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둘째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우리 둘째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둘째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사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한 아이였다. 이른둥이는 아니었지만 태어나자마자 NICU에 있었다. 선천성 좌심실 중격결손증과 그 외의 증상으로 NICU에 있었었다. 그래도 병원에서 아기 심장 구멍은 크면서 닫힐 가능성이 있다 하여서 수술은 하지 않았었다. 그때 당시 위치도 그렇고 크기도 크지 않았다고 였다. 그래도 학창 시절 체육시간에 힘든 운동을 하거나 오래 달리기를 할 경우에는 학교 돌계단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면서 운동도 할 수 있고 남들과 다름없이 지냈다.
2006년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 걸렸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대학교를 휴학하고 부모님이 계신 부산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두통인가 하고 진통제를 먹었는데 한날은 타이레놀 한통을 다 먹어도 진통이 가라앉질 않았다.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데 요즘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니 스트레스성인 것 같다고 하여 장염이라며 수액을 맞고 집에 왔는데도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러다 새벽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토를 하였다. 난 그때까지 토한 적이 없었다. 이건 이상했다. 그래서 자고 있는 아빠를 깨워 응급실에 가자고 하였다. 응급실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몇 가지 물어보고 목이랑 머리를 움직여 보더니 뇌수막염인 것 같다고 검사 좀 해보자고 하였다. 뇌척수액 검사를 진행하고 검사 결과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라고 진행된 지 며칠 된 것 같다고 하였다. 며칠 입원해야 한다고 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병원에서 며칠만 치료를 받으면 금방 낫는 것이었다. 그때 입원해 있는 동안 내가 선천성 좌심실중격결손증이 있다 하였더니 심장초음파를 한번 찍어보자 하셨고, 의사 선생님이 구멍이 닫혔네요 라고 하셨었다.
그런데 2012년 1월 출근과 퇴근할 때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또 자려고 누우면 숨이 너무 차고 가슴이 벌렁벌렁거렸다.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직장 근처 심장초음파를 찍을 수 있는 곳으로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구멍이 있는데 크기가 좀 커서 수술을 해야 할 거 같으니 상급병원으로 가보라 하였다. 증상을 느끼기 한 달 전쯤 친척 언니가 건국대학교 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아 면회를 간 적이 있었는데 담당 교수님이 유명하신 분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바로 그 교수님을 예약하고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갔다. 진료를 보았더니 이 크기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도 심각한 수술은 아니니 입원해서 수술하고 퇴원하기까지 2주면 충분하다고 하였다. 바로 직장에 말을 하여 휴가를 내었고, 내 간병을 위해 엄마도 휴가를 내어 부산에서 올라오셨다. 수술시간 8시간. 중환자실에 이삼일 정도 있다가 병실로 올라왔다. 수술은 잘되었다고 했지만 다리 신경에 후유증이 생겨 일주일 정도 걷지를 못해 2주는커녕 한 달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또 2년 뒤 2014년 2월 지금 신랑이랑 연애 초반이었는데 또 뇌수막염에 걸렸었다.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고 내과에 다녔다. 회사를 조퇴해서 수액도 여러 번 맞고 독감 검사도 여러 번 했지만 낫질 않았다. 그래서 난 또 뇌수막염인가 해서 그때 동생이랑 자취할 때였는데 동생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중앙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갔다. 내가 뇌수막염인 것 같다고 예전에 뇌수막염 걸렸었는데 그 증상과 비슷한데 더 아픈 것 같다고 뇌척수액 검사해달라고 했더니 이 증상은 뇌수막염 증상이 아니라며 독감 검사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새벽에 너무 아파서 다시 건국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갔고 또 뇌수막염인 것 같다고 뇌척수액 검사를 해달라고 했는데 거기서도 아닌 것 같다며 또 독감 검사를 하려는 것이다. 내가 지금 독감 검사만 5번째라고 머리도 아프도 짜증도 나서 빨리 뇌척수액 검사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뇌수막염에 걸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머리 엄청 아프다. 너무 아파서 욕도 하고 소리도 많이 지른다. 결국 뇌척수액 검사를 하였고 그 결과 뇌수막염이 맞았다. 난 건국대학교 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하였고, 우리 엄마는 내 간병을 위해 또 휴가를 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번 뇌수막염은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희귀성이었다. 더 많이 아프고 후유증도 컸다. 한달정도 입원해 있었다. 처음에는 세균성 뇌수막염인 것 같다 했다가 결핵성 뇌수막염인 것 같다 했다가 결국 정확한 원인은 퇴원할 때까지 알아내지 못하였다. 또 후유증으로 치료 중간중간 눈도 안 보이고 다리도 절고... 입원 중 눈이 점점 안 보여서 안과 검진을 받았었는데 그 의사 선생님은 바로 '이러다 3개월 안에 실명할 거예요'라고 하였다. 그때 뇌수막염 담당 신경외과 교수님의 성함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 몇 번 본 안과 교수 이름은 아직도 기억난다. 자기 일이 아니다는 듯 무뚝뚝한 말로 우는 나를 쳐다도 보지 않고 모니터만 보면서 말하던 그 모습. 오히려 심장수술 때보다 더 절망적이었다. 직장도... 결혼도...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도 점점 좋아져서 다시 내 시력으로 돌아왔고, 아프던 다리도 항생제 부작용인 걸로 밝혀져서 괜찮아졌다. 뇌수막염은 성인이 두 번 걸리기 쉽지 않은데 내가 면역체계가 약한 것 같다고 조심하라고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내가 아프고 힘들어서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을 못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엄마는 나를 간병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엄마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많이 느꼈지만 엄마의 마음은 알지 못하였다.
엄마가 된 지금... 아픈 내 아이를 간병하고 있는 지금... 지금에서야 우리 엄마가 느꼈을 감정과 고단함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수술실에서 8시간 동안 수술받고 있는 나를 기다리면서,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또 얼마나 우셨을까. 게다가 지금 그렇게 힘들게 키운 딸이 또 아픈 딸을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보시니 또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엄마가 나를 위로하신다.
- 00아 시간은 갈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나 봐봐 너를 키우면서 네가 아파서 힘들었지만 이렇게 이쁜 아들과 딸은 낳고 전서방이랑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잖아. 지나면 이것도 추억이 될 날이 꼭 올 거야. 이제 네가 건강해야 돼. 이제는 네가 아프면 안 돼. 그래서 먹어야 돼, 잠도 잘 자야 돼.
- 엄마, 엄마는 어떻게 견뎠어?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언제가는 추억이 되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