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바로 뜨고
읽다 만 책들을 마저 읽었다. 언제 읽었던 건지 중간에 책갈피가 끼어있어 내용이 내 머릿속에서 이어질지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읽어나갔다. 그중 한 권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라는 책이었는데 처음 읽을 때 눈물이 너무 나서 자주 책장을 덮었다. 슬픔이었는지 두려움이었는지, 여태 그 사건을 제대로 목도하지 않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중간쯤 꽂아 둔 책갈피를 한쪽에 치워두고 쉼 없이 읽었다. 이제는 피하지 않아야 할 무서워도 두려워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봐야 할 우리의 아픈 역사.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이던 친구가 전태일 평전이나 광주민주화 운동에 관한 글을 읽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때 그 친구는 어떻게 이런 일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었던 걸까. 나는 사회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다큐도 무서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영상을 틀어준 선생님은 때때로 눈물을 훔치셨는데 우리에게 그 역사의 단편이라도 알려주고자 하셨던 것 같다. 그 시간으로부터 한참을 지나온 나는 아직도 무섭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