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서는 혼자여서 다른 사람들과 메뉴를 쉐어하는 것만큼 맛있는 것들을 다 먹어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해산물을 아주 사랑하기 때문에 미리 찾아본 꿀대구, 맛조개, 새우, 문어로 만든 타파스들을 꼭 먹어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꿀대구를 먹으러 한국인에게 매우 유명한 VINITUS로 향했다. 그곳은 직원들이 한국어로 메뉴를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게 유명하고 한국 tv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곳이다.
첫날차인 나는 그렇게 블로그마다 맛집이라고 소개되는 한국인에게 유명한 집이 서치했던 기억에 남아서, 군중심리로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었다.
우선 음료는 sangria 한잔을 시켰는데, 시트러스 향의 음료수 같아 다 마시고, 블로그에서 꼭 시켜봐야 한다는 tinto de verano라는 레드와인과 레모네이드를 섞은 음료를 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취기가 너무 느껴져서 한입만 마시고 술은 다 남겨버렸다.아까운 것...
첫 번째 사진은 그 유명한 꿀대구로 스페인어로는 bacalao all i oli mell 이다. 뼈가 없고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사르르 뭉개지는 식감이 정말 맛있고 와인안주로 최고인 것 같았다. 비록 술은 많이 못 마셨지만..
두 번째 사진은 pulpo 라는 문어 타파스로 고춧가루 같은 빨간 가루가 뿌려져 있다. 매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매콤하지는 않았고 문어로 뒤덮인 안에는 매쉬드 포테이토가 들어있었다. 문어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냥 그랬다.
세 번째 사진은 감바스로 서버가 그릴 해줄지 아니면 갈릭을 해줄지(?) 물어보는데 갈릭으로 시켰다. 새우가 찐새우라 식감이 좋았고 한국에서 먹는 오일 많이 들어간 감바스랑은 다른 느낌이었다. 더 맛있었다.
맨 마지막 사진은 navajas 라는 요리로 오일맛나는 구운 맛조개였는데, 신기해서 기대했지만 맛은 보통이었다.
양이 얼마나 되겠어 하고 시킨 것들을 혼자 다 먹으라 나중엔 엄청 배불렀다. 이날 제일 맛있었던 건 감바스와 꿀대구였다.
이 날은 아침부터 투어를 예약해 놓아서, 아침을 안 먹으면 텐션이 없을까 봐 일찍 여는 카페테리아를 찾아서 빵과 커피를 먹었다. 시내에 많이 보이는 365이다. 현지인들은 이렇게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는 거 같았다. 가격도 한국보다 저렴한데, 현지인들은 보통 빵하나에 커피 한잔을 먹는데 2~3유로였다. 나는 초코 크루아상과 그냥 크루아상중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어서 빵을 2개 시켰고 5유로 조금 더 나왔다. 한국은 크로아상 하나에 사천 원에 커피는 오천 원일 텐데 현지 카페의 커피는 맛있고 또 저렴해서 좋은 거 같다.
내가 시킨 라떼와 빵 모두 아침인데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유럽은 이렇게 파스타, 샌드위치, 샐러드등을 슈퍼마켓에서 판다. 이 날은 투어를 참여해서 그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고 며칠 전부터 땡기던 파스타가 거의 2.65유로로 착하길래 한번 먹어보았다. 맛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고도 할 수 있고 아쉽다고 할 수 있는 맛으로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잘 맞는 상황이었다. 건강한 맛 좋아하는 나는 괜찮게 먹었다.
유럽에서 납작복숭아를 너무 먹어보고 싶었는데 가게마다 썩고 상태가 안 좋은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먹을 수 있으니까 파는 걸테고 먹어봐야 하는데 나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 날 근처 구글 평점 좋은 맛집 luoro을 찾아갔는데, 가서 저 고기를 시켰었다. 저 고기는 이베리코 포크 립이었고 현지에서 먹는 이베리코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테이블에 앉은 한국인 분들이 혼자 오셨냐고 말을 걸어주셔서 갑자기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2인분 이상만 시킬 수 있는 빠에야를 먹을 수 있었다. 랍스터 빠에야는 토마토 베이스로 맛있었다.
다음날은 전날과 똑같은 365카페 가서 다른 메뉴를 먹었다. 이베리코 하몽 샌드위치와 생오랜지주스이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오렌지를 착즙 하는 기계를 사용해 오렌지 주스를 만들어주는데 100% 오렌지라서 오렌지가 꽤 많이 들어간다. 이 주스만 해도 못해도 5개 정도가 들어가는 걸 지켜보았다. 그리고 처음 먹어보는 이베리코 하몽은 회 같은 식감에 짭짤하고 기름진 맛으로 너무 만족스러웠다. 한국 와인바에서 먹어보았던 하몽과는 매우 달랐다.
관광을 하고 나서 주위 식당인 La Pedreta 가서 먹은 '메뉴델리아'이다. 메뉴델리아란 코스요리식으로 나오는 것을 뜻하는데 이곳에서는 점심메뉴 같은 느낌으로 저렴하게 한 끼를 할 수 있는 세트 요리라고 보면 좋을 거 같다. 특이한 게 식전요리(?)또는 스터터로 샐러드도 있었지만 배고팠던 난 파스타 옵션이 있길래 파스타를 선택했다. 내가 같던 식당은 세트요리라고 양을 조금만 주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거의 1인분의 양의 파스타를 받아 다 남김없이 다 먹었다.
다음으로는 대망의 빠에야를 먹었다. 해산물 빠에야는 조개류, 새우, 랍스터등으로 만든 밥요리라서 내가 먹은 빠에야도 짬뽕에서 느껴지는 해산물스러운 풍미가 있었고 쌀을 먹을 때 오징어도 항상 씹힐 만큼 오징어가 들어있어 더 맛있었다.
그리고 디저트와 음료까지 선택이 가능했어서 디저트로는 그나마 알아들은 크림브릴레, 술로는 메뉴판이 없어서 알고 있는 술인 샹그리아를 시켰는데 이 가격에 한국에서도 이렇게 푸짐하게 디저트까지 못 먹을 것 같았다.
오는 길에 귤과 납작복숭아를 샀다. 납작복숭아를 볼 때마다 상태가 안 좋아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는데 이 과일집 납작복숭아는 상태가 괜찮았다. 여러 개 먹을 것 같지는 않아서 2개를 샀는데 무려 0.44 인게 0.14가 나와서 카드결제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귤을 2개 더 샀더니 1.95유로로 과일들을 득템했다.
귤은 역시 언제나 맛있는데 처음 먹어본 납작복숭아는 명성에 비해서 평범했다. 한국의 말랑한 복숭아가 훨씬 더 맛있다.
점심을 코스요리로 배불리 먹어서 저녁은 스킵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매콤한 국물이 땡겨서 kasa ramen이라는 라멘집에서 매운 라멘을 먹었다. 이런 완전 스페인의 라멘맛이다. 그리고 라멘에 죽순, 김치가 들어있어서 그런지 한중일 라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국물은 꽤 매워서 나의 니즈가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
이곳의 츄러스가 환상적이어서 또다시 츄러스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 츄러스집은 xurreria laietana 다. 이번에는 츄러스 반, 뽀라스 반으로 시켰는데 뽀라스는 음 중국스타일의 식용빵 느낌이어서 나는 츄러스가 더 맛있었다. 어제 대박을 경험해서 그런지 오늘은 감동이 덜 했다. 이렇게 감동을 줄이고 가서 다행이다. 안그러면 한국 돌아가서 엄청 그리웠을 테니까
점심으로는 하몽 맛집이라는 Hasta Los Andares 에 가서 고급 이베리코 하몽을 먹었다. 하몽은 짭짤해서 빵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견과류 맛이 느껴진다. 딱 봐도 와인안주라 개인적으로 와인이나 샹그리라를 시킬껄하고 후회가 들었다. 하몽은 마치 회 같은 식감이다. 실제로도 숙성된 육회이다. 그렇지만 신토불이인 나는 이걸 밥대용으로는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Cerveceria Catalana 에서 해산물 타파스로 선택했다. 나는 타파스에 대해 엄청 기대했지만 기름진 해산물에 금방 질리게 되었다. 이 타파스들을 먹고 배가 불렀는데도 불구하고 밥으로 끝내고 싶었지만 저녁에는 밥을 팔지 않는다고 하여 급히 다른 아시아 식당들을 찾아보았다. 이상하게도 다른 식당들이 7시 30분에서 8시에 열길래 클라라를 하나 더 시키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가져온 한국음식을 다음 여행지에서 먹을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좀 개운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