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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Mar 25. 2023

바늘구멍조차 없는 요즘 취업

저도 취준 하고 싶어요

동생에게 요즘 취업 현실을 생생히 듣게 됐다. 동생은 졸업 후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싸 대학 시절을 보낸 덕분에 주변에 문과생, 공대생 등 취준생들이 많다.


난 벌써 연차가 대리를 넘어서고 있다. 첫 취준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어쨌든 취업이 힘들다고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건 기억난다. 주변 또래들도 대부분 어렵지 않게 취업했고 늦어도 1년 안에 모두 취직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동생에게 들은 요즘 취업 현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바늘구멍? 바늘이 없어요


바늘구멍이라는 취업문은 거짓말. 누군가에겐 바늘조차 없었다. 문과생들에게 취업은 포기 그 자체란다. 코로나로 여행업, 화장품 산업, 패션 산업 등 수많은 산업이 타격을 입었는데 대부분이 문과생들이 갈 만한 업계나 기업이었다. 그동안 반도체, IT, 게임 산업은 몸집을 불리면서 다행히 공대생들은 갈 만한 자리가 많았다. 컴퓨터 관련 전공자들의 일자리도 작년까지는 풍부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지금은 힘든 판국이다. 코로나가 얼추 물러난 지금 취업 시장이 열리나 했는데 이제 경제가 휘청인다. 메타버스 열풍으로 엄청난 채용을 했던 IT 기업들도 몸집을 줄이고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내 주변에도 한 부서가 날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신입을 채용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 것이다.



지원할 곳이 있어야 취준을 하죠
저도 취준 하고 싶어요


"요즘 문과 친구들이 취준을 못 해."

"취준을 왜 못해? 입사 지원 준비하는 게 취준 아니야?"

"지원할 곳이 있어야 준비를 하지..."


요즘 신입 채용 공고를 보면 놀랄지도 모른다. 경영지원, 마케팅 같은 예전 문과생들이 지원했던 곳에 낯선 문구가 눈에 띈다. '공과계열 우대', '공과계열 전공자 필수'. 누군가에겐, 아니 꽤 많은 사람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문구일 것이다.


전공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업무라면 공과계열 학생을 뽑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다. 아무래도 모든 일들을 자동화시키고 싶어 하고 전문적인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으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걸어온 길이 다르다. 열심히 자신의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이 느낄 박탈감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필자 문송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첫째 지금의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 물론 모든 취준생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 현실이 예전만큼 녹록지 않다는 건 알아줬으면 좋겠다. 뉴스에서 하는 '취업포기자'가 생긴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가 배워온 것이 시대의 흐름과 얼마나 달랐던 것인지, 청년들이 왜 힘든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조금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둘째는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1년 간 세상이 미친 속도로 변한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도 현재는 백수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채용 인원은 줄어만 가고 불합격 서류는 쌓여만 간다. 하지만 언젠가 또 미친 속도로 세상이 바뀌어줄 것이다. 그냥 나의 때를 기다리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정신승리라 해도 어떤가. 난 앞으로 몇십 년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그런 것쯤 하나 배워둬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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