시체도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겠다고 간청한다. 그를 불쌍히 여긴 하데스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고 이승으로 돌려보냈지만 시지푸스는 예상대로 저승으로 돌아가지 않고 꽁꽁 숨어버린다. 제우스는 결국 자신의 전령인 헤르메스를 지상으로 보내 시지푸스를 잡아 지하세계로 끌고와서는 그에게 가장 끔찍한 형벌을 내린다.그 벌은 아크로 코린토스산에 있는 커다란 둥근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것이었다. 바위는 정상에 오면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그러면 시지푸스는 산 아래로 내려가 다시 돌을 굴려 올려야 한다. 이 일을 끊임없이, 영원히, 무한대의 시간동안 반복해야 한다.

[출처: https://www.safety1st.news/news/articleView.html?idxno=1280]


시지프스는 오늘도 내일도 무한히 돌을 언덕 너머로 올렸다 다시 굴려야한다. 

끊임없이 돌을 굴려야 하는 시지프스 신화처럼 0.999... 도 끊임없이 9를 붙여나가는 시지프스를 상상해보자.

계속해서 9를 뒤에 붙이기에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이나마 큰 수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1보다 작다.

5일이 지나면 0.99999라는 수를 만들었지만 그래도 0.00001 만큼 부족하다.

그럼에도 시지프스는 언젠가 1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로 끊임없이 9를 붙여나간다.


"기대"가 바로 0.999...의 비밀이다.

평생 9를 붙여나가도 볼 수 없는, 계속해서 커지는 것 같지만 오늘은 전혀 닿을 수 없는

시지프스의 형벌, 아니 그의 꿈이 바로 0.999... 를 의미한다.


시지프스의 형벌은 그의 수명마저 초월하는 끝나지 않는 저주이다. 평생에 걸쳐 9를 붙여나가겠지만 하루를 끝마친 그는 여전히 부족함을 마주한다. 내일 채워나가야 할, 하지만 그럼에도 채울 수 없는.


여전히 0.999... 는 그 끝이 9라고 생각하는가?

그 전에, 끝이 존재하긴 하는가?

끝을 상상할 적엔 이미 9를 붙여나가는 것을 멈췄다는 뜻이다.

얼마나 많은 9를 썼던간에 말이다.

하지만, 시지프스는 내일도 모레도 어김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렇기에 마침표를 다시 내던져 9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하나(1)의 기대를 품고.


0.999... 는 9가 붙여져가는 과정이 아닌 

9를 붙여나가는 누군가의 꿈 그 자체이다.

언젠가는 1이 될거라는 기대로 끊임없이 오늘의 부족함을 점검하고 내일의 9를 붙여나간다.

설령 그 부족이 0.0000001만큼의 작은 것일지라도.


언제 1이라는 수가 만들어질지 모른다.

평생에 걸쳐 붙여나가도 1을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긍정해나가는 마음가짐과 기대가 

진정한 "하나" 아닐까?



본 글에 이어서 극한 이야기(2) 에서는

0.999... = 1 에 대한 수학적 고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등학교 수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간극을 메우는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깊이 있는 수학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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