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선으로 폐현수막 10만여개 이상 발생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허나, 10만 개를 훌쩍 넘는 폐현수막과 최대 6,800만 장으로 추정되는 일회용 비닐장갑 폐기물 등 ‘쓰레기 문제’가 현실적 과제로 떠올랐는데요. 지난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환경단체 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사용된 현수막은 19대 때(5만 2,545장)보다 2배 증가한 10만 5,090장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는 2018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현수막 사용 가능 매수가 선거구 내 읍·면·동마다 1개에서 2개로 늘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5,000톤에 달하는 벽보와 공보물까지 더하면 선거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 처리는 이제 시작입니다.
특히, 현수막의 경우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PET)가 주성분이라 처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매립해도 쉽게 썩지 않고, 유해물질로 인해 소각도 어려운 편이죠. 이에 선거 종료 후 폐현수막을 농사용 가림막이나 업사이클링 재료로 무료로 나눠주는 지자체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선거에서 쓰레기를 줄일 순 없는 것일까요? 사실 이는 국내에서 오랫동안 지적되온 해묵은 문제입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환경부는 ‘환경친화적 선거 문화 조성을 위한 실천방안’이란 보고서와 함께 친환경 유세 지원을 위한 선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십수 년간 문제 제기에만 그쳤을 뿐, 무엇 하나 해결되지 못했죠.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현수막이나 벽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들에게 직접 지지하는 후보를 알리는 선거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현수막 등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린 것도 한몫했죠.
독일의 경우 정당 로고가 새겨진 볼펜이나 사탕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영국은 후보별 자원봉사자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하죠. 유럽 국가 중에서는 프랑스가 우리나라처럼 벽보와 공보물 등 선거운동에 대한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았는데요. 후보가 발송하는 공보물이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반영한 삼림인증제도(FSC) 인증을 받거나, 재생섬유 50% 이상을 포함했을 경우 선거비용을 보전한다는 등의 내용이죠. 이마저도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주요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과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더 활발합니다.
물론 주요국들도 선거 폐기물과 관련해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큰 땅덩어리의 나라들은 표지판을 활용한 선거도 활발한데요. 집 앞마당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표지판을 꼽는 경우가 많죠. 이들 국가에서는 선거 직후 버려지는 표지판을 어떻게 재활용·재사용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데요.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구성된 표지판 상당수는 규격과 재질이 다른 경우가 많을뿐더러, 주(州) 정부마다 정책이 달라 재활용 여부가 다르죠. 이에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표지판을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완전히 생분해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 북부 다윈시에서는 2021년 지방정부 선거 표지판을 재활용해 노숙자 쉼터를 만든 사례가 있었는데요. 현지 양봉장에서 단열재 작업을 위해 표지판을 재사용하거나, 플라스틱이 아닌 재활용 소재로 만든 표지판 사례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표지판이 우리나라의 현수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 것이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얼만큼의 선거 폐기물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선거 폐기물이 덜 나오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변화가 시급한 상황. 케케묵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관련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