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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님 Sep 27. 2024

꿈의 여행, 남아메리카 4

볼리비아 -1

볼리비아 라파즈 ’엘알토‘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을 위해 황열병 예방접종하고, 주한 볼리비아 대사관에 가서 사전 비자받고, 고산병 약 처방을 받는 등 복잡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라파즈는 고도 3,689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로, 도시 내에서도 높은 고도차가 난다고 한다. 시내를 케이블카로 이동한다 하여 관광용인가 했더니, 웬걸 이게 대중교통수단이란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구촌 어디에 살든 사람들은 환경에 맞춰 살아가기 마련인 것 같다. 케이블카 이동 중 보이는 도시의 맨 위는 벽돌집, 중간은 식민지풍의 저택, 맨 아래는 고층빌딩이다. 고지대일수록 빈민층이라 한다. 케이블카로 하강하며 보니 그냥 숨쉬기도 힘든데 축구하는 사람들이 있어 대단해 보였다.      

Rosario Hotel 직원들이 전통복장과 피에로 복장으로 노래와 춤을 추며,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마침 볼리비아의 축제기간이었다. 호텔 내 인디오만의 화풍이 담긴 그림과 조각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여기가 고산지대임을 증명하듯 커피, 사탕 등의 비닐봉지들이 터질 듯 빵빵해졌다. 고도가 높다는 게 실감이 났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고산병 약보다 현지 약이 더 효과가 좋다 하여 구입했다. 동행인들의 고산병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텔로 의사를 부르기도 하고, 병원으로 직접 가기도 하고, 정녕 힘든 이는 다음 여행지인 칠레로 미리 가고, 어떤 이는 사업상 급한 일이 생겨 귀국했다. 여행을 이변 없이 잘 마무리하는 것도 축복인 것 같다.      

달의 계곡에 갔다. 최초의 우주인 암스트롱이 달 표면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모래와 흙이 오랜 풍화작용으로 갖가지 형태를 이루어 영상으로 보아왔던 우주 같은 느낌이 든다. 가까운 ‘마녀시장’은 기상천외한 물건들이 많은 별천지다. 약초, 부적, 라마 말린 것 등 전통 제례용품과 주술용품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좁은 시장길에 동물인형, 라마털로 만든 형형색색의 물건들이 예쁘다. 마녀시장과 연결되는 큰 거리에 거품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사순절이 되기 전 즐기는 축제라고 한다. 우의를 입고 물총을 쏘고, 물풍선을 던지고, 거품 스프레이를 쏘아대는데 외국인에게는 삼가는 듯했다. 축제는 언제 어디서나 즐겁다. 나도 슬며시 흥이 올라 어깨를 들썩였다.       

축제


중앙광장인 뮤리오 광장은 볼리비아의 행정, 종교 관련 시설들이 모여 있으며 시민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국회 의사당 건물 앞에 숫자판이 거꾸로 된 둥근 시계가 있다. 여기 남반구 국가에서 만든 남반구 시계라고 한다. 시계도 그 나라가 지구의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시계를 거꾸로 보려니 낯설지만 그들의 정체성 찾기에 마음을 얹어 보았다.


라파즈 시내 야경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어스름 저녁 무렵, 라파즈 시내 야경을 보기 위해 킬리전망대에 올랐다. 작은 별들이 빼곡히 박힌 듯한 하얀 불빛의 수수함이 좋았다. 고층빌딩의 화려한 조명이 아니어서 더 아름답다. 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는다. 별이 나오기에는 아직 수줍은 시간인가. 별이 나오는 날은 발아래의 별들과 가장 가까이 조우하겠지. 시내 멀리 설산에 구름이 피어오른다. 라파즈가 ‘평화’라는 뜻이라더니 역시 평화의 도시답게 아름다운 야경에 마음의 평화를 덤으로 얻는다.     

티티카카호수 어촌에 갔다. 해발 4,000m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다. 갈대를 다루는 호수사람들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갈대를 엮어 입 벌린 큰 물고기 형상으로 치장한 배에 올랐다. 물과 푸른 하늘과 구름이 만나는 호수를 일주하고, 호수에서 잡은 송어구이로 식사했다. 자그마한 배에서 그물을 던지는 아주머니와 소년의 모습이 다정하고 평화로운 한 폭의 그림이다. 하지만 저 작은 배에 한 가정의 먹고사는 문제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짠하기도 했다.       

                                                              티티카카호수


라파즈에서 보아 항공으로 1시간 비행, 우유니로 향했다. 도중에 기차무덤에 들렀다. 광산에서 나는 은과 우유니 소금을 스페인으로 실어 나르던 기차가 은이 고갈되니 폐기차가 되었다가 관광 상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관광객들은 기차 위에 오르기만 하면 마법에 걸리나 보다. 너나없이 동심으로 돌아가 장난기가 발동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역동적인 사람들의 기운이 사막에 버려진 기차와 철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콜차니 소금 생산지다. 소금이 층을 이룬 넓은 판을 사각형으로 자른 것이 마치 우리의 시루떡 같다. 잉카문양의 길쭉한 헝겊 주머니에 소금을 담아 놓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사기엔 무게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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