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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선 May 28. 2023

3월

칩. 칩. 칩

밤인지 낮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겨울 아침이 달라졌다.

밝아졌다. 이른 아침부터 따가운 아침 햇살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칩. 칩. 칩

( 짹짹짹 아니고? )


영하의 추운 노르웨이 3월에 새들이 바빠지기 시작하였다. 새들의 지저귐이 잦아지고, 비가 자주 오며, 영상과 영하의 날씨를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날씨는 노르웨이인들의 옷차림까지 헷갈리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상 기온에 기뻐서 그런 것인지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는 종종 등산을 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잦은 비와 따뜻한 기온에 눈이 녹기 시작하자 기후 변화로 노르웨이가 따뜻해져서 스키를 탈 날들이 줄어든다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집 주변에 녹기 시작한 눈들이 아직도 내 키만큼 쌓여 있기에 꽃은커녕 작은 새싹 봉우리조차도 보이지는 않지만, 놀러 온 딱따구리와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는 사슴 가족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속삭인다. 봄이 서두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왠지 모를 따뜻한 봄기운이 동물들과 새들에게 느껴진다.


3월의 추운 겨울 꿈속, 겨울 내내 얼어붙었을 작은 숲을 찾았다. 겨울왕국이었던 눈 더미들은 잦은 비 덕에 어느새 사라지고 강인하게 남아있던 초록빛 소나무와 살아남은 잎사귀들이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었다.  


서늘한 공기보다 눈부시게 비추는 햇살이 더 느껴지는 오늘은 3월의 첫날과는 다르다.  봄과 겨울 사이인 오늘은 기분좋은 내 마음이 아무래도 봄으로 기울고 있다.


길어진 해의 길이만큼 봄이 예년보다 더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날이다.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전하는 말:

som plommen i egget.

Like the yolk in the egg.
기분 좋은 시작. 모든 것이 평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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