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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란 무엇인가

우리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다.

by 클라 Klarblau


어려서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 뭔가 소수를 위한 세계 같았다.

소수를 위한 미술 말고, 다수를 위한 미술과 이를 실질적으로 삶에 적용하는 직업으로 디자이너(순수예술 말고 응용미술 방향)가 되고 싶었다.


어렸을 적 어찌어찌 발견한 디자이너들, 인터넷이 없던 그 나의 10대에 내 맘을 설레게 했던 그 사람들이 쓴 책이나 잡지 한켠에서 그에 관한 기사를 발견하고 나는 내가 살 세상을 그려갈 수 있었다. 디자이너가 그다지 각광받지 않았던 시절, 나는 제품디자이너를 혼자 몰래 꿈꾸며 평범한 입시를 위한 10대를 보냈다.


수능을 치르고, 어찌어찌 미대를 가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인생 돌고 돌아 제품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는데

어쨌든 또한 좀 돌아 돌아



지금은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예술가라는 단어에 뭔가 거부감이 있던 내가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한지는 몇 년 되지 않는다.

그동안 예술가란 무엇인가를 좀 더 집중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나의 그동안의 시각과 경험이 달라져서일까, 아니면 시대에 따른 정보 질이 달라져서일까. 예술가란 무엇인지에 대한 학술자료, 의견들을 접하게 되면서 나의 성향은 너무나 예술가의 범주에 속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딱 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어느 분석


이에 나는 한동안 울고 살았다. 기쁨과 슬픔이 함께한 눈물이다.

내가 그래서 그동안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는 안도감까지 느꼈을 정도이다.


이런 나의 성향을 나는 사회에 맞추어 사느라 나 자신을 온전히 발현하지 못했고, 이에 항상 답답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향해 살고 있다고 생각했고, 주변 시선도 특이하고 엉뚱하게 철없이(?) 살아가는 편이었는데, 이것도 완전히 나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사회에 어줍잖게 맞춘 방향이었다는 것. 좋게 말하면 주변환경과의 조율이지만, 다른 단어로는 타협이다.

제3자가 보면, 번듯한 학업을 했고, 인간관계도 항상 좋은 편이었다는 평을 받았고, 조직도 꽤나 잘 이끌고... 남부럽지 않을 수 있을 위치일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데

왜 내가 자꾸 딴생각을 하고 한 길로 진득하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던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예술인들의 사이에서 보니, 나는 빼도 박도 못한 전형적인 예술가였다. 아니,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평범하다.



그러고는 또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일상이 곧 예술, 우리 모두 예술가라는 것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고전에 다 나와있고, 선인들이 가르치고 있다.


그러한 방법은 소위 예술가들이 갖고 있다는 부분과 매우 맞닿아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사회화되면서 많은 부분에서 사고가 닫히고 습관이 생겨버리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예술과 우리의 삶에 대해 자꾸 알아가면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의 인문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발견한다.


예술가가 특별한 계층이 아님을, 인간 모두 창조적 본능을 가지고 있고, 성장하면서 그것이 발현되지 못했을 뿐임을. 이에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깊이 들여다보고 이를 조금이라도 꺼내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 초,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책]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릭 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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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우주의 원리를 담은 듯한 이 형태는 내 손을 저절로 끌어내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제한과 금지 안에서 조율하고 타협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내용이었다. 자아가 원하는 것을 계속 실현하라는 외침을 듣는다고나 할까.



이렇게, 이미 이러한 부분에서 나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깨달은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에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극히 작은 부분일 수도, 혹은 뻔한 중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너도나도 크고 작게 계속 얘기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동료와 멘토가 생기고, 더 많아지게 되는 것 같아서 말없이 지내기보다 나의 조금은 다른 언어와 표현법을 통해 이를 한 번 더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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