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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작가 Feb 08. 2024

내 인생 첫 막걸리 만들기 <단양주>

만드는 과정

1. 수곡(물누룩) 만들기

이번에 도전해 본 누룩은 소율곡입니다. 소율곡 누룩 500그램과 생수 1리터를 소독한 그릇에서 6시간 우려 주었습니다.


2. 찹쌀 씻어서 불리기

여러 가지 곡물을 가루로도 생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저는 단양주를 만들기 때문에 찹쌀 2.5kg를 준비했습니다.

찹쌀을 사용하면 단맛, 맵쌀을 사용하면 드라이한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찹쌀은 씻어서 정수를 붓고 3시간 정도 불려주었습니다.

찹쌀 2.5kg를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씻는 건 꽤 힘든 작업인 것 같습니다. 물을 받아서 헹구고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받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3. 밥 짓기

원래 고두밥은 찜 솥에 지어야 정석이지만 준비하기 힘든 관계로 전기밥솥에 지었습니다. 밥이 찰기 있어지는 압력밥솥보다는 전기밥솥을 이용하는 게 조금 더 이득이라고 합니다. 평소 밥은 취사를 누르지만 이번에는 쾌속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양이 많아 0.8kg씩 밥을 했을 때 각각 1시간을 넘어 2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밥을 할 때는 찹쌀이 이미 물기를 많이 머금었길래 물을 따로 넣지 않았습니다.

밥솥으로 지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찰기 없이 꼬들꼬들한 밥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중간중간 다 안 익은 쌀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모두 사용했습니다.


4. 밥 식히기

도마와 주걱을 세척하고 밥을 식혀주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양이 0.8~9kg 정도의 밥인데 꽤 양이 많았습니다. 이 만큼을 3번이나 반복하여 고두밥 작업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고두밥이라고 하기에는 수분도 많고 찰기가 보였습니다. 살짝 먹어보니 짭짜름한 맛이 조금 나면서 밥만 먹어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5. 수곡과 밥 섞어주기

수곡에서 누룩은 거른 물과, 식은 고두밥 2.5kg, 생수 2리터를 모두 섞어주었습니다. 고두밥을 찌지 않고 밥솥으로 지어서 물양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그럴듯한 발효통 모습입니다.


6. 발효 1일 차

중간중단 발효가 생기는지 쌀 사이에 공기가 있습니다. 쌀은 액체에 불어서 본래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1일 차 점심때쯤 한번 섞어주려고 발효통을 열었더니 쌀의 모습은 거의 없어지고 형체가 살짝 보이는 쌀액체가 되었습니다. 맑은 액체도 떠있습니다. 당일 아침과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1일 차 저녁의 모습입니다 거의 24시간이 지났는데 중간의 물이 아래서부터 위로 층층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 투명한 액체 나중에 청주가 되는 부분이 아닐까요? 담금주의 청주가 굉장히 맛있다고 들어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7. 발효 2일 차

 2일 차 아침의 모습입니다. 아래는 액체같이 묽고 수분기가 많은데 위에는 아직 발효가 중간중간 공기가 보여 발효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밤에 집에 돌아와 다시 한번 더 막걸리를 한번 섞어주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하는 일이 손 씻고 막걸리 관찰을 하는 것이네요. 막걸리가 아침보다 훨씬 묽어진 것이 확연히 보입니다. 또한 기포가 여기저기 생기고 움직이고 보글보글 끓습니다.


발효가 되고 있어서 이렇게 주사기처럼 생긴 부분이 계속 떴다가 가라앉았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막걸리에서 계속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주사기에서 부딪치는 시계소리 같은 게 나서 신기했습니다.

이제 내일 마지막으로 한번 정도만 더 저어주고 4일을 더 기다리고 병입을 하면 되겠네요! 마지막까지 잘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8. 발효 3일 차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막걸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한번 더 져어 주었습니다. 어제보다 더 묽어진 느낌이고, 막걸리의 달짝지근하면서도 살짝 신 향이 났습니다. 도수가 약하지 않을 것 같은 향이었습니다. 맛은 제가 좋아하는 우곡생주 등 부드러운 막걸리와는 다른 포천막걸리 같은 느낌의 술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9. 발효 10일 차

발효 7일 차에 병입을 계획했었는데 청주가 충분히 안 만들어져 있어 보여서 발효 10일 차에 병입을 하였습니다.


10. 막걸리 시음

냉장고에 1~2일 보관 후 마셔본 막걸리는 상큼한(정말로 시지는 않았음) 맛이 나서 복순도가 막걸리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운하고 상큼한 맛의 막걸리가 되어서 왠지 기름진 음식과 먹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마라샹궈 또는 소곱창 같은 음식들과 함께 하니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막걸리 도수가 정말 높았습니다. 2잔 정도 마시면 이제 알딸딸 해지는 정도의 알콤함량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막걸리 만들어본 후기

막걸리를 만들고 들떠서 땅을 사서 막걸리 양조장을 짓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소량(약 4리터)을 만들어서 그런지 원재료비가 팔기에는 시중에 나온 다른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가성비가 없다고 할 만큼이었습니다.

맛 괜찮은 가성비 막걸리들 한 병에 2000~3000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프리미엄 전략 또는 가성비 막걸리를 만들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막걸리를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역시 맛있는 막걸리를 사 먹는 게 싸네요... 이게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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