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에는 철학은 내게 그저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론일 뿐이었다. 내 삶에 적용하려면 몇 단계를 거쳐 이해해야 했는데, 그것을 나만의 방식대로 해석은 해서 머릿속에 넣고는 있었으나 나만의 적용방법을 남에게 말할 수 있을 만큼 확신은 없었다. 그저 내가 어떠한 행위를 하고, 그 철학내용을 떠올리면서 나 혼자 만족하는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해가지 않은 것도 많았다.
청소년을 위한 철학책이라고 소피의세계 같은 책도 있었는데, 사실 그것도 현실적용에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았던 것 같다.
서양철학자들의 이론은,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었어서 그저 하나의 주장으로 다가왔을 뿐
지금 내게는 '비현실적'이었고
우리 시대에 적용하기엔 매력적이지 않았고 그저 그때 열심히 그 상황을 기록해놓아 준 분들의 자료일 뿐이었다. 그래서 재미도 없었겠지.
조금 커 가면서 동양사상과 기, 단학, 유학의 것들과 함께 동양철학의 세계를 조금 접하게 되긴 했지만
이는 뭔가 두리뭉실했고 설명하기에 어려웠다.
현실에 적용되는 철학을 만나다
성인이 되어서
우연히 독일에서 한병철교수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의 저서 '피로사회'를 기반으로 그는 우리 사회의 현상을 그의 이론으로 설명해 주었다.
세상에나... 그때 철학이 내 삶에 이렇게 적용되는구나 하는 것을 경험하고는,
이 분의 철학은 인문학이 아니라 실용학문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이다.
이때부터 서양철학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주 조금.
서양철학은 어떠한 시대의 한 인간의 생각과 관찰의 분석과 그에대한 정리인 듯하였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실질적 도움은 별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동양적인 사상을 통한 지구와 우주의 총체적 이야기가 오히려 내 인생에 필요한 것이었다.
어찌어찌하여 반야심경에 관심 갖다가 요즈음 유튜브의 도움으로
도올 김용옥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가
최진석 교수의 반야심경과 장자철학을 통해
박구용 교수를 통해 더욱 고대 중세의 선인들이 정리해 주신 내용의 현실적용력을 경험(?)하는 중이다.
이렇게
고전들이 현대적으로 해석된 것을 방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된 시대라니.
아직 이 세상이 어떠한지 파악 못한 이들에게, 혹은 파악했더라도 실천에 힘이 부족한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가 된다.
철학, 이를 통한 많은 고전들은 이런 식으로
내게 자유를 주었다.
그동안 동시대인들의 행위에 대해 가졌던 의문, 우선 인생선배들이니 듣고 따라보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노력들에서 갇혔던 나의 몸과 마음이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고, 나는 나아가 우리는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면서
사실 내가 옳았고 혹은 내가 생각했던 대로 하면 되었다는 나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에 더욱 확고함을 주었고
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에 큰 힘이 되고 동료를 만난 것 같았다.
내가 어려서부터 가졌던 '왜?'를 마음껏 분출하지 않고 그렇게 사회에 순응하려고 노력했던 내가 참 어이없이 대견스럽다. 그래서인가. 나는 10대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적 간섭이 적어지고, 자유롭게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어린이들을 보면 안타깝고 미안하기도 하다.
사회규범에 맞추기 위해 교육을 받으며 그들의 본성이 사그라드는 모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
그리고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현실의 틀을 깨는 것을
그것이 옳다고 해 준다.
오래 전의 인생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철학과 고전은 그렇게 나에게 자유를 준다.
고전, 특히 종교나 철학 고전에서 삶에 대한 깨달음을 다 볼 수 있다.
그런데 언어도 문화도 다른 오래전에 쓰인 것이어서 지금 상황에 적용시켜 풀이해 주는 전달자가 팔 요하고, 그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철학자들인 것 같다.
그런데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이런 이론을 다 알고 있는 분들을 보면
알고만 있지 이것을 실천하는 것, 혹은 실천시키는 것은 다른 이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싶기도 한 분들을 종종 만난다.
가끔은
저렇게 많이 알고 있으신 분들이,
우리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주신다고 하는 분들이,
그저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만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음을 가끔 볼 때
그렇게라도 하는 것에 감사할 일이지만 아쉽기도 하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나는 어떻게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고,
그렇게 안 것을행하고 살고 죽고 싶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과 모여 모여야 할 것 같다.
비록 지금 당장 내 일상과 주변에는 없어 보이지만,
지인들이 그저 표현을 안 한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내가 표현을 잘 못하고 있어서 그들도 몰라서 그런 것이겠지라고도 생각하며
조금 있어 보여도 내가 사회적 어떠한 틀에 갇혀 손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라고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