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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지니 Oct 31. 2021

포항에서 올라온 환자.

한자를 마주하다


나는 현재 초음파진단실에서 일하고 있다. 초음파진단실은 여러가지 검사를 많이 하는데 대표적으로 복부 유방 갑상선등을 매우 안전하게 검사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초음파를 이용해 조직검사도 많이 진행하는데 내가 일하는 곳의 초음파 실은 항상 오후에 여러파트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곤 한다. 


나는 유방 초음파를 담당하고 있는데 유방초음파의 조직검사는 종류가 세가지 정도로 나눠지는데 첫번째는 유방에 생긴 신생물 확인, 두번째는 암을 진단 받은 환자의  액와부의 림프절 조직검사, 세번째는 항암을 위한 치료전 시술이다.


그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바쁜 오후가 예상되는 날이였다. 정규 예약 환자가 제시간에 오지 않고 있었다.  이 환자의 검사는 위에서 말한 두번째 case에 해당되는 유방암환자의 액와부 림프절 조직검사였다. 어찌 되었건 왜 안오셔 하고 다른분들 검사에 집중하고 있으니 정규 예약 환자 분이 예약시간보다 20분정도 지나서 접수를 하고 대기를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정말 웃긴게 10분이라도 늦으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 다른분들 예약이 빡빡하게 있기도 하지만 그것만은 이유가 아닌거 같다 .)


환자가 검사를 하려고 들어왔는데 교수님이 “이분 검사했는데 왜 또하죠?” 이러시는 거다.

깜짝놀란 맘에 급하게 이전 기록을 봤더니 2주전에 병원에 입원해서 검사를 했던 것이였다. 입원하기 전에 잡아놨던 외래 base예약이 취소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이분!!!!!!!!!!!

포항에서 오셨다!!!!!!!!!

이검사 하나 하려고 !!!!!!!!!!!!!!!


환자분께 우선은 죄송하다고 했다. 어찌되었건 내잘못은 아니더라도 잘못이니까...


그리고 쏟아질 컴플레인에 마음을 단단히 해야지 이건 그냥 다 죄송하다고 해야겠다,민원이 나도 어쩔수 없겠다, 하면서 환자분이 쏠 창에 맞을 방패를 주섬주섬 입고있었는데 나의 방패는 그분의 한마디에 녹아버렸다.



“서울로 나들이 한번 온거죠”


예? 나들이라뇨!!

여기서는 이렇게 언성을 높이셔야 합니다!!  "내시간하고 ktx비 어쩔거에요!! 물어내세요!!!"

이렇게 말이죠




포항에서 오신 환자분은 이런 말들을 하시며 총총히 가셨다..


아휴 선생님들 바쁜데 확인해주셔서 감사해요 

나들이온거에요 

괜찮아요 

그쪽 외래 선생님들한테도 저 왔다고 얘기 하지 마세요


그 뒷모습을 보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암진단을 받은지 얼마 안되셨을꺼고 

항암시작하시느라 힘드셨을테고 마음이 누군가를 배려 할 만큼 여유가 분명히 없었을 상황이였을텐데...


정작 우리가 너무 배려 받고 있는 이 상황이 내가 더 힘들었다. 

그 마음이 너무 짠하고 감사하고 고맙고 또 고맙고……


환자들에게 정말 커다란 비일상적인 일들이 나에게는 일상이 되어서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나의 마음에도 크게 돌덩이 하나 던져주고 가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왜 저런 분이 아프신건지..


치료가 힘들지 않고 순탄한 과정으로 완치하시길 마음속으로 깊이 깊이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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