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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Oct 04. 2022

잠이 오지 않아 적는 글

이 시간까지 깨어 있는 건 오랜만인데.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는, 글을 적고 싶은데 마땅히 보관할 데가 없기도 하고, 가끔 내 일기장에 파묻혀 있기엔 아까운 것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것들도 많은데 왜 브런치냐면 여긴 내가 나인지 아무도 모르니까 맘 편히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친구들이 알고, 친구들은 나를 안다. 그들 앞에서의 나는 일부분이지만, 그들에게 내 일부분은 전부와 같다. 가끔 그 일부와 나 사이에서 큰 혼동이 오는데, 내 친구들은 내가 나를 모른다고 말하곤 한다. 사실 나는 내 전부를 그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는데.


한국에서의 밤이 그리고 낮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장 걱정이라면 내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걱정, 설렘, 두려움? 하나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모두들 입을 모아 내게 여유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여유란 도대체 어디서 배울 수 있는 단어인가. 참으로 의문스럽다. 내게 아무도 여유를 가르쳐주지 않았으면서. 무언가를 보고도 아무 생각 없이 넘겨버리는 텅 빈 눈동자. 텍스트 안에서만 문맥을 파악하는 전두엽,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명상 하나 조차 못하고 잠들어 버리는 몸.


자존감이 오랜만에 무너져 내렸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약을 먹지 않아서 그런걸까. 나았다고 착각한 게 나의 오만이었다. 항상 그래왔음에도 나는 바보같이 되풀이만 한다. 나의 생각은 나의 몸보다 한발짝 늦어서 모든 사고는 치고 후회를 줄기차게 했다.


가족들 모두가 잠든 밤, 오랜 비가 쏟아져 내리는 새벽. 그 속에 나는 멍하니, 죽지 못해 사는 사람처럼 깨있다.


얼마 전 스팅의 Englishman in newyork 노래를 들었다. 에일리언이라는 가사가 꽂혔다. 나는 이 지구상에서 어떤 존재일까.  


내일은 미용실에 가야겠다.


내일 약속에 가고 싶지 않다.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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