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기획세트
트레바리를 하면서 언젠가 한번 굿즈, 올리브영 기획세트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라 글로 남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는 글. 바로 전 글이 코덕 관련 글이었는데, 지금은 뷰티회사로 이직을 하게 됐다.. 사람일은 정말 모른다ㅋㅋ
올영세일 기간에 올리브영에 들어가 보면 자사몰에서는 팔지 않는 ‘기획세트’들이 많이 출시되는 걸 볼 수 있다. 리필을 주는 곳도 많지만 최근에는 키링부터 스티커, 파우치 등의 캐릭터와 협업한 굿즈를 껴서 파는 기획전이 더 많은 듯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전에는 에코백, 텀블러 같은 뻔한 굿즈에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는 브랜드 로고가 떡하니 박힌 굿즈를 줬다면 지금은 캐릭터와의 콜라보가 당연시된 느낌이다.
이 굿즈를 가지려면 화장품도 같이 사야 한다는 심리를 이용하지만 문제는 루피, 양파쿵야, 산리오 등 조금만 더 뒤져봐도 이 캐릭터의 굿즈는 많고 판매를 위해선 차별성을 가져야 하는데 키링, 스티커, 파우치는 너무 흔하다는 것
나는 개인적으로 ‘아 그냥 굿즈 주지 말고 가격이나 더 내리지’라는 생각을 하는 편인데 어림도 없다. 회사는 굿즈(콜라보+제작) 비용이 들더라도 더 큰 매출을 내야 하는 곳. 그러기 위해선 고객들이 어떤 굿즈를 좋아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 글은 고객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내가 사고 싶은 기획세트는 무엇인가’를 정리한 글이다.
1. 퓌의 키링
솔직히 말하면 키링은 이제 너무 흔해졌다. 웬만한 키링은 정말 잘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흥미가 없달까? 근데 알고리즘에 화장 관련 콘텐츠가 나온다면 모를 수가 없는 퓌 키링은 처음에 팝업에서 증정을 했다가, 지금은 올리브영에서도 팔고 있는데
퓌의 제품 문제,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진짜 아쉽게 생각하지만 그거와 상관없이 이 굿즈는 정말 잘 기획했다고 생각했다. 먼저 ‘특정 캐릭터’와 콜라보한 굿즈가 아니다. 팬덤을 노려서 만든 굿즈는 아니라는 건데, 나는 그래서 더 잘됐다고 생각한다. 취향을 많이 타지 않고, 너무 유치하지 않고, 색상을 모으는 재미도 있다는 것
또 퓌의 푸딩팟은 정말 매력적인 제품이다. 푸딩팟이 잘되자, 줄줄이 비슷한 제품이 출시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케이스가 무겁고 바르기 번거롭다는 단점들이 있는데 이 단점을 키링이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또 올리브영에는 팝업에서 증정하지 않았던 3가지 색상만 출시했다는 점도 팝업을 간 사람에게 허탈함을 주지 않고, 팝업에 가서 다른 색상을 가지고 싶도록 노린 것 같아 재밌다고 생각했다.
2. 토리든, 듀이트리의 챌린지 굿즈
나는 의미가 있거나 메시지가 있는 굿즈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토리든의 김토끼 다이브인 세럼과 듀이트리의 샒의삶 30일 챌린지키트가 결이 비슷해 같이 가져왔다.
토리든은 수분처럼 일상 속 행복을 쌓자..라는 메시지로 7일 챌린지 메모지를, 듀이트리는 제품 자체가 마스크팩 30매짜리라서 30일 챌린지 키트를 주는 기획세트인데 솔직히 실용성이 엄청 좋거나 특이한 굿즈는 아니지만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조금이나마 담았고 제품과 연관 지을 수 있는 굿즈라고 생각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3. 유시몰의 칫솔꽂이
또 잘 쓰고 있는 유시몰에서도 산리오와 콜라보를 진행했는데 산리오 콜라보는 정말 올영세일마다 브랜드가 바뀌는 느낌, 별 관심 없다가 유일하게 산 상품이 바로 칫솔꽂이 기획세트다. 솔직히 이것도 엄청 획기적이진 않다. 칫솔꽂이가 없는 집은 많지 않으니까, 심지어 하나만 꽂을 수 있다니!
하지만 가져온 이유는 이 굿즈를 보고 내가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사용할 것 같은 굿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키링을 사서 ‘내가 달고 다닐까?’를 생각했을 때 대답이 아니라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겠지만 이건 있으면 사용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회사에서 쓰면 좋겠다, 물이 잘 빠지겠다 같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 나쁘지 않은 굿즈라고 생각했다.
4. 일소의 딥클린마스터와 마켓백
최근에 나온 기획세트인 일소X에스더버니 콜라보, 올영 1위를 하고 있길래 봤다가 나도 살뻔했다. 일단 바로 느낀 건 굿즈에 돈을 아낀 느낌이 아니라는 것. 보통 스티커와 아크릴 키링을 하는 이유가 원가가 저렴하기 때문인데, 여기는 정말 괜찮은 굿즈를 만든 느낌이 강했다. (물론 에스더버니 콜라보에서도 아크릴키링 버전도 있긴 함)
피지연화제+딥클린마스터 기획세트에 ‘에스더버니 마켓백’을 추가한 기획세트를 판매하는 중인데 개인적으로 감동받았던 것은 잘됐던 구성에서 하나도 빼지 않았다는 것.
콜라보하기 전에도 피지연화제+딥클린마스터 기획세트는 핫했다. 클린마스터가 일소에서 만든 제품이기도 하고 면봉세트가 아닌 기기를 하나 주는 기획이 잘 안 될 리가 근데 콜라보라고 해서 클린마스터를 빼고 굿즈를 넣는 구성이 아닌 잘되는 구성에 마켓백을 추가로 주는 구성, 가격은 더 올랐을지 몰라도 2만 원 초반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
게다가 굿즈가 새로운데 실용성 있다는 것이다. 제품과 굿즈의 연관성은 딱히 없지만, 굿즈만 구매하더라도 최소 9천 원은 줘야 할 것 같은 퀄리티에 내 돈 주고는 사기 아까운데 있으면 한 번쯤은 사용할 마켓백. 그리고 지그재그에서도 기획상품을 판매하는데, 인형을 굿즈로 주는 곳들이 없진 않지만 꽤나 퀄리티 있는 통통한 인형을 준다는 점이 정말 굿즈에 진심이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브랜드인 것 같다.
5. 어뮤즈의 립 앤 치크 핸드폰
마지막으로 출시되지 얼마 되지 않은 기획전인 어뮤즈 헬로키티 콜라보, 물론 헬로키티 정도의 캐릭터와 콜라보하는데 대충 만들면 안 되겠지만 화장품 자체를 굿즈로 만든 어뮤즈를 정말 칭찬하고 싶다.
물론 어뮤즈 상품들이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헬로키티가 없는 버전도 굿즈 같은 느낌이 있지만, 립 앤 치크 핸드폰은 정말 더욱 굿즈 같은 느낌. 다른 굿즈들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단일상품만으로도 사고 싶게 만드는 것, 이게 진정한 콜라보고 굿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콜라보 없는 일반 기획세트와 콜라보하면 좋을 것 같은 캐릭터에 대해서도 적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