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내리는 날,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다가
비가 오지 않는 지붕 밑에서
쉬고 있는 새를 발견했다.
불러도, 가까이 다가가도 미동이 없이
눈만 깜빡이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를 다쳤나?"
"물이나 곡식같은 걸 줘야하나?"
생각하며 더욱 가까이 손을 뻗던 찰나,
새가 도망가버렸다.
손을 뻗기 전에 말을 걸어보았다.
"어디서 왔니? 너 누구니?"
"다쳐서 온거니? 원래 여기 사는 아이니?"
당연히 말은 통하지 않았고
새에게는 너를 돕고싶다는 인간의 말은 통하지 않았다.
손을 뻗자 휘리릭 날아간 작은 새. 그저 비를 피해 쉬고 싶었나 생각한다.
날아가던 그 모습을 곱씹으며,
'원치 않는 도움'에 대해 생각해본다.
덥썩덥썩 시각장애인의 팔을 잡고 휠체어 탄 사람의 휠체어를 미는 손길들.
분명 처음은 돕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다.
1형 당뇨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쩌나 그렇게 되었니 걱정하며 당뇨에 좋다는 음식 이것 저것들을 추천해준다.
살을 빼야 하지 않겠니, 당이 들어간 음식들은 다 끊어야하지 않겠니.
1형 당뇨는 2형 당뇨와 다르다. 당때문에 발생한 병이 아니므로 인슐린을 조절해야 하긴 하지만
모든 음식을 먹어가며 인슐린을 조절해보고 혈당을 조절하면 된다.
음식과 운동으로 완전 치유 되지 않는다.
23년간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솔새의 기분을 느껴본다.
내가 느끼기에 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권하며 도움을 주려는 말들.
어쩌면 나도 그냥 아무 반응없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행동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과한 도움은 솔새처럼 마음을 날아가게 만든다.
장애가 있든 어떤 병이 있든 근본적인 사람은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다.
그냥 묵묵히, 조용히 지켜봐주며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