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니차입니다. 저는 지난 2021년 12월 21일 화요일에 국토교통부의 초청을 받아 <2021년 신차안전도평가 시상식>에 다녀왔어요. 혹시 뉴스 등에서 접해 보셨던 분도 있으실 거에요. 국토교통부 장관님을 비롯, 자동차업계 및 관련 업계에서 초청된 분들이 많았고, 드레스코드가 정장/준정장이었던 만큼 격식 있는 자리로 느껴져 조금 긴장도 했었답니다.
오늘 글에서는, 시상식에서 알게 된 정보들 중, 특히 여성 운전자의 안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KNCAP에 대해서와 오늘 시상식에 대하여 다루려 합니다. 제가 언니차인 이유겠지요?
신차안전도평가 시상식이나 KNCAP에 대해 이미 들어보셨을 분들도 있겠지만, 이번 기회로 새롭게 듣는 분들도 계실 듯하여 간단히 소개를 해 보겠습니다.
KNCAP이란? Kor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 즉 한국 신차 평가 프로그램으로서 1999년에 최초로 이루어진 이래로 매년 신차를 대상으로 정면충돌 및 각종 충돌 시험 등을 실시하여 안전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에게는 안전한 자동차를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제작사에게는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사업입니다.
평가 항목은 크게 <충돌안전성>, <보행자안전성>, <사고예방안전성> 세 분야로 이루어져 총 19개의 항목을 통해 자동차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 종합등급을 부여하고 종합점수가 높은 차종을 선정해 매년 이 <신차안전도평가 시상식>에서 시상하고 있습니다.
KNCAP은 한국에서 개발한 신차 충돌 테스트로서 세계 여러나라의 신차 테스트들에 비하여 기준이 절대 후하지 않은, 오히려 다소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테스트이며 각 시험 항목마다 프로토콜 및 평가 기준이 정립되어 있는 엄격한 시험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하며, 이에 따라 자동차 안전 기준에 대해서도 확립된 기준을 가지기 위해 KNCAP을 국책 사업으로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KNCAP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TS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연구하여 만들고, 시험하는 우리의 신차 안전성 테스트인 것이지요. 또한 유로 엔캡이나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의 테스트에서는 한국 자동차를 많이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답니다. KNCAP은 한국에서 만든 테스트인 만큼, 우리나라 자동차를 더 많이 테스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아마 자동차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유로 엔캡(Euro NCAP)이나 IIHS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에서 발표하는 Top Safety Picks 를 아실 겁니다. 이 두 개의 평가가 대체로 자주 언급되는 자동차 안전 평가 시험으로서 많이 언급되곤 하는데요. 제가 잘 모르던 때(?)에는 마치 이 테스트들이 유일(?)한 절대적 기준이자 표준인 것처럼 느껴지던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제가 언니차 활동을 하며 여성 운전자 안전에 대해 관심을 더욱 가지다 보니, 이들 테스트도 한계가 있으며 또한 절대적인 표준의 무엇이라기보단 시험 방법도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점은 다음 글에서 기회가 되면 다루어 볼게요.
그러면, KNCAP에서 어떤 시험들이 신차를 면밀하게 테스트하는지,
그 테스트에서 여성 운전자 안전성은 얼마나 다루어지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KNCAP의 충돌 안전성 항목은 크게 아래의 세 가지입니다. 세 가지 아래에 각각의 세부 항목이 있습니다.
1. 충돌안전성
2. 보행자안전성
3. 사고예방안전성
*자료는 국토교통부,KNCAP, TS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료입니다.
1. 충돌안전성 - 8개 항목으로 평가
충돌안전성 분야는 8개의 항목으로 충돌 시 인체 모형의 충격값을 점수화하거나 경고장치 등의 작동 여부를 평가하여 탑승자의 안전을 평가합니다.
정면충돌안전성
정면충돌안전성 테스트 방법, KNCAP자료 정면의 고정된 벽에 자동차를 시속 56km/h로 충돌시킵니다.
이 테스트에서 눈여겨 볼 점은, 정면 충돌 테스트에서 운전자석에 여성 더미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1열 운전자석과 조수석, 2열 좌석 모두에 여성 더미를 앉혀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이미지에서 Hybrid III 5%라는 인체 모형(더미)가 보일 텐데요, 이것은 가장 작은 체형의 1%로부터 가장 큰 체형의 100%분위까지의 인체 모형을 나타내는 번호에서 5%에 해당하는 모형을 사용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더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Hybrid III 5%는 신장 153cm, 체중 49kg, 앉은키 78.7cm의 여성형 더미입니다. 신장 153cm의 체중 49kg 정도의 신체라면 성인 여성 중에서도 상당히 작은 편입니다. 테스트가 모든 사이즈의 인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점은 알지만, 성인 여성을 대변하기에는 조금 작은 사이즈인 듯합니다. 물론, 이러한 체형의 여성도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작은 편인 모형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으나, 인형의 모습에서 실제적인 여성 체형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며 여성의 가슴은 위의 인형처럼 딱딱한 돌출물이 아니기 때문에 흉부 충돌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여성의 경우 동일한 비율의 남성에 비해 상체 길이가 짧은 편이어서 앉은키에서 불리한데, 이러한 면이 고려되었다면 신장 153cm의 여성 더미의 앉은키는 더 작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핸들(스티어링 휠)과 상체가 부딪칠 때의 각도나 인체의 반응도 다르게 측정될 수도 있겠지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충돌안전성분야의 다른 항목으로는,
[정면충돌안전성, 부분정면충돌안전성, 층면충돌안전성, 좌석안전성, 어린이충돌안전성, 기둥측면충돌안전성, 좌석안전띠경고장치, 첨단에어백장치]
의 8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의 한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는 여성 더미가 사용되지 않습니다.
충돌안전성분야에서는 8개 항목이 있는데, 이 중 여성 더미를 사용한 시험은 1개, 위의 한 종류입니다.
2. 보행자안전성분야 - 1개 항목으로 평가
보행자안전성분야를 보겠습니다. 이 분야는 한 가지의 시험만 있습니다.
이 분야에는 인체 더미가 사용되지 않고, 성인 머리모형과 어린이 머리모형, 성인 및 어린이 다리 모형만이 사용됩니다. 시속 40km로 머리 및 다리 모형을 충돌하여 상해값을 점수로 산출합니다. 머리 24점, 다리 6점의 배점으로 무엇을 중시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매달린 구 모양이 머리 모형입니다. 시속 40km로 충돌하며, 허벅지와 정강이를 모형화한 다리 모형을 충돌합니다. 인체 전체 모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리와 머리만을 따로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다른 나라의 테스트에서는 어떤지, 좀더 조사하여 다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딱히 여성 보행자 언급은 없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성차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분야로 보입니다.)
3. 사고예방안전성분야 - 10개 항목으로 평가
사고예방안전성 분야에서는 10가지의 세부 시험이 있습니다.
각종 운전 보조장치 및 안전 센서 등이 사고를 감지하고 작동하여 실제로 충돌을 어느 정도로 저감시키는지를 충돌상대속도와 작동 해제, 경고신호 발생여부 등을 점수화하여 사고예방 안전성을 평가합니다.
각 항목을 소개하면,
비상자동제동장치(고속모드)
비상자동제동장치(시가지모드)
비상자동제동장치(보행자감지모드)
비상자동제동장치(자전거감지모드)
비상자동제동장치(야간보행자감지모드)
차로유지지원장치
사각지대감시장치
후측방접근경고장치
조절형최고속도제한장치
지능형최고속도제한장치
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조금 놀랐는데, 이 테스트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기술과 모델들에 대해서도 평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인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비상자동제동장치(고속모드/시가지/보행자/자전거감지모드/야간보행자 감지모드)를 예로 들자면, 차대 차 추돌 사고(뒤에서 앞 차를 받는 사고)는 초보는 물론이고 모든 사고 중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사고 중 하나입니다. 또한 차대 보행자 등도 마찬가지이지요. 이러한 추돌/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전방 충돌 방지장치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또한 야간에도 이 센서가 충분히 작동하는지도 함께 평가함으로써 가능한 종합적인 성능 테스트가 되도록 촘촘하게 꾸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보행자와 차는 물론, 자전거(이륜차)를 포함시킴으로서 다양한 장애물과 교통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에 대응하려는 좋은 시험으로 느껴집니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상제동장치 고속모드에 대한 설명으로, 앞차가 저속주행(20km/h)할 때의 대응과, 앞차가 고속주행하다 정지(시속50km/h)하는 경우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두었습니다.
비상자동제동장치 시가지모드 시험방법으로, 앞차가 정지해 있는 경우 뒤에서 시속 10~50km/h로 돌진할 때 충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예방하는지 시험합니다. 비상자동제동장치 보행자감지모드로, 성인 보행자 및 어린이 보행자 모형을 지나가게 합니다. 충돌시 상대속도를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위와 같이, 보행자 및 차대 차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의 보행자감지모드의 경우 1번의 '보행자충돌안전성'시험과도 일부 비슷해 보이지만, 시험의 목적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제동장치가 충분히 잘 작동하는지의 여부를 테스트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이 시험에서는 인체모형이 받는 충격량을 점수화하지 않고 상대속도를 점수화합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때 사용되는 인체모형이 성인 남성 모형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어린이 모형을 사용한다면, 여성 모형은 어떨까요? 물론 시험의 종류가 늘면 비용도 증가하지만, 아쉬운 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꼼꼼한 평가 항목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항목들에서는 인체 모형이 사용되는 일이 적기 때문에, 여성 인체모형이 사용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총정리!
인체 더미 혹은 인체의 일부가 사용되는 테스트는
KNCAP의 18종의 시험 항목 중에서 11개이며,
이 중 '여성 더미'가 명시적으로 사용된 항목은 1개입니다.
두둥..! 생각보다 적게 사용되는 편 같습니다. 물론 시험의 항목을 늘리면 비용도 늘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는 점도 알지만, 좌석안전성 같은 경우는 특히 신장이나 체격이 작은 여성운전자의 경우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거나 헤드레스트, 좌판의 사이즈가 맞지 않아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 자세를 취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는 등 좌석안전성에 대해 여성 더미로 평가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운전석 사이즈에 대해서 한번은 언니차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운전석 시트가 여성운전자에게 오히려 안전한 자세를 취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점을, 제가 영상으로 편집 중이니 기대해 주세요. 앗차.. 잠시 다른 이야기로 갔네요.
2021년도 가장 안전한 차 1위는, 전기차 부문 아이오닉5, 내연기관 부문 스포티지가 수상하였습니다.
이후 순위로서, EV6과 K8이 수상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KNCAP은 각종 첨단 장치에 대한 촘촘한 시험 시나리오나, 충돌 테스트에서도 정면, 측면, 기둥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다양하게 평가하는 점에서는 전반적으로 꼼꼼하게 만들어진, 신뢰성 있는 시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의 아쉬움과 함께,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과 KNCAP의 여성과 함꼐하는 멋진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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