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봄봄 Jan 25. 2022

감사합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봄봄이가 기관절개술을 하기 전까지는 기관절개술이 무엇인지 정말 하나도 몰랐다. 마냥 기관절개술을 하면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간 것이라고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 봄봄이가 기관절개술을 받기 전 호흡이 계속 나빠져 병동에 있었을 때 같은 병동에서 기관절개관을 한 아이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정신도 없었고 기관절개가 뭔지도 몰라서 그냥 저 아이 목에 달린게 뭐지? 어디가 안좋은 걸까 이렇게 생각했었다. 난 그렇게 기관절개술이 뭔지도 기관절개술을 하는 아이는 어떻게 지내게 될 것인지 보호자는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데 봄봄이가 기관절개술을 받고 기관절개에 대해 알아보고 찾아보니 의외로 기관절개술을 한 아이는 많았다. 내가 몰라서 내가 신경을 쓰지 않아서 또 가까운 주위에 기관절개술을 한 아이를 본적이 없어서 몰랐던 것 뿐, 캐뉼라로 숨을 쉬고 있는 아이는 많았다. 즉 나에게 온 절망이라고 생각되는 이 상황이 다른이에게도 일어났었고 일어 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인터넷 카페에서도 짤막한 글만 있을 뿐이고 블로그도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그들의 스토리를 잘 알려주는 블로그도 몇 개 있었다. 그런데...행복해보였다. 여느집과 마찬가지고 웃고 잘 지내고 있었다. 물론 힘든점도 많다고 했지만 같이 집에서 웃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순간 멍해지면서 희망이 보였다. 울면서 하나하나 읽고 또 읽었다. 웃고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나면서도 눈물도 났다. 나도 저렇게 웃고 지낼 수 있을까... 시도때도 없이 글을 읽고 또 읽으니 신랑은 뭐하러 읽고있냐고 마음만 아프다고 읽지 말라고 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세월이 지나 캐뉼라를 뺐다는 후기는 캡쳐까지 해서 저장했다가 계속 보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봄봄이가 캐뉼라를 빼는 날을 기도하면서...          


2021년 4월 13일 봄봄이가 기관절개술을 하고 처음으로 튜브가드와 목끈을 사서 중환자실에 전해주고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늘 버스안에서, 튜브가드가 뭔지 목끈이 뭔지 처음알게 된 기분, 제일의료기 사장님께 계산을 하면서 보였던 눈물, 어제 오늘 하루종일 보았던 글 들 속에 웃고 있던 아이들 모습,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받아온 봄봄이 사진, 뇌 MRI를 찍는 날만 기다리는 심정..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정말 복잡했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냥 지금 내 감정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누구에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또 말로는 다 전달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보았던 글들처럼 기록하다 보면 내 마음도 편해지지 않을까... 행복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루종일 집에서 울기만 하는것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봄봄이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봄봄이를 낳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 상황이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 행복해지길 얼마나 바라는지... 세월이 지나 봄봄이와 함께 웃고 있을 나에게 말해주고,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고민도 되었다. 우리 봄봄이는 나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예쁜 딸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그냥 한낱 불쌍한 아이로 보여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난 봄봄이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다.    

  

봄봄이와 같은 기관절개를 한 아이 부모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가 기관절개를 한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엄마인 내 잘못이 아니라고, 또 견딜 수 있다고, 견디면 익숙함이 행복함으로 바뀌게 된다고... 또 내가 봄봄이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도 알려주고 싶었다.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알려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도 우리 봄봄이의 사진과 일상생활을 올렸다. 그러다보니 같은 이른둥이 아이, 기관절개관을 한 아이의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나도 도움과 위로를 받고 있다. 또 내가 가끔 도움을 줄 때도 있다. 감사하다. 내가 도움을 받는 것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우리 봄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지났다. 봄봄이 돌잔치도 했다. 

봄봄이가 기관절개관을 가지고 집에 와서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봄봄이는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똥돼지, 개구쟁이, 동네깡패, 욕심이... 매일 별명이 바뀐다. 

2021. 1. 25. 모닝간식먹는 욕심이


지금... 우리가족은 행복하다. 어제보다 오늘이 행복하고 오늘보다 내일이 행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두서없고 재미없는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봄봄이는 아주 건강하게 이른둥이지만 우량아로 잘 지고 있어요. 언제가는 우리 봄봄이가 캐뉼라를 졸업하는 과정을 브런치에 다시 쓰고 싶어요. 그런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  

(저번주에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부작용 때문에...)

작가의 이전글 이 행복을 지키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