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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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벨소리가 울린다. “전화받아. 나 담배 한 대 태우고 올게.” 호프집 문 밖으로 나오자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 비받이 천정을 한 번 올려다 보고, 유리벽 한편에 붙어 서서 새끼손가락 반 만한 짧은 스틱 연초를 기기에 꼽고 스위치를 누른다. 진동이 울리는 게 느껴진다. 입으로 가져와 입술을 오므려 연기를 살며시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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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헤어지고 다시 만난 것은 딱 1년 후 겨울이었다. 3주를 못 넘긴 짧은 연애를 삐삐 음성메시지로 끝낸 것은 미래였다.
“추억으로 남으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우리 그만 헤어져.”
공중전화박스에 서서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다. 영화대사 같기도 한 짧고 분명한 미래의 말투가 어쩔 땐 아팠고, 어쩔 땐 웃겼다. 도무지 왜 헤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대학에 떨어졌기 때문이라 짐작했다. 그렇게 스스로 결론을 내고 나니 이가 악물어졌다. 재수생활 동안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공부만 했다.
반년 뒤 한 여름 어느 날 꿈을 꿨다.
운동장 트랙을 달리고 있다. 한 바퀴. 두 바퀴. 그리고 세 바퀴. 나머지 반 바퀴가 남았다. 반 바퀴 앞에 미래가 있다. 결국 세 바퀴반 트랙을 달려 미래에게 닿는다. 난 손을 내민 미래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다. 꿈은 생생했다. 왜 운동장 트랙을 달렸을까. 왜 세 바퀴 반을 돌았을까. 세 바퀴 반을 돌면 미래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일까. 이런저런 의문에 이 날 이후로 난 종종 꿈을 다시 복기하곤 했다.
수능을 마치고 미래에게 연락했고, 미래 집 근처에 있는 상가건물 2층 커피숖에서 만나기로 했다. 미래는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너. 담배 폈었어?”라는 내 질문에 “응. 너랑 사귈 때도 폈었어.”라는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왔다.
“근데, 왜 내 앞에서 안 폈어?”란 질문에는 코웃음으로 대답했다.
난 다짜고짜 미래에게 말했다. “우리 사귀자.” 미래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 연기로 도넛을 만들었다. “난 여자를 잘 아는 남자가 좋아. 넌 여자를 너무 몰라서 싫어.” 다시 매캐한 냄새가 침묵과 함께 소용돌이쳤다.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열 명 정도 다른 여자랑 사귀면 돼?” 미래는 내 말에 입술을 한쪽 위로 살짝 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래. 열 명이랑 사귀고 다시 찾아와. 그럼 만나줄게.”
미래와 헤어진 그날 밤 슈퍼에 들러 타임 한 갑과 라이터를 샀다. 집 앞 골목에서 한 가치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한 모금 천천히 입으로 빨았다. 머리가 핑하고 돌았고 몸을 가눌 수가 없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3부】에 계속
*이 글은 픽션이며, 등장인물 사건 등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