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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Oct 15. 2021

아름다움과 나


김영갑갤러리에 처음 방문했을  오름의 아름다움에 홀려 하루종일 오름을 찍다가 생을 마감한 김영갑씨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엔 한없이 약해진다. 금각사의 아름다움이 질투가  금각사를 불태우고, 자기가 발견한 오름의 아름다움을 찍겠다는 열망 하나로 제주도에 내려오는 마음은 무엇일까. 아름다움에 홀리고 아름다움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나는 아름다움을 배워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열등감을 느꼈다.


그런데 9년만에  곳을 방문해 찬찬히 사진을 살펴보다가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예전엔 어떤 작품을 보면  사람이 포착해서 전달하는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느꼈다면,  사진들은 이미 내가 아는 아름다움이었다. 이미  내면에 어떤 풍경이나 개념의 형태로 있는 것들.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학습의 형태든 경험의 형태든  안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아름다움을 알아볼  있는 눈이 있다.


늘 뭔가를 보고 듣고 읽고 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와 나는 간접경험으로 형성된 사람이란 생각을 자주 한다. 가끔은 나의 세계가 original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느꼈는데, 요즘은 이렇게 풍성해진 내 세계가 마음에 든다. 또 열심히 경험하고 보고 느끼고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가며 풍성하게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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