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햇살
겨울 내내 6시간 정도 비추던 해가 두 배로 길어졌다. 점점 낮이 길어짐을 확연히 느끼는 노르웨이의 4월이다. 반짝이는 긴 해가 있어 봄이 온 것 같지만, 현실은 하얀 눈이 덮인 골목길과 영상과 영하의 온도를 오고 가는 늦겨울일 뿐이다. 봄이다 하고 외치는 순간 함박눈이 쏟아지기 일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6개월간 기다리는 마음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 날씨야 어땠건 이미 봄이다. 부활절 맞이가 한창이기도 한지라 사람들은 봄맞이 청소라도 시작한다. 집 앞의 얼음을 깨고, 집 앞과 창문에 물을 뿌린다. 무거운 눈을 이기다 못해 꺾어져 버린 나무 더미들을 정원에서 수없이 퍼 나른다. 몇 개월 동안 열심히 사용하였던 겨울 장비와 스키용품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한동안 사용하지 못 한 자전거에 쌓인 먼지라도 털어본다. 낚시에 진심인 사람들은 차고에서 배를 꺼내어 겨울 내내 얼어붙었던 배를 청소하고, 고칠 곳은 없는지 정비한다. 다음 달에는 푸른 물빛을 보러 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청소를 하고 봄맞이 준비를 하지만, 노르웨이 눈은 쉽게 녹지 않는다. 수없이 내린 눈과 추운 날씨는 얼음층을 두껍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부활절 기간에는 결국 스키다. 햇살을 머문 하늘을 향해 멋지게 스키를 타고, 각자의 캐빈 혹은 리조트에서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봄꽃이 꽃집을 가득 메꾼다. 부활절 때문인지 알록달록한 달걀이나 깃털 장식품도 여기저기 보인다. 알록달록한 빛깔들이 기분 좋게 만들고, 장 보러 갔다가 보이는 노란 수선화에 시선을 뗄 수가 없다. 결국 우리 집 창문가에 놓인 수선화가 반짝이며 집안으로 봄을 가져온다. 겨울 내 새들을 위해 걸어두었던 새 모이통에 마지막 남은 모이를 가득 부어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집집마다 지난해 남은 씨앗들을 발아시키며 새 생명을 기다린다. 5월 말까지 집안에서 키워야 하는 새 생명들도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서둘러 고개를 내밀지만, 우리는 안다.
반짝이는 햇살에 새싹들을 함부로 밖에 두면 안 된다는 것을.
바깥을 내다보니 춥고 얼어붙었던 단단한 땅 사이로 무언가 나오려는지 갈라지는 틈새가 보인다.
아마도 작년에 내밀던 민들레가 진짜 봄을 알리려는 게 아닐까 싶다.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전하는 말
Man skal ikke skue hunden på hårene.
You shouldn't judge a book by its cover literally translates as you shouldn't judge a dog by its hairs!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