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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님 Oct 31. 2024

꿈의 여행, 남아메리카 7

칠레&파타고니아 2

산티아고를 출발하여 3시간여 비행 끝에 푼타아레나스 공항에 도착했다. 시골 버스터미널 같은 공항을 나와 전용 차량까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도 거센 바람에 옷을 여미고 모자를 잡아야 했다. 누런 들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티아고 지역임을 상기 시켜주었다. 파타고니아에 들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찼다.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위 38도선 이남 지역으로 파타곤인들의 땅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한다. 서쪽은 칠레 파타고니아로 대표 도시는 푸에르토 나탈레스, 동쪽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로 대표 도시는 칼라파테다. 파타고니아 여행은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나든다. 기후가 험하고, 교통이 매우 불편하여 문명 지역과 멀리 떨어진 덕분에 독특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한창 남미 여행 준비에 빠져 있을 때다. 모임이 있어 식당에 갔는데 어느 청년이 등에 ‘PATAGONIA’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 저 청년이 파타고니아에 다녀왔구나.’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느 정도 식사가 진행되고 나면 파타고니아에 대해 물어보려 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그 청년이 가고 없었다. 식사와 대화에 빠지다 놓쳐서 아쉬워했는데, 알고 보니 ‘파타고니아’라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가 있었다. 거참, 안 물어본 것이 다행이었다는 여담을 털어 놓았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도착했다. 해안가 항구마을이다. 국립공원 토레스 델 파이네를 가기 위해 세계인이 모여드는 출발지다. 숙소에 짐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석양의 붉은 노을이 마을의 먼 산을 불태우는 듯했다. 우유니의 노을은 노란빛이 많았는데 여기는 붉다. 붉은 노을에 현혹되어 걸을 수밖에 없다. 가까운 해안가 공원으로 나가니 거친 바람이 덤벼들었다. 수시로 변하는 하늘과 바람에 몸을 맡기듯 비상하는 남녀 조각상에서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다. 실내 인테리어에서 남미 인디오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여겨졌다. Austral 맥주 한 잔과 함께한 저녁 식사는 자연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아침 햇살이 어제의 노을만큼이나 찬란하다. 이른 아침 출발하여 2시간여를 달려 토레스 델파이네 국립공원에 왔다. 토레스 델 파이네라는 이름은 ‘세 개의 바위산’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국립공원으로 입장하는 다리를 건너는 인원이 6명으로 제한되어 양쪽에서 교대로 오간다. 국립공원 안으로 깊숙이 갈수록 물결치는 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회색 봉우리에 검은 사각뿔을 올려놓은 듯한 형상의 세 봉우리를 위시하여 웅장한 산들로 둘러쳐져 있다. 산 아래는 빙하가 녹은 호수가 바람에 출렁인다.

이곳은 세계 10대 절경에 속하는 명소로 산, 호수, 폭포, 빙하 등 모든 자연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곳이라더니, 정말 장엄한 풍광이다. 하루에도 사계절이 공존한다는 토레스 델 파이네. 잠시 있는 동안에도 구름, 햇빛, 비, 하늘색과 바람의 강도가 수시로 변한다. 호수 가운데를 저 끝까지 구불구불 양쪽으로 나뉘어 놓은 긴 모래톱을 걷고 또 걸었다. 호랑이 포효 소리를 내며 달리는 바람을 안고 걸으니 몸이 뒤로 밀린다. 쉬어서 바람을 다독인 후 다시 걷기를 반복한다. 호수의 파도가 바닷가 모래밭인 양 밀려와 철썩거리며 무슨 말을 일러주고 갔지만 내 깜냥으론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위대한 자연의 감동을 어찌 글과 사진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여느 때라면, 이 공원을 배경으로 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와 함께 식사를 즐겼겠지만, 식사보다 눈과 카메라에 풍경 담기를 더 열중했던 곳이다. 카메라 렌즈가 어디를 향해도 셔터를 누르게 되는, 자연에 매혹되는 이 느낌까지 카메라가 담아주었으면 좋겠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칼라파테로 이동했다. 칠레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로 국경을 넘은 것이다. 칠레 국경관리소 매점에서 patagonia라고 쓰인 빨간색 티셔츠를 샀다. 이것 하나 사고 나니 칠레 파타고니아를 다 얻은 기분이다. ‘Alto Calafte’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를 돌아보는 3일간 계속 이 호텔에 머문다. 매일 짐을 풀고 싸고 하다가 풀어놓으니 이 자유로움이 또한 작은 행복을 준다.

칼라파테라는 말은 관목 가시나무 이름이다. 블루베리와 비슷한 열매를 맺는 나무다. 이 열매는 쨈, 주스, 비누 등을 만드는 좋은 재료가 되지만, 가시 때문에 채취가 어렵다고 한다. 이 열매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칼라파테는 연간 강수량 200ml의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바람도 거칠다. 칼라파테 호텔 주변의 청량한 해 질 녘 바람을 안고 산책했다. 호텔 앞 보라색 허브 꽃밭과 멀리 아르헨티노 호수가 한데 어울려 다가온다. 시내로 나가 이곳의 맛집을 찾아 해물 파스타로 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9시다. 그래도 밖은 여전히 밝다. 백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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