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패션 문화를 위한 21%파티에 다녀오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고래입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1,500억 벌 이상이 생산되지만 그중 73%는 매립·소각된다는데요. 옷으로 인한 자원 낭비와 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이유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놓고도 입지 않는 옷’에 주목한 곳이 있는데요. 지난 2월 26일, 인사동에서 열린 옷 교환파티 21프로파티(21% Party)의 이야기입니다.
21프로파티는 지속가능한 의생활 실천 문화를 연구하고 제안하는 다시입다연구소가 주최하는 의류 교환 이벤트입니다. 연구소는 2020년 자체설문조사 결과, 사놓고도 입지 않는 옷의 평균비율이 21%였다고 밝혔는데요. 의류의 수명을 늘리고자 입지 않은 옷을 교환하는 본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합니다.
21프로파티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참가자는 입지 않는 옷 등 패션 물품을 가져가서 수량만큼 굿바이&헬로 태그와 교환티켓을 받습니다. 태그에는 언제, 어디서, 왜 샀는지, 몇 번 착용했지 등 해당 물품에 대한 정보를 적을 수 있는데요. 태그와 함께 옷걸이에 걸어 진열하면 끝! 원하는 옷이나 물품을 고르고 교환티켓과 교환하면 됩니다.
이번 파티에서는 태그를 통해 전해지는 사연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저마다 전 주인이 붙여준 개성 넘치는 이름과 떠나보내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하얀색 레이스의 ‘샤랄라’ 원피스는 “부디 공주를 만나길” 바란다는 바람을, ‘군밤장수귀마개’는 군밤장사 창업준비생에게 대박나게 해드리란 바람을 전하고 있었죠. 제가 기증한 옷을 고른 참가자와 우연히 마주치고 서로 인사를 건네는 경험도 했는데요. 감사하다고 예쁘게 입겠다는 말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여러 옷과 물품들을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품 안이 교환하고 싶은 물건들로 가득 찼습니다. 처음에는 교환 품목이 1인당 5개 이하로 제한돼있단 게 너무 아쉬웠는데요.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는데, 포기해야 한다니요! 하지만 품 안의 물건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진짜 입을 옷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또 욕심을 내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써본 적 없는 클러치를 다시 진열대에 내려놓았습니다.
한 가지 정말로 아쉬웠던 점은 따로 있었는데요. 해당 파티에서 하의는 받지 않았다는 것. 현장에서도 하의만 가져와 교환티켓을 받지 못할 뻔한 분들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하의의 절반은 기부를 받는 대신 교환티켓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주셔서 저도 가져간 청바지 일부를 기부할 수 있었죠. 하지만 사놓고도 입지 못하는 21%에는 사이즈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상의에 비해 하의가 더 많겠단 생각에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날 파티에서는 약 2시간 가량 참여하면서 많은 물품들을 둘러봤는데요. 참가자가 늘어날 수록 옷이 줄어드는 중고마켓과 달리, 시간이 지날 수록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물품이 더해지는 만큼 다채로운 물품과 사연을 볼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물건과 물건의 교환을 넘어 사람과 사연을 교환하는 특별한 기회가 됐는데요. 순환디자인 가이드에서 옷의 감정적 내구성으로 ‘정서적 애착’을 강조했던 이유를 느낄 수 있었죠.
이 날 저는 3장의 교환티켓으로 노란색 니트와 회색 코트를 골랐고, 한 장은 사용하지 않고 남겨뒀는데요. 이 교환티켓으로 다음 21%파티에선 또 어떤 옷과 사연을 만나게 될 지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