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정을 붙여보겠다고 시작한 '본동의 기록'이 지난해 10월 이후 멈춰 섰다. 핑계를 대자면 우선 매우 바빴다. 대선을 앞둔 정치부 기자의 생활은 의외로 단조롭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소위 '마크'하는 나는 온종일 이재명만 생각한다. 이재명이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좇기만 하면 된다. 그 외 모든 일은 뒤로 밀린다. 본동 이곳저곳의 숨은 이야기를 쓰겠다는 계획은 사치가 된다. 국회의사당역에서 9호선을 타고 노들역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퇴근길에 나는 이재명 생각을 한다.
두 번째. 이 와중에 다른 글을 쓰고 있다. 최근 돈을 받고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 좋아서 시작한 작업이지만, 오롯이 취미인 '본동의 기록'과는 성격이 다르다. 계약을 맺는 순간 책임감과 의무감이 생긴다. 이재명을 좇는 가운데 이재명과 상관없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건 사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시간을 쪼개야 하며 사람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글감이 되는 대상에 집중해야 한다. 잔뜩 흩어진 자료와 생각을 한데 모아 가장 정확한 문장으로 구현해야 한다.
하지만 '본동의 기록'에 소홀해진 가장 큰 이유는 걷기 부족이다. 심으뜸 선생님을 따라 하루 30분 버피와 스쿼트, 플랭크를 성실하게 하고 있지만,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샘솟고, 쏟아진 생각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을 때가 언제였더라 생각해보면 제주도 올레길을 열심히 걸었을 20대 중후반이 아니었나 싶다. 30대 중반에 맞는 겨울이 참으로 춥다. 고관절도 아프다.
구기동 본가를 찾았다. 아버지가 "아들 주려고 샀다"며 1만 원짜리 '월드컵' 신발을 내밀었다. 생각보다 편하다. 10만 원이 넘는 아디다스 슈퍼스타 오리지널보다 푹신하다. 아버지는 그 누구보다 아들을 잘 안다. "많이 걸어라"
새해, 1만 원짜리 월드컵 신발을 신고 본동을 다시 걸어야겠다. 걷다 보면 자연스레 '본동의 기록'이 되지 않을까. 걷기로 이재명을 이기자!