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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봄봄 Dec 21. 2021

이걸로 충분하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4월 23일 금요일 오후, 소아중환자실에서 교육을 마친 후 병동으로 올라갔다. 중환자실에 내려가기 전과 같은 6A 병동이다. 같은 교수님 같은 주치의 선생님이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봄봄이 고생했다며 중환자실로 내려갈 때 마음이 아팠다며 빨리 퇴원하자 하셨다. 저번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하이플로우 기계 대신 사물함 위에 석션 물품이 한가득이었다.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봄봄이 27일 화요일 이비인후과 수술장에 다시 들어가서 전신마취 후 수술 이후 잘 유지하고 있는지, 기도가 더 좁아지진 않았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주말 사이에는 콧줄 피딩 잘해서 남은 수액 두개 다 빼고 입으로 먹는 연습 잘 하자고 하였다. 매일 인턴 선생님이 오셔서 캐뉼라 소독을 해주실 거고 월요일부터 교육받고 서서히 어머님이 소독을 해보시고, 퇴원전에 캐뉼라 교체도 해보고 잘 해야 퇴원할 수 있다 하였다. 피부는 봄봄이가 약 부작용이과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어서 연고 바르면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 천천히 순서대로 다 빼자 수액도, 콧줄도, 중심정맥관도...     

오늘 병동에 온 봄봄이는 잘 웃는다. 완전 잘 웃는다. 봄봄이가 태어나서 NICU에 있다가 집에 잠깐 있고 그리고 또다시 PICU와 병동을 왔다 갔다 하면서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베넷 웃음도 거의 짓지 않았다. 근데 열흘 동안 힘든 수술을 하긴 했어도 숨 쉬는 것도 편해지고 마음이 안정되는지 내 눈을 똑바로 맞추고 내가 까꿍하면 따라 활짝 웃는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눈물이 계속 흘렀다. 이렇게 조그맣고 이쁜 애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봄봄이의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당분간 들을 수 없겠지만 이걸로 충분했다. 내 품에 안고 웃고 있는 봄봄이로 충분했다.     

 

봄봄이는 역시 잘 먹는다. 병동으로 올라와서 분유 60cc를 콧줄로 먹는데 적다고 난리다. 역시나 2시간만 지나면 밥 달라고 울고불고 한다. 또 콧줄 피딩전에 마직막 피딩 잔여량 확인을 해보는데 잔여량이 거의 없다. 소화도 잘 된다. 또 입으로 먹는 거 연습시킨다고 젖병 젖꼭지에 물 5cc를 담아 줬는데 입으로 더 달라고도 운다. 그래서 젖꼭지에 분유 10cc를 담아서 줬더니 순식간에 다 먹고 또 운다. 주치의 선생님께 봄봄이가 입으로 계속 달라고 울고 그런다고 하니... 봄봄이가 예전부터 잘 먹는 아이여서 콧줄 금방 뗄 거 같긴 한데 주말에는 의사들도 별로 없고 그래서 입으로 먹다 행여나 응급상황이 되면 상황 대처가 어려우니 조금만 참고 또 화요일날 수술방에 들어갈 때까지는 입으로 먹는 연습은 조금씩만 하자고 하셨다. 맞는 말씀이긴 한데... 분유를 먹을 때마다 이렇게 울어대니... 그래서 생각하다 일요일 월요일은 입으로 연습하는 것을 중단했다. 스트레스만 받을 거 같아서였다.     


또 봄봄이가 3월 2일 입원할 때 몸무게가 3.2kg이었는데 아직도 3.7kg이다. 병동에 있으면 잠깐 살이 찌고 중환자실에 가면 금식을 계속하니 빠지고... 이렇게 잘 먹는 아이인데... 살이 찔 틈이 없었다.      

     

주말 사이 봄봄이는 분유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웃고 잘 지냈다... 그런데 내가 힘들었다. 석션을 하루에 몇 번을 하는지 모른다. 돌아서면 가래가 생기니 내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울음소리가 나지 않으니 혹시나 내가 깊이 잠들까 봐 알람도 맞춰놓고 1시간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가래도 줄면서 석션 횟수도 줄어들 거라고 하니... 힘들지만 기다려야겠지, 정말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4월 26일 월요일, 병동에 올라와서 담당 교수님을 아침 회진 때 뵈었다. 교수님은 내일 봄봄이는 수술장에 갔다가 중환자실이 아닌 회복실로 갔다 다시 병실로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 그때 이후로 분유량도 늘리고 입으로도 먹는 것도 늘리고 하자 하였다. 수술장에서 봄봄이의 기도 상태를 다시 확인해야 추후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영양 수액도 다 끊었다. 내일이 수술이라 라인은 필요하고 수술 전 항생제도 들어가야 하니 중심정맥관은 수술 후에 빼도록 하자 하셨다. 석션 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으셨다. 아이고 네.. 그게 힘들어요... 석션은 아이마다 다르지만 점점 횟수가 줄어들 것이고 또 가래소리가 들린다고 해도 바로 빼지 말라고 하셨다. 그 소리가 엄마 귀에 거슬려서 그렇지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지 않고 아주 심하지 않는 한 조금 놔두라고 하셨다.      

     



오늘부터 교육 선생님이 오셨다. 중환자실에서는 흡인과 피딩 교육을 받았고 병실에서는 캐뉼라 소독과 캐뉼라 교체 교육 및 가정에 가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교육해 주신다 하였다. 우선 오늘은 매일 해야 하는 캐뉼라 소독 교육을 받았다.      

캐뉼라를 한 아기 인형 모형을 가져오셨다. 그래서 오늘 인형에다가 기관절개 소독을 해보는 것 까지 하고 계속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하였다.      

     

# 캐뉼라 소독      

     

- 소독은 Y 거즈 즉 튜브가드가 더러워졌을 때 하고 최소 하루에 한 번은 해야 한다.      

- 준비물     

헥시콜 스왑 (또는 멸균면봉 + 생리식염수), 라텍스 글러브, 멸균거즈, 튜브가드(Y-거즈), 소독용 드레싱 세트 + 핀셋, 엠부백     

(목끈 교체 시 목끈도 필요)      

- 방법     

① 먼저 손을 깨끗이 씻거나 손소독을 한다.      

② 헥시콜 스압, 튜브가드, 멸균거즈를 오염되지 않게 포장만 손이 닿도록 하면서 소독용 드레싱 세트에 올려놓는다.      

③ 흡인을 하고 더러워진 튜브가드를 살살 제거한 후 라텍스 글러브를 오염되지 않게 낀다.      

④ 헥시콜 스압을 드레싱 세트에 누르거나 멸균거즈로 눌러 알코올을 적당히 빼고, 캐뉼라를 살짝 들어 스압 하나는 아래쪽 하나는 위쪽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피부와 캐뉼라 접촉부위를 닦는다.      

⑤ 알코올이 날아가도록 기다리면서 거즈로 알코올 부분을 닦는다.     

⑥ 이제 새로운 튜브가드를 캐뉼라와 피부 사이로 넣고 목끈을 잘 고정한다.      

- 주의사항      

소독 시 캐뉼라부위가 따끔해서 또는 소독 시 목을 약간 뒤로 젖힐 때 힘들어서 봄봄이가 많이 울 수 있지만 최대한 울지 않게 하고,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잘 보면서 응급상황에 대비한다.     

     

인형 모형에 순서를 기억하면서 처음 해봤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그래도 간호사 선생님이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역시 애나 어른이나 칭찬은 참 좋아한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은 봄봄이가 수술장에 가니 교육을 하지 않고 수요일날 다시 오신다고 하셨다.      

     

오후쯤 되자 이비인후과 의사선생님, 마취과 선생님이 오셔서 수술 동의서, 마취 동의서를 받아 가셨고, 어린 순서대로 들어가서 수술을 하는데 봄봄이 보다 어린 1개월 아기가 있어서 봄봄이는 두 번째로 10시쯤 수술 예정이라고 하였다. 새벽 12시부터 금식을 하여야 하고, 봄봄이는 수술 후 중환자실이 아닌 회복실에 갔다 올 것이라 하였다. 또 밤늦게 이비인후과 교수님도 다녀가셨다. 그날 밤 11시 50분에 봄봄이 분유를 주고 금식을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다행히 금식한다고 해서 많이 보채지 않았다. 


다음날 4월 27일 아침 9시 반쯤 이송 베드가 왔고 내가 봄봄이를 안고 베드에 앉아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이제 수술실에서 여러 번 체크를 하고 수술방으로 들어가는데 봄봄이 서혜부 탈장 수술을 할 때가 떠올랐다.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때도 봄봄이를 이렇게 꼭 안고 곧 보자고 인사하며 들여보냈는데... 이번에는 진짜 곧 볼 수 있겠지... 우리 이번엔 진짜 곧 보자. 엄마 앞에서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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