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괜찮아

나에게 건네는 위로

by 한걸음

자라면서 잘한다, 잘했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항상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가는 방향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잘한다고 하면 신이나서 그쪽을 따라갔다.


막상 내가 내 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잘하고 있는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었을때는 주위에서 들려오던 인정과 칭찬이 희미해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 인정하고 칭찬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나는 그럴때면 존재 자체가 흔들렸다. 타인의 박수와 환호성으로만 움직이던 인형은 함성이 사라지자 힘이 풀린 채 멈춰버렸다. 누군가 놀이공원의 전력을 다 끊어버린것 처럼 어둡고 낯설었다.


이럴때 내가 택한 방법은 견디는 것이었다. 괜찮은 척, 힘들지 않은 척, 센 척 하면서 외부에 잘 지내는 모습을 시전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상태인지 모른 채 덮어둔 시간들은 퇴적층처럼 켜켜이 쌓여 점점 딱딱해져갔다. 나는 그 퇴적층 바로 아래 있었다. 숨 조차 편히 쉬기 어려웠다. 숨쉬는 방법을 배운적도 없는데 그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들숨과 날숨이 제멋대로 오갔다.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은 오래도록 상처로 남았다. 아픈데 누가 좀 도와줬으면 싶은데, 내가 하는 행동은 아무일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힘들다 말하면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할까봐 스스로 만든 얼음판을 조심조심 걷고 또 걸었다.


나는 남에게 보이는 ’괜찮은 척‘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건네는 위로가 필요했다. 타인의 박수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보내는 격려가 절실했다. 센 척하며 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던 나는 이제 완전히 넘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내가 필요했다는 것을.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위로하고 환호를 보내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에게 말을 건네본다. “바보 같아도, 부족해도, 실수해도 다 괜찮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