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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처럼 Jul 06. 2022

말랑말랑 따뜻한 뱃살 침대

51센티미터에 3.4킬로그램, 둘째아이입니다. 큰 아이는 키는 똑같고 몸무게는 0.2키로그램이 덜 나갔습니다. 

남편은 침대에 누워 이 아이를 배에 올려놓고 “In the rain I'm standing here I'm all alone and missing you"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장국영처럼 부드럽고 감미롭게는 아니더라도 들어줄 만합니다. 남편이 신생아 아이를 재우는 방법입니다. 큰 아이도 그렇게 재웠습니다, 내 한쪽 팔에 쏘옥 들어오는 아이를 자신의 배에 올려놓고 남자치고는 좀 작고 부드러운 손을 아이에게 토닥토닥합니다. 

노래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두 번 세 번 이어집니다. 저는 남편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나는 TO YOU를 들으면 잠이 달아나. 이 노래 자꾸 들려주면 수현이도 주먹으로 치는 거 아냐?” 제 머릿속 TO YOU는 장국영이 바를 홀딱 맞으며 자동차 본네트를 두 주먹으로 꽝 치는 초콜릿 광고 장면입니다. ‘사랑을 전할 땐 TO YOU' 지금도 유트브를 검색하면 1989년 한국을 떠들썩했던 광고를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저를 처음 만났을 당시, 남편 허리 사이즈는 26이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살이 쪄서 허리 사이즈가 30을 넘어가는데도 26 사이즈 NIX청바지를 못 버리게 했습니다. 살을 빼서 입겠다고 하니 남편 매형이 웃었습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제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 남편 배는 저와 좀 닮아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배에도 아이가 하나 들어있는 것 같다며 살을 빼겠다고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잠 재우기 딱 좋았습니다. 몰캉몰캉 부드러워서 아이가 반듯하게 눕든 뒤집어 눕든, 남편 배로 올라간 아이는 편안해 보였습니다. 

큰 아이는 걸음마를 할 때도 남편 배를 좋아했습니다. 아빠가 배에 올려놓고 토닥토닥 TO YOU를 불러주면 그대로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둘째 아이는 조금 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남편 배를 달아났습니다. 남편이 TO YOU를 부르며 토닥토닥 하다 손에 힘이 스르로 빠지면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빠 배를 벗어나 침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순간 아이는 어디로 가버리고 남편이 잠이 든 것이지요. 남편은 웃으면서 “아빠 재우고 빠져나갔네”하며 아이를 다시 데려갑니다. 아이는 발버둥을 치지만 남편은 토닥토닥 꼭 껴안아 자신의 배로 올립니다. 

남편은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 자신의 배로 올리지 못하자 옆으로 누운 아이 머릿결을 만져주며 TO YOU를 불러줍니다. 그러다 자신이 먼저 잠이 들어버리기도 하지요. 

요즘 남편 배는 만삭 임산부보다 더 부풀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불룩한 뱃살을 언제 뺄지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둘째 낳은 이후로 제 배도 만만찮습니다. 

빗속을 달리는 TO YOU의 장국영 뱃살은 옷으로 잘 가려져 있지만 근육질로 보입니다. 아직도 TO YOU 부르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뱃살이 빗속을 달리는 장국영처럼 배가 홀쭉해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게 실현불가능일지라도. 장마가 시작되어 주룩주룩 비가 오는 날, 남편은 TO YOU를 틀어놓고 책상에 앉아 꾸벅꾸벅 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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