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드윗 김지원 Feb 16. 2024

연구노트로 연구부정행위 어디까지 증명할 수 있을까?

연구노트 판례 #15


이전 연구노트 판례 14번째에서는 ‘연구노트를 통해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증명’되는 사건에 대하여 다뤄보았습니다.

14# 요약: 이 사건에서 원고(전 E대학교 생명응용과학부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자신의 연구원이었던 피고 B가 연구실을 퇴사하면서 연구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연구자료 및 연구노트 포함)을 무단 반출하여 피고 C(I대학 약학과 교수)와 함께 이 사건 제1, 2, 3 논문’ 작성에 사용하였다고 주장한다. 또한, 피고 B와 피고 C가 신규 연구비 과제 수행에 원고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며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걸었다. 이에 연구노트를 포함한 연구자료를 검토하였으나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비밀 요건인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경제적 유용성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정취득행위조건에도 부합하지 않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 이전 게시물 보러 가기


이번 게시물은 ‘연구노트를 통해 연구부정행위를 판단’한 판례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노트 통해 연구부정행위 여부 판단

서울고등법원 2018. 9. 3. 선고 2018노 638 피고 항소 일부 승   

피고: A(I의 대표이사), B(I의 상무), C(한국국제협력단 무상원조사업의 실무책임자), D(I 환경사업부 부장), F(J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H(한국국제협력단 무상원조사업 실무담당자)

항소 이유 : 각 피고들은 사실오인, 양형부당 등의 이유로 원심판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업무상 횡령, 뇌물공여, 업무방해, 사기, 뇌물수수,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 장법위반]에 항소   

결과: 피고 항소 일부 승



사건 정황

피고인 A(I의 대표이사)는 환경부 연구개발과제 및 한국국제협력단 무상원조사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였다. 피고인 B(I의 상무)는 환경부 연구개발과제 및 한국국제협력단 무상원조사업의 책임자였다. 피고인 D(I의 환경사업부 부장)는 환경부 연구개발과제의 실무책임자였다. 피고인 F(J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부 연구개발과제 중 제2위탁과제의 책임연구원이며, 위 D의 형이다. 피고인 H(한국국제협력단 환경연구관)는 한국국제협력단 무상원조사업 실무담당자였다.


피고인 A, B, F는 '환경기술개발사업 연구개발계획서'(=제안서, 3단계 1차 연도 연구개발계획서)를 환경부 연구개발과제 사업단(이하 '사업단'이라고 한다)에 제출하였다. I는 사업단의 주관연구기관 선정평가 절차에서 응모업체 3개 중 최고점수를 얻어 사업단과 3단계 1차 연도 연구개발협약을 체결하였다. 본 연구개발과제는 단계 평가마다 ‘계속’ 판정을 받아 협약이 연장되어 왔다.


피고들은 본 연구개발과제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주요 범죄로 각각 징역형(1년 6개월~4년), 벌금형의 원심판결을 선고받았었다.   

피고인 A, B, D의 3단계 1차 연도, 2차 연도 연구비 1억 7,591만 원 횡령

피고인 A, B, D, F의 4단계 1차 연도 연구개발비 약 17억 원 편취

      단계 2차 연도 실험결과 왜곡, 브리핑 자료 조작 및 허위 브리핑 등의 기망행위  

      상용 현장 시험공장 실시설계 및 예상 효율 관련 허위 기재의 기망행위  

      최초 제안서상의 민간부담금을 마치 정상적으로 부담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한 기망행위  

      정부출연 연구개발비 횡령, 학생인건비 편취 등 집행 관련 기망행위  

피고인 B, D의 4단계 1차 연도 연구결과 조작 관련 업무방해

      상용 현장 시험공장 운전 결과 조작  

      월간보고서 및 설문답변지, 4단계 1차 연도 최종보고서 운전 결과 조작  

피고인 F의 국가연구개발과제 연구개발비(학생인건비) 편취

피고인 A 한국국제협력단 무상원조사업 선급금 3억 원 중 2억 3,000만 원 횡령

위 무상원조사업의 용역업체로 선정된 것 등에 대한 사례로 피고인 H의 뇌물수수 및 피고인 A의 뇌물공여


이에 피고들은 기망행위, 횡령, 공모, 업무방해, 뇌물공여죄, 학생인건비 편취 관련하여 사실오인, 양형부당 등의 이유로 원심판결에 항소하였다.



피고들의 주요 주장   

피고인 A

인도네시아 AA대학교 AB 교수에게 인도네시아 폼 폐수를 이용한 Lab-Pilot(실험실 모의기계) 규모(20L)의 폐수처리 실험을 의뢰하였다. 해당 연구노트를 보면, AH(인도네시아 AA대학교 AB교수 연구실의 실험 조교)가 진행한 폼 폐수 원수에 대한 디캔팅 실험결과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 실험결과가 이전의 실험결과와 차이가 난다거나 단 하루 동안의 실험결과에 불과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전체 허위로 볼 수 없다.

설령 4단계 1차 연도 연구개발계획서를 제출할 당시 이미 3단계 2차 연도 연구개발비 일부를 횡령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4단계 1차 연도 연구개발비를 편취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이 연구개발의 ‘계속’을 위하여 연구성과를 다소 과장하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보고서를 편집하거나, 또는 최종목표의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보이기 위한 여러 수사(修辭)나 장치를 두었더라도 이를 이유로 사업자 지위를 박탈하고 이미 지급받은 연구개발비를 환수하는 등의 다른 제재 방편이 존재하는 한, 섣불리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죄의 성립을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 B

환경영향평가비 3,441만 원 업무상 횡령 관련하여 피고인 B는 피고인 A, D가 AA대의 AB교수로부터 환경영향평가비 3만 달러를 반환받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피고인 D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을 뿐, 피고인 D에게 지시하거나 피고인 D와 위 돈의 보관방법에 관하여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다.

3단계 2차 연도 실험결과의 조작 여부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고 이를 공모한 사실도 없으며, 3단계 2차 연도에는 수치적인 실험 목표가 존재하지 않았고, 실제로 그 실험결과 및 브리핑자료는 허위로 조작되지 않았다.

 

피고인 C

피고인 C는 한국국제협력단 무상원조사업의 실무책임자였고, 환경부 연구개발과제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부분만 지원하였을 뿐이며, 실험을 직접 수행하거나 실험결과를 분석하는 업무를 하지 않았고, 3단계 2차 연도 연차보고서, 4단계 1차 연도 연구개발계획서, 단계평가 브리핑자료를 작성하는 데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위 서류들이 조작되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였다.

3단계 2차 연도 연차보고서에 첨부된 설계도면의 작성에 관여하였으나, 이는 J대학교 측에서 도출한 기본설계 인자를 토대로 실제 운전이 가능한 형태로 실시설계 도면을 작성한 것에 불과하므로 기망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D

3단계 2차 연도 연차보고서와 브리핑자료에 포함된 실험결과의 조작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 실험결과가 조작되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능력이나 지위에 있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 C가 J대학교 측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상용 현장 시험공장 실시설계를 한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설계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그 설계도면에 허위의 설계인자가 사용되었는지를 알지 못하였다.  

 

피고인 F

4단계 1차 연도 연구개발계획서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고, 설령 3단계 2차 연도 연차보고서 및 브리핑자료에 사실과 달리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피고인 F이 기망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기망행위와 4단계 1차 연도 사업단과제 협약체결 및 연구개발비 지급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학생연구원들이 인건비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목적에서 석사 연구원들 중 일부의 통장을 보관하였을 뿐, 연구원들의 인건비 사용에 간섭하거나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학생연구원들이 실질적인 처분권을 가지고 있었다.



결론

연구노트 내용 및 연구자 진술을 검토한 결과, 피고인 A, B, D, F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죄와 관련하여 3단계 2차 연도 실험결과 자체를 허위로 조작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이 부분 편취 범행에 있어서 실험결과 조작행위의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을 크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A는 한국국제협력단 무상원조사업 선급금 2억 3,000만 원에 대한 업무상 횡령죄와 관련하여 사업비를 정산하면서 실질적으로 위 횡령금액을 상환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H는 원심판결 선고 후 원심이 선고한 벌금형 전액을 가납하였고, 원심이 선고한 형기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기간 구금되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인 F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이에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를 징역 3년에, 피고인 B, D, F를 각 징역 2년에, 피고인 H를 징역 8개월 및 벌금 12,000,000원에 각 처한다(감경됨).

피고인 H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피고인 B, D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피고인 H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H로부터 압수된 뇌물공여 물품인 BV카메라(FD) 1대, BV 카메라 렌즈 2개, BV 카메라(FD) 부속품 1세트를 몰수한다.

피고인 H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C는 무죄, 피고인 C에 대한 무죄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사건은 국가연구개발과제비 횡령, 편취, 공모, 업무방해, 연구결과 허위기재, 뇌물공여 관련 범죄를 원심판결대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연구노트를 검토한 결과, 보고자료는 허위였을지라도 실험결과 자체는 객관성과 신뢰성이 입증되어, 연구부정행위가 전체가 아닌 부분적으로 일어났음을 증명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양형이 감경된 사건입니다.


하루하루 기록한 연구노트는 연구의 객관성을 확보하게 해 주어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인 연구부정행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판례를 통해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자연구노트 구노에 대한 문의는 링크를 통해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구노트 통해 영업비밀 침해 여부 증명이 가능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