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Q. 나는 왜 나에 대해 쓰기로 결심했는가?
어려서부터 나에게 가장 큰 행복과 즐거움을 준 것은 ‘공부’였다. 어떤 문제든 공부하고 적용하며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거웠다. 난치병 환자가 스스로 병을 관리하는 법을 터득해 일상으로 돌아갈 때, 커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파고든 심리학 덕분에 표정만 보고도 감정을 읽어 힘이 되어줄 수 있었을 때, 나는 공부가 주는 기쁨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되었다.
그렇게 환자를 돌보는 일과 육아를 위해 연구하고 적용하며 분초를 다투는 삶을 살았다. 세월 가는 줄도 몰랐고, 그런 삶이 늘 좋았다. 조선시대 문인 김득신은 천연두를 앓아 머리가 둔해졌고, 그 때문에 같은 책을 만 번 이상 읽은 경우가 서른여섯 번에 달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 권의 책을 어찌 그리 여러 번 읽었을까? 막상 내가 책을 읽어보니 읽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이 보였다. 같은 음식이라도 조리법을 달리 연구하면 전혀 다른 맛이 나는 것처럼, 책도 늘 새로운 맛을 냈다. 뇌는 새로운 것을 감각할 때 즐거움을 느끼고 무료함을 힘들어한다고 했던가? 나는 뇌가 주는 즐거움에 푹 빠져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오십 중반의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 낯섦은 동생이 던진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내 의향을 묻는 평범한 말에, 정작 내 생각이 무엇인지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누구인가? 내 진짜 생각은 무엇이지?’ 하는 의문이 안개처럼 피어올랐고, 그 혼란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평생 그랬듯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 유튜브 강의를 파고들었지만, 지식이 쌓일수록 마음은 더 복잡해져만 갔다. 진짜 ‘나’는 책 속의 지식 너머에 있는 듯했다. 내 안은 온통 자녀와 남편, 환자와 가족, 그리고 책과 공부로만 가득 차 있었다. 정작 ‘나’는 없었다.
전환점: 나를 알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다
나를 찾아 헤매던 어느 날, ‘김익한 교수님의 세 가지’ 유튜브 강의를 만났다. 이 수업을 들으면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강한 끌림에 ‘아이캔 대학’에 입학했다. 61개의 강의를 완강하며 비로소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현재의 나를 알려면 과거의 나를 알아야 한다는 것, 나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 내 안에는 타인과 지식만 가득한데, 나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든 결과다.’ 이 문장이 내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것이 7개월 동안 324페이지에 달하는 ‘자기 역사 쓰기’에 매달린 이유다.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일을 굳이 마주해야 하나 수없이 망설였다. 산책을 하며 녹음 앱으로 지난 기억들을 토해내기도 했다. 녹음을 하다가 힘든 기억이 되살아나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다 큰 어른이 길에서 우는 것이 부끄러울 법도 한데, 그때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늘 그랬듯 도망치지 않고 나의 시간을 온전히 통과하고 나서야, 희미하게나마 내 모습의 윤곽을 발견할 수 있었다. 324쪽의 글은 생애 첫 기억부터 현재까지, 나의 서사로 채워진 발자취다. 그 글을 통해 비로소 앞으로의 자기 성찰로 나아갈 단단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의 나: 나답게 살기 위한 첫걸음
324쪽의 글을 마친 지금, 나는 ‘일과 공부와 소통을 통해 성장하며,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 모든 것의 중심에 ‘나’를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타인과 세상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고,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지며,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마저 값지고 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은 나의 지난한 자기 성찰의 기록이자, 이제 막 시작된 ‘나답게 살기’를 위한 첫걸음이다. 또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길어 올려 나의 취향과 성격을 발견하고, 평생 마음속을 맴돌았던 수많은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나를 찾아 떠나는 가장 솔직한 여행, 그 첫걸음을 이제 막 내딛습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혹시 당신도 거울 속 얼굴이 낯설어 보이신 적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저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