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마음이 금 간 곳에서 피어났다' 우리가 시를 좋아하고 시를 가까이하는 이유가 이 시에 담겨 있네요. 금 간 시멘트 사이에서도 민들레가 노랗게 피어나듯이 '시는 금 간 곳에 달아 주는 노란 단추'입니다.
1은 나무 2는 오리
11월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12월
새 한 마리 앉았다
날아간 다음
1월
나무는 혼자서 동동
2월
연못에 찾아올
오리를 기다린다
'1은 나무 2는 오리' 숫자를 눈에 보이는 어떤 대상과 연결하는 발상이 독특하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재미있어서 몇 번 읽게 된다. 나도 숫자를 사물과 연결해 마구 놀아보고 싶다. 나는 벌써 3과 4를 가지고 놀고 있다. 3은 갈매기, 4는 배 ㅎㅎㅎ
비 오는 날
창가에 놓인 화분 하나가
번쩍, 일어서더니
집 밖으로 뒤뚱뒤뚱
걸어 나갔다
두 번째 화분도
번쩍, 일어서
집 밖으로 뒤뚱뒤뚱
걸어 나갔다
세 번째 화분이
일어서려다 말고
내 쪽을 돌아다보며
한마디 했다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고
너도 하나 들고
얼른 아빠 따라와!
상상은 자유인데 우리는 왜 자유롭게 상상하지 못할까? 눈으로 보는 것만 사실이라는 생각, 그런 사실만 인지하는 뇌가 인식의 폭을 줄이는 것일까? 우리도 시인이 되어 보자. 세상 모든 잠들어 있는 사물을 깨워 보자. 나무가, 꽃잎이, 고양이가, 개미가, 연필이 나에게 건네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세포를 깨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