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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봄봄 Jul 07. 2021

난 적당한 행운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다

우리 둘째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둘째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난 태어날 때부터 아파서 안타까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큰 위기 없이 잘 자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시험기간 중에 병원에 입원하여 공무원 시험은 포기하고 그냥 회사를 다니자 마음먹었지만 그렇게 입사한 회사를 14년째 다니고 있고, 결혼 전 병원에 입원하여 후유증으로 고생하여 결혼도 못해보고 살겠구나 했지만 지금은 애 둘 낳고 살고 있고, 신랑도 나도 모아둔 돈 없이 큰돈을 못 만지는 평범한 직장인지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기도 그랬다. 결혼 후 1년 정도 있다가 아기를 갖자 했는데 정말 1년 2개월 만에 첫아기가 찾아왔다. 하나만 낳고 잘 키우자 하다가 첫째가 클수록 더 예뻐서 첫째가 5살 되던 해 우리 부부는 둘째를 가지자고 결심을 하였다. 신랑과 나는 나이가 있어 잘 안될 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결심한 후 세 달 만에 둘째가 찾아왔다. 첫째가 아들이니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정말 딸이었다. 조산에 이른둥이었지만 이른둥이 중에서도 특별한 이벤트 없는 건강한 이른둥이라 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정엄마가 도와주신다고 하였고 이제 걱정이 없었다.      


예약한 산후조리원이 고민이었다. 아기도 없는데... 첫째도 있는데... 솔직히 잠깐 고민했다. 산후조리원에 가고 싶었다. 집에 가면 이제 쉬지도 못할 것 같고 첫째는 친정엄마와 신랑이 돌보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양심상 일주일만 있기로 했다. 정말 나 혼자 있었다. 산후조리원 방은 아담했지만 신랑도 없고 아기도 없기에 나에게 딱 좋은 방 크기였다. 첫째 둘째 날은 괜히 왔나 싶었다. 방문만 열면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와 다른 산모들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또 첫째도 보고 싶고 친정엄마에게도 미안하였다. 할 일은 유축밖에 없었고, 계속 텔레비전과 책을 번갈아 보거나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지냈다. 그런데 막상 일주일이 끝나갈 때쯤에는 이곳이 너무 편해서 시간이 늦게 지나갔으면 좋겠고 생각했었다. 때 되면 주는 밥이랑 간식도 맛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잘 갔다 왔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출산 후 쉴 수 있는  시간은 그때뿐이었다.     


NICU에 있는 둘째의 소식은 병원에서 오는 연락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의 월, 수, 금요일은 간호사 선생님이 전화로. 화, 목은 담당 의사 선생님이 전화로, 토요일은 문자만, 일요일은 메일로 사진을 보내주어 봄봄이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난 그때부터 매일 핸드폰만 쳐다보며 지냈다.      

둘째 봄봄이는 30주 5일 1602g 이른둥이로 태어났지만 정말 다행으로 이른둥이들이 가질 수 있는 문제들 뇌, 청각, 망막, 폐, 심장 모두 괜찮았다. 무호흡 증상이 있었지만 금방 괜찮아졌고, 추적 검사는 해야 하지만 별다른 증상 없이 괜찮았다. 모유도 젖병으로 잘 빨고 이제 별다른 이벤트 없이 몸무게만 늘리고 주수만 채우면 된다고 했다. NICU에 있는 이른둥이 엄마라면 이해할 것이다. 매일매일의 몸무게... 10g, 20g이 빠지고 오르는 만큼 내 기분도 그만큼 우울했다 기뻤다 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얼마나 되는 숫자라고 할 테지만 그때는 전화로 듣는 g 수의 차이가 정말 컸다. 망할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도 일절 되지 않아 우리 아기가 어떻게 지내는지, 아기는 낳았지만 한 번도 아기를 안아보지도 못하는데 나는 지금 집에서 뭐 하고 있는지, 내가 정말 한심했다. 그래도 첫째가 있어 다행이었다. 첫째는 엄마가 등원도 시켜주고 하원을 해도 집에 엄마가 있으니 신이 났다. 이와 같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첫째와 놀아주느라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 유축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첫째가 젖을 거부해서 유축 수유하였다. 직장 복직 때문에 4개월 정도 유축하고 양이 많아 저장을 해둬서 총 6개월 정도 먹일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게 6개월은 모유를 먹여야 된다는 압박 때문에 젖몸살이 계속 오는데도 유축을 했다. 너무 힘들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둘째가 젖을 안 물면 바로 단유를 해야지 했다. 그런데 조산을 하고 NICU에 들어가 있는 둘째를 생각하니 모유를 먹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유축 수유를 시작했다. 유축한 모유를 NICU에 가져다주는데 뿌듯하고 행복했다. 둘째에게 너무 미안했었는데 이렇게 모유를 가져다주면 그 죄책감이 좀 덜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김없이 젖몸살이 나를 힘들게 하였다. 또 내가 나이도 있는 노산이어서 그런지 한번 젖몸살이 오면 며칠 동안 지속되었다. 그래도 둘째가 집에 올 때까지는 하자는 마음이었다.      


드디어 퇴원 준비를 하라 하셨다. 35주 이상, 2.1kg 이상, 무호흡 증상만 없어지면 퇴원이라 했다.     

둘째가 NICU에 있는 동안 둘째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두 달 넘게 일찍 태어난 터라 미쳐 준비를 못한 것이 많아서 부랴부랴 둘째 방을 만들고 물품도 준비하고 집도 대청소를 하였다. 유축도 열심히 하여 냉동실에는 둘째가 먹을 모유도 가득했다. 첫째도 동생이 오기를 기다렸다. 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뱃속에 있는 동생에게 인사해주고, 태어나면 안아주고 이뻐해 줄 거라 다짐한 첫째였다.      


그렇게 41일의 NICU 생활이 끝나고 드디어 둘째 봄봄이는 2021년 2월 9일 2360g으로 엄마, 아빠와 오빠가 있는 집으로 왔다.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20일뿐이었다.

집에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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