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멤피스>(2023) 인물탐구 2
바비는 낮에는 WHDG 라디오 방송국의 청소를 하고 밤에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가서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의 낙이다. 낮동안 일터에서 라디오 DJ가 쉰내 나는 음악만을 틀기 때문이다.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여느 때처럼 음악과 술을
즐기고 있었는데 사건이 생긴다. 웬 백인이 “COLORED ONLY No White Allowed”란 문구가 써진 문을 버젓이 열고 클럽에 들어온 것이다. 여긴 흑인과 백인의 공간이 철저히 나뉜 분리정책이 강력히 시행되는 멤피스(Memphis)인데 말이다. 그러곤 클럽의 메인 가수 펠리시아에게 넉살 좋게 들이대는 그 녀석에게 그녀의 오빠인 댈레이가 “칼 사러 갔다”며 섬뜩한 농담을
건넸지만 별종이라고만 생각하고 딱히 나쁜 감정은 없었다.
그런데 바비는 그 녀석을 일터에서 다시 마주친다. 쉰내 디제이에게 자신이 바비의 친구라고 소개하는 녀석이 썩 나쁘지 않다. 근데 이 녀석, 클럽에서처럼 방송국에도 넉살 좋게 스며들었다. ‘휴이 칼훈’이라는 이 백인 녀석은 DJ가 되고 끝내 TV쇼를 진행하게 되며, 승승장구한다.
펠리시아의 노래를 멤피스 전체가 듣는 라디오에 내보낼 거라는 휴이의 말은 진짜가 되었고, 여기에는 든든한 조력자인 바비가 있었다. 휴이가 라디오 DJ 수습시절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딪힐 때 자의든 타의든(?) 그곳에 함께 했기 때문이다(웃음)
그리고 휴이는 자신이 크게 되었을 때 그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의 첫 TV쇼에 바비의 데뷔무대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청소하다가, 화장실에서 짬 날 때마다 기가 막히게 노래 부르던걸 휴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바비는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자신의 숨겨온 꿈과 ‘말할 수 없는 자부심‘에 대해, 모두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빅 대디로 노래한다. 사람들은 바비를 방송국 바닥을 쓰는 직원, 바보 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증명해보인다. TV쇼에 나오는 바비는 머리 셋팅도 멋지게 하고, 의상도 아이돌들이 자주 입으며, 여성들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쨍한 빛깔의 오버핏 니트 가디건!으로 멋지게 변신하고서. 그리고 그 무대에서 사랑의 총알을 거하게 맞은 ‘나의 고양이 미미미미야옹’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엔딩을 맞는다.
생계 때문에 가슴 깊이 숨겨온 꿈을 마침내 이뤄내고, 사랑까지 쟁취한 남자, 바비이다. 뮤지컬 <멤피스>를
보게 된다면 롹앤롤소울을 가슴에 품고 감초 연기로 모두에게 사랑을 주는 바비를 주목해 보시라! 블랙 블루스 롹앤롤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