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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an 20. 2023

<국악 한마당>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아티스트가 별 건가? 아티스트 웨이 4주째>

<국악한마당>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동생들에게 시민회관 공연장에 공연을 보러 오라는 티켓을 건네받았다. 이 동생들은 큰 아들과 같은 고등학교의 학부형이자 6년째 알고 지낸 사이다. 평소 춤이나 노래를 좋아하는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둘이서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을 하는 것은 알지 못했다.

한때 나도 국악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큰아이 7살 때 집 근처가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한 국악유치원을 보냈다. 고유의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싶어 선택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인 것 같다. 국악 유치원의 커리큘럼은 놀이 주제라든가, 특색활동을 할 때도 국악과 접목시켰다. 아이들에게 장단놀이라든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절기 놀이를 했고 민요도 배웠다. 이런 활동은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유치원을 찾아가 아이에게 계속 장구를 배우게도 했다. 그래서 큰아이는 막내 동생 돌잔치에 그동안 배운 장구와 민요를 부르며 축하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학년이 높아지면서 흥미가 사라졌고 나의 관심도 국악은 멀어졌다.

국악협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작은 시 지부의 정기공연이어서 기대하지 않고 공연을 관람했다. 하지만 생각 외로 무대 공연은 알차고 수준 또한 뒤처지지 않았다.

1장부터 4장까지 생-동-사-환생이라는 주제로 사물놀이부터, 민요, 가야금연주. 부채춤, 살풀이무용, 판굿농악과 아리랑 민요로 이어진 순서였다.

방아타령이나 뱃노래나 북의 울림등은 아이와 같이 불렀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죽음의 부분인 죽음의 부분은 민요 회심곡과 살풀이의 무용, 산염불의 민요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극 중 사람의 시체를 실어서 묘지까지 나르는 10여 명의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부르는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그 순간순간이동으로 나의 일곱 살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살면서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꽃으로 장식한 육촌 할아버지의 상여를 어깨에 맨 사람들과 상복을 입은 상주들이 곡을 하며 뒤를 따랐던 어린 시절이 기억난 것이다. 그때 나도 뒤 따르며 목소리를 축 늘이고 구슬프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요령잡이가 선창 하면 상여꾼이 후렴으로 응답하는 뒷소리 가사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즉흥으로 지어 부르는 것인데 지금 기억에도 <이제 가면 언제 오나?>라는 상엿소리가 어느새 오십이 넘은 나에게 말할 수 없는 많은 슬픔과 공허함을 주는 울림으로 들렸다.

누구나 치르는 통과의례인 죽음. 죽음의 상례는 상징성을 가지고 많은 기원이 담겨 있다. 사람이 죽어서 마지막으로 치르는 의식이지만 우리 전통의 죽음 관례는 죽은 사람이 주가 아니라 객체가 된다는 것이다. 죽은 망자는 노래도 부를 수 없고, 춤을 출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다. 미리 준비해 놓은 장지까지 상여를 메고 옮기는 길은 저승으로 가는 길만큼은 대궐 같은 집에 꽃가마를 태워 주겠다는 남은 자가 하고픈 슬픈 의지의 표현이 있다고 한다.

상여는 가다가 서기를 반복한다. 슬픈 노랫가락과 요령 종소리에 맞추어, 다리를 만나면 멈추고, 보내는 사람은 차마 보내지 못하고, 떠나는 망자는 차마 못 떠나 장지까지 그렇게 가다 서면서 서로 이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3장 죽음의 테마에서 자연스럽게 접했던 동네의 풍악 농악놀이, 할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나의 잠재된 아티스트 속에 숨겨져 있는 무의식의 속에 국악이 자연스럽게 젖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 4장이 되면서 농악 판굿과 함께 손뼉 치며 큰소리로 불러 보았던 아리랑과 추임새 속에 숨겨진 나의 영혼이 일어났다. 동생들 덕분에 마음속으로나마 덩실덩실 춤을 추는 귀한 시간을 갖었다. 


맑은 하늘을 가르는 요령소리는 이승을 더나 저승문으로 가 닿기라도 할 듯, 떨리면서도 구슬프게 울려 퍼진다. 애절하고도 비통한 곡소리와 담담한 듯 구성진 그의 상엿 소리에서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위로받는다. 그 시간만큼은 그들 모두, 하나의 소리를 듣고 한 사람을 기억하고 그렇게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책 212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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