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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용 Oct 30. 2023

수시로 성균관대 간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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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학 입시 다이어리"의 서문이자 내 고등학교 생활의 요약이다.




1학년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차이점은 딱 하나였다. 바로 모든 활동이 대학교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어떤 활동을 해도, 어떤 공부를 해도 '대학교 들어가는데 이게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곤 하였다. 책 한권을 읽어도 대학에 도움이 되도록 문학보단 비문학 책을 읽었고, 수행평가 하나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었다. 내가 아직도 문학을 잘 못읽는 이유다.


고등학교에 와서 새롭게 해야하는 일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게 있다면 바로 '생활기록부 채우기'였다. 대체 뭘 어떻게 하란걸까? 처음에는 수행평가를 열심히 하면 되는줄 알았다. 학교 시험은 학원 또는 인터넷 강의에를 보고 그대로 공부하면 성적이 나왔다. 하지만 생활기록부 채우기는 딱히 가이드라인도, 뭘 해야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하라는거 열심히 하면 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난 그렇게 했다.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받아본 생활기록부를 슬쩍 보니 좋은 말만 써있는거 같았다. 그 때는 잘 하고 있는줄 알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진행한 무료 수시 상담에서 선생님이 언급한 대학은 내 생각보다 훨씬 낮은 대학이었다. 주변에서 하라는대로만 했는데 결과가 영 아니었다. 어떻게 된걸까? 나는 이렇게만 해서는 안된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우리 학교 뿐만아니라 과학고, 자사고에  다니는 친구들과도 경쟁을 해야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건 정말 힘들었다. 적은 항상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해야했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를 조금이라도 향상시키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발표거리를 만들어 발표를 했다. 각 과목마다 한번씩은 발표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간상 여유가 안되면 UCC라도 찍어서 발표를 대신하였다. 이때부터 발표에 대한 내공이 쌓인거 같다.




2학년


생활기록부 채우기는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영역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수능은 100점이라는 목표가 있지만 생활기록부는 그런 지표가 명확하지 않다. 끝이 없는 무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정도 열심히 하면 되는지, 어떤 생기부가 좋은지 스스로 지표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처음 고등학교에 올라갔을 때 바로 이런 능력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잘 쓴 생기부는 도대체 뭘까하고 블로그, 유튜브로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보를 수집했다. 연고티비, 유니브클래스, 각종 입시 유튜브 채널을 챙겨보고 블로그에 올라온 생기부 내용들도 살펴보았다.


잘 쓴 생기부는 확실히 다르다. 

함박 스테이크만 먹다가 호텔에 나온 스테이크를 써는 기분이랄까? 1학년에 쓴 내 생활기록부와 잘 쓴 생기부를 비교해보며 어떤 점이 모자르고 어떻게 발표해야할지 고민했다. 탐구를 할 때 어느정도 깊이로 탐구를 해야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탐구를 해야하는지 고민했다. 항상 한 꺼풀 더 깊이있게 발표하려고 노력했다.


책도 참 많이 읽었다.

올해부터는 독서 기록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책의 내용들이 머리 안에서 얽히고 섥히며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생활기록부는 자율탐구라 어떤 내용을 가지고도 발표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실험해볼 수 있는 최고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발생시키는 연습을 이 시기에 많이 할 수 있었다. 3학년까지 100권쯤 읽은 거 같다.




3학년


3학년은 1학기까지 대학 입시에 반영된다. 하지만 나는 2학년 전체를 합친것보다 3학년 여름을 가장 뜨겁게 보냈다. 마지막으로 외부 수시 평가를 받을 때,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도 최상위권이라고 칭찬해주셨다. 그럼 왜 서울대에 못 갔냐고 묻는다면, 부족한 내신과 면접 준비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며 든 생각은 생활기록부 강의가 대체 왜 아직도 없냐는 것이다. 국어 영어 수학 탐구는 거의 완벽한 커리큘럼이 있다. 대치동 최고의 선생님들 강의를 한 달에 1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수강할 수 있다 (메가패스, 대성마이맥, 이투스 등). 하지만 생활기록부는 고등학교마다 그 실력이 천차만별이고, 노하우가 다르다. 


나는 1학년 때 학교의 도움을 거의 못 받아서 맨땅에 헤딩으로 생활기록부 탐구내용 작성 방법을 독학했다. 후배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후배들을 멘토링해주면서 입시 때 겪은 일들이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 "대학 입시 다이어리" 매거진을 만들었다. 앞으로 생활기록부 꿀팁, 좋은 탐구 할동, 고등학교 생활 썰 같은걸 올려볼 생각이다.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낭만 가득한 시기였던거 같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나중에 다 미화되더라.

입시생분들 모두 끝까지 달려서 후회 없이 10대를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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