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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10. 2022

<떨어지는 능소화>



<떨어지는 능소화>

                            김혜진




장마를 이겨내고

서늘한 바람이 스미어 올 때

흐드득 하고 꽃이 떨어진다


영광과 자랑을 뒤로한 채

여름날을 잊기로 약속한 듯


바람은 그네처럼 희미한 꽃대의 주름까지

아련하게 맺혀있는 그리움까지 흔들어 댄다


기쁨이던가

슬픔이던가


엄정한 낯빛으로 이울어지는 너


집착하지 않은 삶을 산 채

남김없이 떨어지고


대지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영원히 계속될 순간의 정적에

미련 없이 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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