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선 May 15. 2023

1월.

눈. 눈. 눈

한밤중인지 새벽인지 모르겠지만, 잠결에 눈 치우는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렸었다. 노르웨이의 1월은 하루 여섯 시간 정도 해가 유지되기 때문에 밤낮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어둠 속에서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보니 새벽 5시다. 눈이 많이 내리는 1월에는 차고 앞 눈을 치워야 하기에 하루가 좀 더 일찍 시작된다.


부스럭거리며 아이도 톰슨 씨도 일어나 스키복과 겨울부츠를 챙겨 입고 각자에게 맞는 삽을 잡아든다. 이렇게 눈이 밤새 많이 내리면 보통 한 시간 정도 눈을 퍼내고 쓸어내야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밤새 내린 눈 덕에 오늘 아침은 헤드라이트 없이도 사방이 밝아 보인다. 아침 식사 준비를 하다가 부엌 창 사이로 보이는 작은 숲을 마주한 뒷마당에 쌓인 눈을 바라본다. 그때 마주친 사슴 가족, 먹을 것을 찾는 것인지 주변을 살피다가 멈춘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다. 앞마당 눈 치우는 소리에 놀란 것인지 나를 보아서 놀란 것인지 귀를 쫑긋하더니 폴짝폴짝 뛰어서 이내 사라져 버렸다. 새벽 내내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눈을 치우느라 온몸이 땀으로 뒤덮인 톰슨 씨는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오늘의 운동 목표 달성했다며 스마트 워치를 흔들어 보여준다.  




앞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는 휘날리는 눈발에 보일 듯 말 듯, 갑자기 밝은 빛 한줄기 반짝하더니 이웃집 아저씨가 야광 반사 조끼를 입고, 헤드라이트를 머리에 쓰고, 스파이크를 장착한 겨울용 러닝화를 신은채 뛰기 시작한다. 영하 13도. 눈이 무릎까지 쌓여 눈을 한 시간 동안 치웠는데, 그 아래는 얼음길. 스케이트를 타도 끄떡없을 얼음 두께에 넘어지면 그야말로 사고다. 하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미끄러울지 모르는 거대한 눈밭 위를 뛴다. 언덕 위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서서히 운전하면서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얼어붙은 눈길이 아니라, 도로 위에서 만나는 자전거와 운동하는 사람들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1월, 노르웨이 출근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 있다. 버스나 자가용 대신 스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썰매를 함께 밀며 타고 학교 가는 어린 학생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고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씨라도 노르웨이에서는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전하는 말:

Det finnes ikke dårlig vær, bare dårlige klær
“There’s no such thing as bad weather, only bad clothes”
“나쁜 날씨란 없다, 나쁜 옷차림만 있을 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