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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소리가 들리는 집

적막한 아파트에 숨통 트이는 소리

by 클라 Klarblau

부모님 사시는 아파트 같은 층 바로 옆집에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나는 그 강아지를 본 적은 없다. 사실 아파트 주민들끼리 교류가 잦지도 않고,

그 집주인은 본 적도 없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안다.


저녁에 집에 들어올 때, 강아지에게

매번 약간의 폭언을 하면서 들어가기 때문이다.

"야 이 ㅆㄲ야, 가만있어! "라던지 그 비슷한 고함을 지르며 들어간다.


강아지는 사람이 없으면 계속 짖어댄다. 월월 대는데

약 5초에 두 번은 "월!" 한다.


웬만해서는 민원감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짖어대는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민원을 넣은 적이 없다.

경비아저씨가 개 있어도 괜찮냐고 몇 번 물어보셨고, 아빠가 저 개 안 시끄럽냐고도 몇 번 물어보셨다.

그치만 내가 별소리 안 하니 그냥 둔다.

바로 옆집에서 별소리 안 하니 그 집은 그렇게 강아지와 살 수 있는 거다.

내가 세 번쯤 개소리 시끄럽다고 했으면 그 강아지는 이 집에서 못 살았을 것이다.




이 적막한 아파트에 저렇게 월월 들리는 것이 그나마 숨통 트이고 사람 사는 것 같다.


몇 살짜리일까, 강아지일까 10년쯤 된 할아버지일까

본 적 없지만 딱히 보고 싶지는 않고,

그저 들으며 내가 아는 강아지들의 표정을 떠올리며 행복해하고 싶다.

이 옆집 개가 오래오래 살아서 내게 자연의 소리를 그렇게 계속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단,

그 주인의 그 험한 욕설은 안 듣고 싶다.

들어가면서

"안녕~ 000야 엄마 기다렸지?" 이런 소리 들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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