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는 지금 ‘나는 못 해’라고 단정 지으며 스스로에게 씌운 한계는
무엇인가요? 그중에서 정말 잘하고 싶은 한 가지를 골라, 왜 그것을 뛰어넘고 싶은지 솔직하게 적어보세요.
내가 지금 가장 뛰어넘고 싶은 한계는 '공부'나 '일'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을 내려놓고 쉬는 것’이다.
스스로 '한계'라고 선을 긋는 순간은, 그 너머를 미련 섞인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막상 선을 넘으면 내 삶이 무너질 것만 같을 때다. 마치 피하지 못할 돌팔매를 맞는 듯한 두려움이 밀려올 때, 한계라고 선을 긋고 그 너머는 쳐다보지도 못하게 된다.
쉬는 것이 무엇이 힘들어서 한계란 말인가? 이 질문을 들고 생각해 보니 내게 '쉼'은 그런 의미다. 쉰다고 생각하면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은 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오늘 하루는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인데 쉰다고?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쉰다고? 갑자기 인생 낙오자가 된 듯한 기분이 밀려온다. 쉬면 안 돼!라고 마음속에서 쏜살같이 튀어나온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쉬는 게 제일 어려워요라고 말하면 코웃음을 칠 것이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제발 쉬라고 한다. 왜 이럴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곰곰이 과거부터 소환해 보았다. 그렇구나!. 초등 졸업 후 1년간 집에서 일만 하며 느꼈던 그 무력감, 세상의 무시에 저항하기 위해 택했던 삶의 방식이 관성처럼 남아 40년 넘게 나를 지배하고 있었구나!
그러나 나는 쉬어야만 한다. 지금 내 몸 상태가 더 이상 과로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기 때문이다.
간 기능 저하로 인한 증상은 겨우 잡았지만, 지난 2년간의 과로로 몸무게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간 기능 저하로 갑자기 늘어난 몸무게는 해독되지 않은 노폐물로 가득 차, 음식과 한약 치료로도 관리가 쉽지 않다. 뭔가를 약간만 해도 피로가 물밀 듯이 몰려오고 뭘 먹고 나면 속도 좋지 않다. 여기저기 통증들이 다들 제집인 양 소유권을 주장한다. 전문가 용어로 말하자면 '염증 반응 속출' 상태다.
뭔가를 하다 피로에 지쳐 기절할 듯 자고 나면 조금 낫다. 그러면 또 오뚝이처럼 삶의 틈새에서 열심히 계획해 둔 것들을 실천한다. 매일이 이렇듯 몸과 마음의 투쟁 상태다. 거기다 둘째 출산 후 찾아온 허리 협착증은,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과로하면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는 고질적인 증상이다.
나는 이 증상을 완화하려고 3년 전까지는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허리 협착증은 척추를 감싸는 근육을 키워야만 증상 완화가 가능하기에, 근육량을 늘리려고 시간을 쥐어짜서 주 4~5회는 피트니스 센터에 갔다. 브이 스쾃를 덤벨 10kg을 들고 300개, 한 손에 30kg 케틀벨을 들고 500개까지 해내는 악바리 근성으로 근육을 만들었다. 근육 만들기는 사실 쉽다. 강도 높은 근육 운동을 해서 근육을 파괴시킨 후 단백질 식이를 해서 새로운 근육으로 만들게 하면 된다.
문제는 운동 이후의 젖산이나 각종 피로물질들이다. 그것들은 간해독식이와 침, 그리고 약물 치료로 최대한 없애서 몸에 남기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는 선천적으로 혈관이 가늘어 노폐물 제거가 원활하지 않은 몸이다. 내 몸은 마치 10톤 트럭처럼 몸통은 큰데 엔진은 1톤 트럭용인 셈이다. 조물주가 나를 빚을 때 외형은 잘 조각하다가 내부 장기 조각은 대충 한 게 분명하다.
그 결과 완경 후에는 노폐물이 부종으로 그대로 남아, 운동 후에는 오히려 몸무게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결국 이제는 과도한 운동마저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충분히 쉬고 치료를 해야만 다시 몸이 회복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정말 잘 알고 있다. 열심히 연구했으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쉬는 것’은 나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다. 쉬면 마치 인생이 멈추고 끝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아무 글자라도 봐야 직성이 풀린다. 게다가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무언가에 열중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것도 문제이다.
불과 이틀 전의 일이다. 코다리찜을 하려고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AI 영상 만들기에 열중하다가, 냄비가 타는 줄도 몰랐다. 최근에 구입한 냄비인데 새까맣게 태워서 베이킹소다를 넣고 세 번이나 끓여서야 겨우 닦아냈다. 요리에 집중했다면 그릇 닦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육수를 내는 그 막간의 시간마저 아까워한 탓이다.
새까만 냄비를 닦아내며 속으로 아이씨를 남발하다가, 문득 내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마저 무시했다는 점을 깨닫고 깊이 반성했다.
육수를 내는 그 막간의 시간마저 아까워하며 나를 몰아붙인 조급함. 그 정체는 바로 40년 전, 세상의 무시에 저항하며 '낙오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던 어린아이의 관성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이 내게는 늘 가장 어려운 일이다. 쉴 줄 알아야 한다. 이 건강을 되찾아야, 비로소 내가 그토록 하고 싶은 것들을 길게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욕심을 내려놓고, 제대로 쉬는 힘을 기르는 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한 목표이다. 이 마음의 조급함을 내려놓는 것은 단순히 쉬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의 속도를 늦춰, 나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다.
오늘부터 의식적으로 쉬는 힘을 기르려 한다. 책을 읽거나 AI 영상 만들기를 하거나 강의를 듣거나 글을 쓸 때 45분 알람을 맞추고 15분의 휴식 시간(DMN 타임)을 갖기로 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활발하게 작동하는 DMN(Default Mode Network) 연결망은 단순히 멍 때릴 때 작동하는 뇌 회로가 아니라 인간의 자아와 사고의 깊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시스템이라고 한다. 쉼이 있어야 성찰도 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에는 그 15분 동안에는 시간을 아끼려고 집안일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밖을 보거나 차를 마시기로 했다. 나를 돌아보고 미래를 상상하며 의미를 찾는 존재로 살아가게 하려면 DMN 시간의 활성화도 필요하니까. 쉬자.
그렇게 하자.
CF: 근육 단련을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 근육 만들기 방법과 DMN에 관한 내용은 번외 편으로 연재합니다.
[나를 만나는 시간 7]
Q. 하루 동안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가장 자주 건네고 있을까? 그 말의 톤은 따뜻한가, 혹은 차가운가? 친구에게 하듯,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
질문은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성장은 어제와는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 다음 주 수요일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