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넷째 날, 초보 엄마아빠의 초심
첫째 날
산부인과를 퇴원해서 산후조리원으로 왔다. 병원 로비로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오셨다. 귀여운 우리 옹냥이를 보고 다들 기뻐하셨다.
모자동실 시간에 옹냥이를 잠깐씩 데리고 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무척이나 초보 엄마이다. 남편이 옹냥이를 더 잘 안아주었다.
둘째 날
이제 산후조리원 이틀차이다. 본격적인 조리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젯밤엔 말로만 듣던 훗배앓이를 했다. 분명 졸린데도 배가 아파 잘 잠들지 못했다.
훗배앓이뿐 아니라 내가 공부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 모유수유와,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무것도 집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늦게 겨우 잠들었는데도 새벽 5시 반에 또 눈을 떴다. 좌욕을 하고 첫 유축을 했다. 모유 10ml가 나왔다. 종일 유축, 식사, 모자동실, 잠 보충을 반복하면 하루가 금방 지났다.
옹냥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전달해주고 싶은데 초보 엄마아빠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아기를 더 힘들게만 하는 것 같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겠지…
그런데도 또 신생아실에 누워 낯선 이들의 케어를 받는 옹냥이가 불쌍해 한 번 더 데려와 엄마, 아빠 품에 안아주기도 했다.
조리원에서 함께 생활하기로 한 남편도 사실 병원에서부터 내 손발이 다 되어주느라 힘들 것이다. 게다가 가장으로서 얹어진 책임감으로 마음의 부담도 크겠지… 그걸 알면서도 아침엔 누워서 유튜브 보는 남편 모습에 갑자기 서운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사실은 유축을 하느라 호르몬 때문에 감정 조절이 안 된 탓이었을 것이다. (내가 보니까 여자는 자궁이나 가슴이 건드려지면 감정이 어떻게든 요동친다.) 서운함을 표하는 나를 남편은 바로 안아주었고, 나는 그 김에 어젯밤 갑자기 밀려온 나의 걱정들을 다 털어놓았다. 예리한 남편은 바로 캐치를 하고는 적극적으로 우리가 추가로 마련해야 할 것들을 알아보고 하루종일 정말 육아에 혼신을 다해 주었다. 밥도 알아서 잘 챙겨 먹고…
젖가슴이 완전히 자몽만해졌다. 게다가 엄청 딱딱하다. 유축하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다. 배도 같이 아파오고 기분도 이상해진다.
셋째 날
그래도 유축하는 것도 갈수록 괜찮아지는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더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오늘 아침에 옹냥이 컨디션이 참 좋았다. 아침 9시부터 모자동실을 하여 11시 온라인예배까지 같이 드렸다.
그런데 저녁에는 갑자기 신생아실 선생님께서 직수를 해보라고 하셔서 직수하느라 옹냥이와 씨름을 하게 되었다.
직수는 옹냥이 기분이 좋을 때 하고 싶었는데, 옹냥이 컨디션도 안 좋은 데다 나도 유축한 지 얼마 안 돼 얼떨결에 하게 된 것이다.
내일은 더 주도적으로, 차라리 유축을 줄이고 옹냥이 기분 좋을 때 직수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다.
넷째 날
어젯밤에는 잠자리에 누웠는데 이번에는 신생아실에 맡겨진 옹냥이가 너무 불쌍해서 또 잠이 안 오고 눈물이 났다. 남편을 깨워 옹냥이를 데려오자고 했다.
옹냥이를 바로 옆에서 재우니 옹냥이가 어떻게 숨을 쉬면서 자는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 아기는 아직 호흡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나도 힘들지만 신생아는 나보다 100배는 더 힘들다고 한다.
새벽 3시에 직수를 하고 다시 재우기까지 3시간을 씨름했다.
옹냥이를 안고 달래는 남편의 어깨가 더 듬직해 보였다.
오늘 아침에는 겨우 깨워서 젖을 먹였는데도 12분밖에 못 먹였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겠지,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하며 위안을 삼는다.
나도 분명 회복이 필요하다. 옹냥이가 잘 때마다 잘 자고 잘 쉬어야 한다.
우리 애기는 황달이 좀 심한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하루종일 지쳐서 잔다. 젖 빠는 힘도, 젖병 빠는 힘도 없다.
그래도 깨워서 잘 먹여서 대변을 잘 보게 해야 황달이 빠질 것이라고 한다. 지쳐 있는 우리 애기가 너무 불쌍하다.
낳는 것도 힘들지만 키우는 것 또한 정말 장난이 아님을 느낀다.
신생아실에 맡기다 잠깐 데려와 예뻐해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심지어 아직 데려온 지 24시간도 채 안 되었는데…
또 한 번 부모님께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육아를 얼마나 잘하는지 모른다. 나는 회복하라고, 직수와 유축을 제외하고는 모두 본인이 하고 있다.
하루 만에 속싸개도 잘 싸고, 기저귀도 잘 갈고, 분유도 잘 먹이고, 트림 시키고 재우기도 잘한다.
아기와의 소통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는지 모른다.
어떻게 이런 남편, 이런 아빠가 있나 싶다.
한편으로는 매번 일은 내가 저지르고 수습은 다 남편이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마음만 앞서서 24시간 모자동실하자고 데려와놓고, 나는 나름 공부한 이론을 적용해보려 하지만 실전은 또 다르고 결국 남편이 실전에서 터득해서 해결한다.
그래도 오늘 우리는 많이 성장했다. 잘 먹였고, 옹냥이가 뿌직 뿌직 똥을 쌌을 때 우리 부부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똥 한 번 잘 싼 것에 몹시 기뻐했던 이 감정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