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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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문을 통해 귀에 스마트폰을 대고 입술을 움직이고 표정이 변하는 미래의 모습을 바라본다. 좀 더 통화하게 두자. 다시 짧은 스틱 연초를 기기에 꼽고 스위치를 누른다. 진동이 울릴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진동이 울린다. 입으로 가져와 다시 한 모금 연기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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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 년 후 겨울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미래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야? 나 혼자서 맥주 마시고 있어. 이리로 와줘.”
택시를 잡아타고 미래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했다.
“왜. 혼자야? 결혼한다던 그 오빠는 어디 가고?”
난 미래를 보자마자 대뜸 물었다.
“군대 갔어.” 짧게 대답하고 미래는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미래와 반건조 오징어 안주에 500CC로 여덟 잔까지 마신 것은 기억한다. 그다음은 기억이 파편처럼 사라져 있다. 모텔 방에 들어온 미래는 먼저 씻겠다고 말했다. 미래는 말을 마치고, 내 앞에서 이런 상황이 매우 익숙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옷을 벗었다. 난 자동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못 본 척했다. 분명 맥주를 많이 마셔서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이 번쩍 났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에서 땀이 흘렀다. 미래가 욕실에서 나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사무적인 목소리로 “너도 씻어”라고 말했다. 난 옷을 입은 채로 욕실로 들어가 주섬주섬 옷을 벗었다. 일회용 칫솔로 양치를 하는데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은 분주했다. 분주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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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통화가 끝나고 지루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다. 난 호프집으로 다시 들어가 미래 앞에 앉는다.
“20년 전 크리스마스이브날 기억나? 내가 모텔에서 그냥 나와버렸잖아.”
미래는 내 눈을 바라보며 “아니. 기억 안 나. 내가 나우 너랑 모텔에 갔었어?”라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니다. 아무 일도 없었어. 기억 못 해도 상관없어.”
난 황태포 조각을 손으로 집어 입에 물고 호프집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말한다.
“비 진짜 많이 온다. 언제 그칠지 모르겠네.”
【4부】에 계속
*이 글은 픽션이며, 등장인물과 사건 등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