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시선1
나희덕
저기, 저 별 말이지?
초승달 가장 가까이서 반짝이는 별.
물론 따 줄 수는 있어.
나무 열매 따듯
또옥, 별을 따 줄 수는 있어.
그런데 말야.
하늘에 저렇게 별이 많은 건
사람들이 참았기 때문이야.
따고 싶어도 모두들 꾹 참았기 때문이야.
- 그래도 하나만 따 주세요.
지금부터 눈을 꼬옥 감고 열을 세렴.
엄마는 다 방법이 있거든.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이제 눈을 떠 봐.
자아, 별!
- 에이, 이건 돌이잖아요.
거봐, 별은 땅에 내려오는 순간
이렇게 시들어 버리지.
별을 손에 쥐고 싶어도
사람들이 참고 또 참는 것은 그래서란다.
박일환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만 있는 게 아니란다.
구름도 있고 무지개도 있다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올라가 계신다고?
물론 하느님과 부처님도 계시겠지.
하지만 네가 모르는 게 또 있단다.
하늘에는 커다란 슬픔이 있지.
보이지 않는
슬픔들을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저렇게 크고 넓어진 거란다.
사람들이 가끔씩
하늘을 쳐다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니?
사는 게 힘들고 슬퍼질 때마다 사람들은
하늘에다 슬픔을 퍼다 버린단다.
하늘을 원망하고, 그러면서도 하늘에 기도하는 건
사람이 스스로 이룰 수 없는 게 있기 때문이지.
흐릴 때도 있지만 하늘이
때때로 맑고 푸른 미소를 띠는 건
슬픔을 이겨 내기 위한 자세를 보여 주는 거란다.
하늘이 높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니?
오은
가방에는 책들이 있었다
읽은 책과 읽을 책과
다시 읽을 책들이
한 권의 책과
그 한 권의 책을 해설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러 권의 책들이
가방을 메는 일은
책을 짊어지는 일
책임을 짊어지는 일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축 처진 어깨를
웅크리고 걸었다
어깨와 어깨가 가까워지는 시간
스스로 어깨동무가 되는 시간
오늘 밤에는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해설처럼 명쾌하게 걸을 것이다
어디에 갈 수 있을까
질문하기는 쉽고 답하기는 어려웠다
근의 공식처럼 외워서 되는 게 아니었다
해설을 들여다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깨 좀 펴고 다녀
집에 다 와서야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방은 짊어진 채
책임은 잠시 내려놓은 채
양팔을 힘차게 벌린다
숨죽이고 있던 겨드랑이가 울기 시작한다
오래 전에 이렇게 한 줄 한 줄 마음에 꾹꾹 담으려고 필사해 둔 시들
짬나는 시간에 꺼내서 읽어 본다. 이사 준비하랴, 시험기간인 아이들 챙기랴 바쁘지 않은 날은 없지만, 시가 내게 여유를 준다. 올려다 보지 못했던 하늘을 마음으로 올려다 본다. 반짝 별을 그려본다. 마음 속에 별 하나 반짝이게 하는 하루를 선물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